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15년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과 관련해 6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던 YTN 김 모 국제부 부국장이 2심 징계무효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김 모 국제부 부국장은 23일 승소 판결이 나온 뒤 26일 사내게시판에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가 당사자의 고통을 연장할지, 아니면 미래를 향한 포용의 자세를 보여줄지 지켜보겠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YTN 본사 (사진=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기자협회 YTN지회는 김 모 부국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협회 YTN지회는 “솔직히 기협에서 대응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좀 있었다”며 “장문의 대응 자체가 의외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취재 상식이나 윤리에서 벗어난 부분에 대해 후배 취재 기자들에게 먼저 사과했다면 기협의 고민은 덜 깊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기자협회 YTN지회는 “만약 2015년에 우리에게 들어온 이건희 동영상 제보가 6년 뒤 똑같은 방식으로 들어온다면 그때와 똑같이 처리해도 기자로서 전혀 문제가 없을까? 기자협회의 판단은 단호하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TN지회는 “첫 번째 이유는 상식적인 취재 방식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라며 “정상적인 언론사에서는 간부 몇 명만 하는 취재를 절대 하지 않는다. 쟁쟁한 취재기자들이 있는데 굳이 간부들만 나서서 취재한다면 객관적으로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6년 전 취재기자들을 배제하기로 한 사장 주재 회의에 김 부국장도 주요 참석자로 함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YTN지회는 ‘취재 윤리’를 지적했다. 이들은 “경제부장 자격으로 취재 대상인 삼성에 초기부터 제보 내용을 알렸다는 건 공격 들어갈 테니 충분히 방어하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준 것”이라며 “지금 이건희 동영상 관련이 제보로 들어온다면 절대 6년 전처럼 대응하지 않아야 하며 이런 사실이 일어난다면 기자협회는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법원 판단의 문제를 제기했다. YTN지부는 “충분한 입증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사회부장이 제보자를, 경제부장이 삼성을 담당해 취재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이건희 동영상 취재 무산’ 사태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YTN의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노동조합은 당사자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원은 취재기자들이 사실상 취재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의사결정이 취재를 방해하거나 무산시킬 목적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 충분한 입증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YTN지부는 김 부국장을 향해 “사회부 야근자들에게 들어온 동영상 제보를 기사화하기 위해 당시 보도국 경제부장은 어떤 취재 활동을 했나”, “삼성측 연락처를 제보자들에게 줘도 되는지 물어보는 역할 말고 동영상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어떤 질문을 던졌냐”고 물었다.

또한 “제보가 들어온 지 만 24시간도 안 된 시점에 삼성 측을 접촉해 제보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가”라며 “그 시점에 취재한 내용은 실제로 제보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효과적이었는가”라고 따졌다.

YTN지부는 2심 재판부에 대해 “이 사건 자체를 YTN이 보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두 차례나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이 부국장 징계가 적절했는지 법적으로 판단하는 마지막 심판이길 기대한다”며 사측을 향해 “대법원까지 가져가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5일 뉴스타파의 보도로 일명 '이건희 동영상 삼성 토스' 의혹이 알려졌다. (사진=뉴스타파)

YTN은 2015년 8월 27일 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갖고 있으니 수억원을 달라’는 제보자의 요구가 들어오자 사장 주재 회의를 열고 당시 경제부장인 김 모 부국장과 류 모 사회부장에게 취재를 맡겼다. 류 부장은 대가를 지급하고 이건희 동영상을 입수하는 것은 취재 윤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제보자의 금전 요구를 물리쳤다. 김 모 부국장은 삼성 측에 제보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YTN은 2019년 9월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김 모 부국장에게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김 모 부국장은 법원에 징계 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김 모 부국장은 "이건희 동영상 취재를 방해하거나 취재 무산에 책임을 질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삼성 측과 이를 두고 뒷거래를 한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징계 무효를 판결했다. 쟁점은 ▲취재기자 배제 결정 등이 이뤄진 2015년 8월 28일 사장 주재 회의에 관여한 행위 ▲선행 취재 없이 삼성 측에 접촉한 행위 ▲제보자에게 삼성 측 연락처를 전달하는데 관여한 행위 ▲취재기자에게 제보자·삼성과의 접촉사실, 연락처 전달 사실을 숨긴 행위 등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제보자에게 삼성 측 연락처를 전달하는데 관여한 행위’와 ‘취재기자에게 제보자·삼성과의 접촉사실, 연락처 전달 사실을 숨긴 행위’ 두 가지만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사장 주재 회의에서 취재 방향을 결정한 행위’와 ‘원고가 취재 초기에 삼성과 접촉한 행위’로 쟁점을 좁혀 “YTN 내부 규정이나 직무수행윤리 등을 위반한 것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김 부장이 취재기자들에게 류 부장의 제보자 접촉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취재기자들에게 삼성 측을 접촉한 사실을 알려야 할 취재윤리나 사내 규정상 의무가 있다고도 보기 힘들다“며 ”이를 취재윤리 등에 반하는 취재 방해 내지 데스크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과 접촉한 행위’와 관련해 “언론 보도가 누군가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경우 그에 관해 당해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은 취재 윤리상 필요하다”며 “보도와 관련하여 삼성측 입장을 듣기 위한 접촉이 어느 시점에서는 필요한데, 김 부장이 취재 초기에 사회부장의 제보자 취재와 병행하여 삼성측과 접촉한 것을 두고 취재윤리나 규정에 반하는 ‘선행 취재 없는 접촉’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김 부국장은 26일 2심 재판 결과를 사내 게시판에 올리며 “2심 재판부는 1심의 오류를 바로잡아 징계대상 행위를 두 가지로 특정하고 두 행위 모두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며 “다행히 회사 측의 항소에 따라 2심이 진행됐고, 2심 재판과정에서 이러한 오류가 바로잡히지 않았다면 제 누명 가운데 절반은 벗겨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사 인사위원회를 주도한 소수 인사위원들은 징계와 관련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정하지도 못한 채 ‘답정너’식으로 취재 무산의 책임을 지라고 강변했고, 당시 인사위원장은 사장 내정자가 됐다”며 “구체제 시절 회사를 분열로 이끌었던 일부 간부들처럼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가 당사자의 고통을 연장할지, 아니면 미래를 향한 포용의 자세를 보여줄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YTN은 대법원 상고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판결문을 23일 송달받아 2주 이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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