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는 게이 드라마였다? 들어가는 말이 좀 선정적이지만 그럴 만도 한 것이 SBS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 후보에 바로 도휼커플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총 12커플이 후보로 선정되었는데 그 중 남남 커플은 단연 한석규와 조진웅 두 사람뿐이다. 이렇게 남자끼리 커플상 후보에 오른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라 누리꾼들은 희희낙락하는 반응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와 무사 무휼에게는 남녀상열지사 이상인 군신유의의 의리와 정이 존재했다. 아니 때로는 남녀상열지사를 오해케 하는 노골적인 애정대사들이 돌출하기도 했다. 급기야 내금위장의 무휼의 입에서 투기하는 여인네 취급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이러니 이들 사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도휼커플이 연기대상의 후보까지 오르게 된 근본 원인은 이들이 각각 뿌리깊은 나무의 최고 인기몰이를 한 것에 있다. 세종과 무휼은 사실상 드라마 속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특히 무휼의 경우는 대사의 대부분이 “전하”였다. 이는 사극에서 주로 내관이 맡아 하는 일이다. 그것을 무휼이 다 하니 결국 배역에서 내관이 사라진 드문 광경을 보이게 됐다.

내시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보통 사극에서 감초역할을 하기 위해서 개그맨이나 코믹한 조연을 등용하는데 사실 뿌리깊은 나무에도 그런 배역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한 노골적인 코믹연기는 도휼의 코미디에 빛을 바라고 말았다. 이도 무휼 두 사람은 뿌리깊은 나무의 유일한 러브라인인 강채윤, 소이 커플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애틋함을 보인 것도 모자라 조연들의 감초 몫까지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런 때문에 뿌리깊은 나무 종영시기에 가까워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도커플을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로 만들자는 격문(?)이 줄기차게 올라왔다. 그래도 남남커플을 과연 베스트 커플 후보로 올릴 거란 생각은 사실상 어려웠다. 베스트 커플이란 연인관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SBS는 이들을 베스트 커플 후보에 올렸다. 연예대상이라면 몰라도 연기대상으로는 이만한 파격은 없다.

거기다가 이들이 수상자가 된다면 이는 뿌리깊은 나무가 준 최대의 충격파인 동시에 대단히 유쾌한 일이 될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팬들이 남남 커플을 베스트 커플로 강력하게 민 것도 그렇지만 이를 받아들인 SBS도 대단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연기대상보다 베스트 커플상 수상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정도로 이도 커플의 수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왕에 파란을 일으킨 이상 이도커플이 상을 받는 즐거운 장면도 기대가 된다.

- SBS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 투표 바로가기 .

디시인사이드 뿌리깊은 나무 갤러리에 가면 이도커플에 대한 기상천외한 패러디들을 찾아볼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