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차례도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영향력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부산일보·MBC 등 언론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공익 재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실질적인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곧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수장학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2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사옥 13층 대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정수재단 반환의 정당성과 방법, 그리고 언론 공공성’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박근혜 전 대표 영향력 아래에 있는 정수장학회를 사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재편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과거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은 바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현재 표면적으로는 정수장학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이사장 및 이사진이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정수장학회가 박 전 대표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실소유주 논란이 있다.

▲ 2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사옥 13층 대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정수재단 반환의 정당성과 방법, 그리고 언론 공공성’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미디어스
먼저, 토론에 앞서 지난 2005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에 대한 과거사를 조사한 바 있는 안병욱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강탈 사건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사회 여론이 상당히 좋았다. 그래서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기대했는데 유야무야 되면서 오늘까지 (논란이) 이어졌다”이라며 “박 전 대표의 그 동안 행적을 보면 ‘최소한의 양식’이라는 전제를 붙일 수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수장학회 모임 상청회, 선거 조직으로 전환 될수도”

발제를 맡은 한상혁 변호사는 “단 한 차례도 정수장학회가 박근혜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며 정수장학회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소유권을 국민에게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먼저, 정수장학회의 이사 선임 권한이 이사회에 있는 것과 관련해 이사추천위원회 설치 또는 주무관청, 시민단체 추천을 받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실질적인 공익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 선임 구조를 바꿔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수장학생 모임인 상청회을 언급하며 “박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이 조직이 선거 조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 지부장도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상천회, 청오회라는 조직이 있다”며 “(일반적인) 장학생 모임과는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졸업하면 당연히 박근혜 외곽 조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만 명 가량이 있는데 주요 요직에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더 나아가 현 정수장학회의 문제와 관련해 “정관은 이사회에서 이사를 임명하고 이사장을 호선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 최필립 이사장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최 이사장 본인과 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두 사람만이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산일보와 MBC 지분 뿐 아니라 부동산, 예금 등 상당한 자산이 있지만 이 부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반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방법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다”며 “박근혜와 관련이 있는 이사진이 나오고, 기존 이사 5명 가운데 1~2명이라도 공익 이사를 두는 등 교육청이나 관련 단체들의 견제나 간섭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는 재단인 만큼 공적인 책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일보 투쟁, 올바른 언론의 역할 위한 정당한 주장”

이 자리에서는 현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하며 편집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일보 노조의 투쟁이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지극히 정당한 투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발제를 맡은 윤영태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부산일보 노조의 편집권 독립 투쟁과 관련해 “노조가 정수재단과 부신일보 회사 쪽으로부터 편집권의 자율성과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서구에서 전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자유 언론 사상에 비춰봐도 전혀 급진적이거나 좌파적인 주장이 아닌, 전통적인 언론 자유 사상에 입각한 행동이고 정당한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와 관련해 “노사 간 구두 또는 약속을 통해 편집권을 보장하거나 사장 추천 방식 등에 대해 약속을 해야 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정수장학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결국 부산일보가 부산 지역에서 올바른 언론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데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호진 부산일보 지부장은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 강진구 언론노조 경향신문 지부장을 향해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한 공동 대책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수장학회는 경향신문 사옥 부지 700평을 소유하고 있다.

정영하 본부장은 “이 문제는 부산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독립의 문제라는 데 100% 동의한다. 현재 부산일보에서 진행될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MBC의 문제”라며 “MBC도 동일한 차원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경향신문 지부장도 “오늘을 기점으로 앞으로 3개 언론사 노조위원장이 머리를 맡대고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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