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영화 ‘랑종’은 대립의 서사다. ‘곡성’에서 무명(천우희 분)과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대립 구도를 펼쳤던 것과 매한가지로 ‘랑종’은 조카딸의 육체를 잠식하는 악령을 퇴치하고자 하는 무당의 서사를 통해 무당 대 악령의 대립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곡성’과 ‘랑종’의 대립 구도는 ‘자유의지(free will)’와 ‘결정론(Determinism)’의 첨예한 대립이기도 하다. 우선 ‘곡성’을 보자. ‘곡성’의 종구(곽도원 분)는 이상 징후에 잠식당해가는 딸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랑종>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쇼박스)

딸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외지인을 추격하고, 일광(황정민 분)에게 굿을 의뢰하는 종구의 행동 양태는 ‘자유의지’에 기인한다. 인간이 환경을 통제하고 제어함으로 원하는 결과를 유출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행동 양태가 ‘자유의지’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안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무력해지기 일쑤다. ‘추격자’ 속 김미진(서영희 분)은 살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지영민(하정우 분)에게 목숨을 잃는다. ‘황해’의 김구남(하정우 분) 또한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수렁에 잠식당한다.

다시 ‘곡성’으로 돌아오면, 딸을 정상으로 돌려놓고자 하는 바람은 무명의 경고를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간 종구의 ‘자유의지’ 때문에 비극적인 참상을 겪는다. 김미진과 김구남, 종구 이 셋의 자유의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인 카이로스를 잡을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파국이라는 결말을 맞이한다.

이는 ‘자유의지’보다는 ‘결정론’이 승기를 잡는다는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각 영화 속 캐릭터의 자유의지가 우월했다면 종구는 딸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었으며 김미진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테다. 김구남은 무사히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겠지만, 이들은 ‘자유의지’를 성취하는 데 있어 실패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영화 <랑종>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쇼박스)

나홍진 감독은 아무리 인간이 발버둥 친다 해도 디스토피아적 결말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보다는 ‘결정론’이 우위에 있음을 매 영화 속 캐릭터들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나홍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랑종’ 또한 ‘추격자’와 ‘황해’, ‘곡성’의 일관적인 패턴에 순응한다. 조카딸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고자 하는 무당의 ‘자유의지’가 승기를 잡는다면 무당의 조카딸은 정상인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겠지만 ‘랑종’ 속 무당의 자유의지는 ‘결정론’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간 나홍진 감독의 영화에서 보여준 ‘결정론’의 우위가 한 치 오차 없이 ‘랑종’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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