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취재원에게 여권 인사 비리정보를 알려달라 강요한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이 판결의 결론이 결코 피고인들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이 전 기자와 공범으로 기소된 후배 백모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과 이 전 대표 대리인 지모 씨(일명 '제보자X')를 만나 한 말들이 강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요죄가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등의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것만으로 검찰과 구체적으로 연결돼 있다거나 신라젠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피해자에게 인식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날 판결 결론에 앞서 "피고인은 공신력 있는 언론사의 기자임에도 특종 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했다"며 "그 가족에 대한 처벌가능성까지 운운하면서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또한 후배기자와 함께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해 선처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취재원을 회유하려고도 했다"며 "이런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서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 판결의 결론이 결코 피고인들이 행한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피고인들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판 이후 이 전 기자측은 "검언유착을 내세워 무리한 수사를 누가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밝혀야 할 시간"이라며 "어떤 정치적 배경으로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정치적 외압은 없었는지, MBC와의 '정언유착'은 없었는지 '동일한 강도'로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검사도 이날 입장을 내어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며 "이제는 그 거짓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동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TV)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 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채널A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취재원에게 가족에 대한 수사 등을 언급하고,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통화 녹음파일을 들려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전 기자는 회사 진상조사 직전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을 초기화했다. 이 전 기자 행위에 채널A 윗선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는 이 전 기자의 보고를 받은 책임자들의 관련 기록이 모두 삭제돼 확인이 불가한 상태다.

이 전 기자는 MBC 취재가 시작되자 '반박 아이디어' 문건을 작성하고 한 검사 녹음 일부를 목소리가 비슷한 후배기자가 녹음하게 하고 제보자를 만나 다시 들려주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 전 기자는 후배인 백 기자에게 한 검사와의 통화에서 '수사팀에 말해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전 기자는 현재 해당 통화내용을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기 위해 그렇게 표현한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8월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며 공소장에서 한 검사와 이 전 기자가 통화, 보이스톡,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총 327회에 걸쳐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협박성 취재를 하던 시점 전후로 이 같은 연락이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 간 대화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카카오는 2014년부터 자체 서버에 있는 모든 메시지를 1~2일치만 남기고 자동삭제 해왔다. 또 한 검사는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협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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