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대기발령’이라는 징계성 인사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대기발령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에 SBS의 행보를 규탄하는 언론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최상재 전 위원장은 언론노조 위원장을 맡은 지난 4년여 동안 3차례 이상 언론관련법 저지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한나라당의 언론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담을 넘기도 했고, 검찰의 기소로 시작된 관련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머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프레스센터 앞에서, 자신의 집 앞에서 각각 경찰에 강제 연행되기도 했으며, 경찰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아울러, 언론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며 단식과 함께 1만 배를 진행한 바 있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2009년 10월22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언론법에 대한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며 만 배를 하고 있다.ⓒ송선영
최근 SBS는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직무수행에 영향이 있는 자는 대기를 명할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을 이유로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조중동방송 저지’를 내걸고 세 차례의 언론관련법 총파업을 지휘한 최 전 위원장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아무런 직무 주지 않았던 SBS, 이제와 직무수행에 영향?

하지만 이번 SBS의 대기발령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언론계 내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 SBS는 최 전 위원장이 언론노조에서 SBS로 복귀한 뒤 소속 부서를 발령했으면서도 명확한 담당 업무를 주지 않았고, 이에 최 전 위원장은 아무런 직무도 수행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직무수행에 영향이 있는 자”로 최 전 위원장을 분류해 대기 발령을 통보한 것이다.

현재 최 전 위원장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태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법정 출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직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SBS는 대기발령 기간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최 전 위원장에게 사실상 징계를 내린 셈이다.

더욱이, 최근 우원길 SBS 사장은 편성위원회에서 노조 관계자들을 향해 “언론노조가 할 일은 조중동을 비판하는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위원장은 조중동 방송의 등장 자체를 막기 위해 가장 앞서 투쟁한 바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1일 서울 목동 SBS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BS를 향해 “최상재 전 위원장에 대한 대기발령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발령, 즉각 철회하라”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1일 서울 목동 SBS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BS를 향해 “최상재 전 위원장에 대한 대기발령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먼저, 최 전 위원장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SBS 사주 윤석민의 폭거”라고 한 마디로 규정했다. 이와함께 최 전 위원장에 대한 대기발령 철회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SBS 경영진을 향해서는 “하물며 일반기업도 아닌 언론사라면 사회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동조합과 대화하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국민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이 언론사의 기본이자 정도”라며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공공재인 지상파를 기반으로 자기 자본의 무한증식만을 탐욕적으로 꾀하는 언론사주는 결코 영속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인들도 한 목소리로 대기발령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대표, 윤세영 SBS 회장을 언급한 뒤 “최상재에 대한 대기발령을 통해 얻는 게 뭐냐”며 “최상재에 대한 대기발령은 개인에 대한 징계가 아닌, (언론인들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민 언론노조 SBS본부 본부장도 “SBS에서 온갖 영화를 누리던 하금렬(대통령실장), 최금락(홍보수석)은 청와대에 간 반면, 언론 공공성을 높이려 하던 최상재 전 위원장은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규탄한 뒤 SBS를 향해 “즉각 대기발령을 취소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 또한 윤세영 SBS회장을 직접 거론하며 “즉시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며 “만약 징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몇 배에 해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촛불시민’으로 지난 4년 동안 언론노조 투쟁을 함께 했던 한 시민도 마이크를 잡고 “일개 기자도 아닌 노조위원장을 징계하려는 것은 무식한 행태로 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진보하는 것이 아닌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던 위원장을 높이 모시지는 못할망정 징계하려고 한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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