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현정이 연기가 아니라 토크쇼 진행을 한다고 합니다. 요즘 개그계의 신사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도 바닥을 치고 있는데 고현정이 토크쇼 진행을 한다니요, 기대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네요. 종편 개국으로 여배우들이 연기할 드라마도 많아졌는데, 왜 고현정이 예능에 발을 들여놓을까요. 사실 '고현정쇼' 얘기는 지난해 말 그녀가 SBS 연기대상을 받을 때 나왔던 얘기입니다. 당시 SBS와 고현정간의 빅딜설(연기대상과 고현정쇼)이 나돌았었는데요, 고현정측에서 극구 부인하는 바람에 유야무야됐다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고현정측도 부인하지 않는 걸 봐서 내년에 고현정 이름을 건 토크쇼가 나올 것 같은데요, '고현정쇼'가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이유는 뭘까요?

토크쇼는 연기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고현정은 귀가시계라는 '모래시계'를 통해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MBC '선덕여왕'을 통해 연기자로서 인정을 받았죠. 드라마나 영화는 대본에 나온 대로 연기를 하면 되지만, 토크쇼는 임기응변과 재치, 순발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토크쇼도 대본이 있지만 진행자가 작가의 대본대로 한다면 재미가 있을까요? 고현정의 진행 능력에 우려를 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설적인 말투입니다.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툭툭 내뱉는 말이 듣기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된 말로 성깔 있게 들리는데요, 토크쇼 진행자로선 이런 이미지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고현정은 다듬어지지 않은 시상소감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대물'에서 대통령역을 맡아 연기했는데, 수상 전 '자이언트'의 이범수나 정보석이 연기대상감이라는 말이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상은 고현정이었는데요, 여론과 달리 대상을 받았다면 수상소감에서 최대한 겸손을 표해야 하는데 완전 딴판이었어요.

그녀는 '다들 저만큼 기쁘시리라 생각합니다.'라며 당당하게 말문을 연 후 '저는 오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저희가 드라마를 만들고 연기하고 모든 스태프들이 이 작업에 참여할 때 그 결과물이나 과정이나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배우가 어떻네, 저 배우가 어떻네 하면서 시청률 가지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는데요, 여기서 '시청률 가지고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라는 말 때문에 고현정은 대상을 받고도 축하는커녕 비난만 받았지요.

이외에도 '시상식 안 나오는 배우로 유명한데 그게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오지 말라 그래도 나오고 싶을 땐 이렇게 나온다'는 등 미운털이 박히는 얘기만 골라서 하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여기서 1년 전 얘기를 다시 꺼내는 건 '고현정쇼'의 태동이 이미 연기대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고현정이 수상소감에서 시청률 가지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요, 이는 역설적으로 '대물'이 '자이언트'에 비해 시청률면에서 한참 뒤졌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말입니다. 그런데 고현정에게 대상을 안겨준 건 SBS가 고현정을 MC로 내세운 토크쇼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나돌았는데, 비난 여론 때문에 잠복했다가 내년에 추진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기도 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과연 시청자들이 고현정쇼를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고현정의 말은 다듬어지지 않은 직설적 화법이 툭툭 튀어나오기 때문에 게스트를 배려하고 아울러야 하는 토크쇼 진행자로서는 마땅치 않다고 보는 겁니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그녀는 사회자 이휘재와 질의응답을 갖던 중 이휘재에게 '미건 거 아냐?'라는 황당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요. 당시 이휘재는 '생방송 중에 무슨 막말입니까'라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 말이 얼마나 논란이 많았으면 MBC가 재방송에서 이 말을 빼고 방송했을까요. 지금 주병진도 '토크콘서트'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데, 거침없는 말투를 쓰는 고현정쇼가 인기를 끌까요? 솔직히 걱정됩니다.

혹자는 고현정의 직설적 화법이 오히려 토크쇼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녀가 인터뷰나 예능에서 보였던 거침없는 화법이 매력이란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연기가 아닌 고현정의 말투는 거침이 없어 보이지만 시청자를 무시하는 건방, 안하무인 태도가 강합니다. 만약 시청자를 하늘로 생각했다면 '시청률 가지고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란 말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시청률은 드라마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평가 잣대입니다. 배우의 연기력을 시청률로만 평가한다고 볼 순 없지만, 배우가 시청자들을 향해 평가하지 말라고 훈계하는 듯이 말하는 태도는 누가 봐도 시건방의 극치였으니까요.

어디 시청자들뿐이었나요? 시청률에서 죽을 쑨 '대물'에 비해 60부작으로 작품성과 완성도,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등 모든 면에서 앞섰던 '자이언트'의 정보석, 이범수에게 고현정은 '정보석 선배님, 이범수 씨 대상 제가 받아도 괜찮은 거죠?'라고 했는데요, 가뜩이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두 사람을 또 한번 죽이는 말까지 한 것을 보면 토크쇼에서 게스트들에게 함부로 말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건 천지차이인데, 솔직함과 털털함이 좋다며 거침없이 함부로 말한다면 게스트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기분도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팬이지만, 고현정쇼는 몇 회 만에 망해버린 '박중훈쇼'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물론 아직 뚜껑을 열지도 않았는데, 무슨 초를 치는 말을 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지난해 대상 수상소감이나 그녀가 인터뷰에서 보인 말투, 화법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가잖아요. 고현정의 솔직함, 소신이 토크쇼에서 어떤 새바람을 일으킬지 모르지만요, 솔직함 이전에 시청자들은 상대를 배려하는 겸손함을 더 보고 싶어합니다. 고현정은 자신이 소신 있고 쿨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쿨함을 넘어 시청자들을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이는 토크쇼 진행자로서 맞지 않다고 봐요. 연기에 있어서는 고현정 능력을 인정하지만 토크쇼 진행자로서는 솔직히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큽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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