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이, MBC가 자회사를 통한 독자 미디어렙 설립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광고 직접 영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는 MBC로부터 독자 미디어렙 설립에 대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뉴스를 보고 해당 사실을 접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는 “종합편성채널은 미디어렙 체제에 묶지 않고 MBC만 공영 미디어렙에 지정하려는 것은 MBC의 영업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MBC의 직접 광고 영업을 바라보는 MBC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심지어 “이제 더 이상 MBC를 공영방송 안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MBC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MBC는 새로 출범한 종편 방송이나 민영방송인 SBS와 마찬가지로 수신료를 받지 않고 대부분 광고로만 운영되는 방송사”라며 “여야가 내세우고 있는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의 원칙에 따른다 해도 MBC는 공영 미디어렙에 지정되기보다 독자 미디어렙을 통해 자율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밝혔다.

▲ MBC 12월26일 낮 12시 뉴스 화면 캡처
먼저, MBC의 독자 미디어렙 설립에 대해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는 “자사 이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라며 MBC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방송사가 자회사 미디어렙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직접 영업과 같기에, 직접 광고 영업하겠다는 것은 (당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엄청난 혼란이 일 것”이라며 “이는 국회에서 여야가 미디어렙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입법 주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MBC, 행동은 민영처럼 하면서 불리할 때에는 공영이라고 주장”

학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MBC의 미디어렙 설립은) 예견되었던 일”이라면서도 “종편도 미디어렙에 들어오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MBC는) 이와 상관없이 밥그릇만 생각하고 움직였다. 종편에 살 길을 터주었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MBC는 모든 행동은 민영방송처럼 하면서 불리할 때에는 공영방송을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방송 구조 안에서 공영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역할, 행동, 위상 등을 부정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MBC의 민영화 논의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MBC를 향한 언론 시민사회의 시선 또한 매섭다.

먼저,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MBC가 자사 미디어렙으로 가겠다든 것은 한국 사회에서 시청자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뿐더러 역사에 대한 배신”이라며 “종편과 지주회사 문제 뿐 아니라 MBC의 자사 미디어렙도 양심적 시민사회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공영방송 사수를 외쳤던 MBC 구성원들을 지목해 “회사 쪽의 판단이라 하더라도 이에 결합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밝혔던 입지나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에 대한 배신은 어떤 설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미디어렙 선언에 대해 언론 노동자, 시민사회가 강한 응징,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 여의도 MBC사옥 ⓒ미디어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 대표 또한 “종편도 당연히 미디어렙으로 묶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유예를 한다고 하면 실제로는 유예가 끝난 뒤 자회사 미디어렙 형태로 허가할 가능성이 높아 MBC(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해서는 안 될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MBC는 독자 미디어렙 설립에 나설 것이 아니라 미디어렙 체제가 제대로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태야지, 문제를 (직접) 제기하고 못하게 막고 힘을 보태야지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다고 기회를 노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지역MBC 또한 MBC의 직접 광고 영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지역MBC 구성원은 “MBC는 공영방송이기에 방송 보도,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자본과 분리되어야 하는 원칙이 있다”며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한다는 방침은 이 원칙과 반대되는 것으로, 공적인 책무를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지역MBC 구성원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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