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홍명보 자선축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어느 때와 다르게 처음으로 실내 체육관에서 풋살 형식으로 열려 경기도 박진감 넘치고 색다른 흥미를 가져다줬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 뿐 아니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주역들이 상당수 출전해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론 현역 선수로 지금도 왕성한 활약을 펼치거나 지도자로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천수, 안정환 등 오랫동안 가깝게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선수들의 모습에 반가움을 표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K리그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이 뜻이 내년에 성사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는 바로 전북 현대 이동국이었습니다. 또 이동국 못지않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기여한 울산 현대 설기현의 활약도 빛났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K리그에서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던 선수는 제주 유나이티드 김은중이었습니다. 이른바 올드 스타, 꽃중년 선수들의 활약이 최근 주류를 이루면서 앞으로 이천수, 안정환 뿐 아니라 김남일, 이관우 등의 이른바 '30대 스타 출신'의 국내 복귀가 K리그 출범 30년을 맞이해 줄지어 이뤄질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안 축구팬들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던 선수들의 복귀가 K리그 흥행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지 상황을 재미있게 봐야 한다는 겁니다.

▲ 18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홍명보 자선축구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쉐어 더 드림 풋볼매치 2011'가 열렸다. 사랑팀 최성용, 홍명보, 김태영, 안정환, 이천수와 희망팀 최용수, 이영표 등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귀 추진 옛 스타들, 가능성은 반반

현재 의욕적으로 K리그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이천수입니다. 지난 2009년 전남 드래곤즈와의 불미스러운 일로 임의 탈퇴 징계를 받고는 카타르, 일본 등을 전전했던 이천수는 축구 선수의 마지막만이라도 꼭 K리그에서 불태우기 위해 내년 시즌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남과의 꼬인 관계를 푸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활기찬 플레이로 소속했던 팀에 힘을 불어넣었던 그의 활약을 보고 싶은 팬들이 적지 않아 전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안정환의 복귀는 상당수 축구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다 2009년 중국 다롄으로 이적했던 안정환은 계약 기간 만료로 고별 경기를 치른 뒤 현재 소속팀이 없는 상황이어서 '올드 스타' 가운데서는 가장 복귀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경기를 소화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고 복귀 가능성이 50대 50이라고 말해 본인 의지에 따라 K리그 복귀냐 은퇴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톰 톰스크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온 김남일, 그리고 구단과 계약을 하지 못해 1년간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던 이관우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조용하게 K리그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케이스입니다. 모두 팬층이 두텁고 개성 있는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인 만큼 K리그 복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옛 스타들의 복귀가 의미 있는 이유

이들의 복귀는 출범 30년을 맞이하는 K리그에 상당한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현재도 소속팀 별로 스타급 활약을 펼치며 인정받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에서 스타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스타급으로 떠오른다 해도 곧바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K리그 하면 딱 기억에 남는 선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K리그, 한국 축구가 흥행하고 관심 받는 데 큰 기여를 한 옛 선수들을 잘 활용하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은 K리그에도 적지 않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K리그의 흥행을 위해 또 옛 스타, 30대 선수들에 의존해야 하는 것 자체가 K리그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 선수들이 갖고 있는 스타성, 가치를 언제든 그 나라 축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리그에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스타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후배들에도 귀감이 됩니다. 그냥 같이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K리그에도 10년 이상 프로 경력을 지닌 이들의 활약을 갖고 더 많은 화젯거리를 양산하고 K리그 역사 가꾸기 작업에도 분명 좋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많은 팬들은 K리그에서 스타를 보고 싶어 합니다. 젊은 선수들이 자생적으로 실력을 갖추고 덩달아 스타성을 만들어야 하기도 하겠지만 이미 스타성을 갖고 있는 선수들의 변치 않는 활약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그라운드에 나설 때 모든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치고 이름을 연호할 수 있는 그런 선수 말입니다. 그런 선수가 바로 K리그를 크게 들뜨게 했던 옛 스타 선수들입니다. 이미 이동국, 김은중, 설기현, 이운재, 김병지 등을 통해 이는 증명됐습니다. 옛 스타들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면 그만큼 K리그의 가치도 높아집니다. 그만한 가치를 지닌 옛 스타 선수들의 K리그 복귀 타진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K리그 팀들의 적극적인 관심 역시 덩달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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