'맨유의 산소탱크'가 또 한 번 힘을 냈습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1-20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위건 어슬래틱전에서 전반 8분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후반 33분 패널티킥을 유도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해트트릭을 도우며 1골-1도움 맹활약을 펼치고 팀의 5-0 대승을 견인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스완지시티전 이후 36일 만에 리그 선발 출전해서 시즌 2호 골과 2호 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박지성은 이날 영국 현지 언론으로부터 평점 8점을 받는 등 호평을 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한 골 넣고 더 힘낸 박지성, 최고였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2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에 비해 출전 기회가 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가운데 박지성은 비축한 체력을 모두 쏟아내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위건 선수들을 농락했습니다. 최근 첼시, 리버풀과 연달아 비기고 3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려 상승세를 탔던 위건이었다 해도 이 분위기를 깨는 데 박지성은 단 9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에브라의 절묘한 크로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로 골문 구석을 노려 골망을 흔들었고, 이는 대승의 신호탄과 같은 골과 다름없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멋진 골이었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골이 터지니 박지성은 더 힘이 넘쳤습니다. 특정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상대의 빈 공간을 적절히 파고들었고, 파워 넘치는 드리블 돌파로 상대의 파울을 잇따라 유도하는 등 박지성 특유의 플레이가 잇따라 나타났습니다. 공에 대한 강한 집착, 상대 선수와의 투쟁심은 여전했고, 수비력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앙에서 위력을 발휘한 이 산소탱크의 활약에 맨유 공격은 숨통이 트였고, 지난 17라운드 풀럼전에 이어 또다시 5골을 몰아넣으며 대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왜 박지성의 활약상은 후배들에 귀감이 될까

박지성의 활약상은 다른 해외파 선수들에도 귀감이 될 정도였습니다. 최근 해외파의 출전 기회 하락세, 경기력 저하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서 '선배' 박지성은 어떻게 해야 팀에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일단 이날 박지성은 1달 여 만에 리그 선발 출장을 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출장 기회를 잡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간만에 잡은 출전 기회에서 2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간만에 출장했음에도 팀에 완벽히 적응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를 보여주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자연스레 공격포인트도 기록하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간만에 잡은 기회, 우연찮게 얻은 출전에도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지 못했던 다른 후배들과도 대조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큰 팀에서 7년 동안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지성은 무릎 부상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퍼거슨 감독이 부여한 출전 기회를 잇따라 살려내면서 '성실한 플레이'를 펼치고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큰일을 저지르는 그의 활약상을 퍼거슨 감독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맨유에서 오랫동안 롱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 위건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맨유는 지역 라이벌 맨시티전 완패, 지난달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실패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냈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지난 17라운드 풀럼전 5-0 완승이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신호탄이 됐고, 이번 18라운드 위건전 역시 상승세가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물꼬를 틔웠던 선수가 박지성이었고, 그는 또 한 번 퍼거슨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습니다.

살아남기 힘든 이 큰 팀에서 롱런하는 박지성의 모습을 보면서 박주영, 지동원 등 최근 침체에 빠진 해외파 후배들은 분명히 보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3명이나 활약하고 있는 시점에 어쨌든 박지성의 위건전 활약상은 어떤 활약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새로운 효과를 일으키는 박지성 활약상이 됐기를 바라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