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되자 TV조선·채널A를 소유한 조선·동아일보의 비판이 거세다. 과거 정 전 사장에 대한 불법 강제해임 논리를 제공한 이들 신문은 5기 방통심의위가 지난 5개월 간 출범이 미뤄진 사실을 제거하고 정부·여당 추천 위원으로 먼저 출범하는 것에 대해 '위법' 딱지를 붙였다.

13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사설 <정연주와 민언련의 방송심의위 장악, 또 정권 말 '文 전위대'>, <방심위원장 할 사람이 논란 많은 정연주밖에 없나>를 게재했다. 주된 비판논리는 정연주 전 사장이 대표적 친여 인사로 정파적이라는 것, 야당 후보 아들 병역면제 논란을 비판했지만 자신의 두 아들은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것 등이다.

2021년 7월 13일 조선·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정 전 사장을 '방송 문외한', '내로남불의 원조' 등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을 '현 정권의 친위대', '돌격대' 등에 비유하며 "이렇게 극도로 편향된 인물들이 방송 심의를 한다고 한다. 정권 말에 검찰을 정권 방패막이로 만든 데 이어 방심위를 통해 방송도 장악하고 위협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편향성 논란이 있는 인사를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구의 수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방송 길들이기"라며 "직접 칼자루를 쥐고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고 뭔가"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5기 방심위가 정부·여당 몫 추천 위원으로 먼저 출범하는 것을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여권 몫 추천위원 6명만으로 방심위를 구성하고, 위원장까지 선출하는 것은 법 절차를 어기는 일"이라며 "야당 몫 추천위원 3명도 함께 참여해 방심위를 정상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는 정 전 사장을 위원장에 앉히겠다는 구상을 포기하고 다른 중립적 인사를 대안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문화일보, 매일신문, 세계일보 등이 정 전 사장 임명 반대 사설을 썼다.

특히 조선·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반대는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당시 보도태도를 살펴보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 전 사장은 2003년 참여정부 시절 KBS 사장에 올랐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제해임됐다.

당시 감사원은 정 전 사장에 대해 부실경영 등을 이유로 해임을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KBS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해임을 결정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KBS와 국세청 간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원을 환급받은 것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KBS 승소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포기해 KBS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다.

이 과정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은 정 전 사장 해임논리를 제공·확산시켰다. 정 전 사장 해임 당시 여당 추천을 받은 KBS 이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서 정 전 사장의 배임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좌편향' '비도덕적' 등을 정당한 해임사유로 보도했다.

KBS 이사회가 정 전 사장 해임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기로 한 다음날인 2008년 8월 9일,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에 해임 사유가 적시됐다. 대표적으로 동아일보는 총 10가지의 정 전 사장 해임사유를 적시했는데, '시위대가 경찰 옷을 벗기고 폭행했는데 취재를 안했다', '수신료 인상 설득에 실패했다', '메인뉴스가 왜곡됐다', '회사소송자산 포기' 등이다.

2008년 8월 9일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그러나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과 검찰의 기소는 2012년 대법원에서 각각 무효·무죄로 확정됐다. 관련 소식에 대해 조선일보는 침묵했고 중앙·동아일보는 단신 처리했다.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은 유죄판결의 가능성이 없음에도 공소를 제기했다.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의 과오가 있다"며 검찰총장 사과를 권고했다.

또 이들 신문은 5기 방통심의위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맥락을 다루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5개월여 간 정 전 사장 내정설 등을 이유로 위원 추천을 거부해왔다. 그 사이 방통심의위 구성 지연으로 누적된 심의 건수는 디지털성착취물 심의 1만여 건을 포함해 14만여건에 이른다.

아울러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 12일(예비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까지 구성되어야만 했으나 시한을 넘긴 상태다. 공직선거법은 '방통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방송심의위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정부·여당 몫 위원 추천을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통심의위 설치와 관련해 총 9인의 방통심의위원은 국회의장 3인, 소관 상임위 3인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정치권의 책임방기로 인한 출범지연을 막을 수 없는 제도정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밝힌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주요 방송사별 방송심의 의결 현황에 따르면, 방통심의위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TV조선(355건)이었다. 이어 MBC 284건, 채널A 213건, KBS 194건, SBS 190건, MBN 130건, JTBC 114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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