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 여자 핸드볼은 성과보다 과제, 아쉬움이 더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면서 대표팀 전력도 많이 좋아졌고 결국 런던올림픽 본선 티켓을 가뿐하게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얼마 전 끝난 세계선수권에서는 2001년 이후 처음으로 8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여기에다 여자핸드볼 강팀으로 늘 꼽혀왔던 용인시청 팀의 해체 위기는 여자 핸드볼의 아픈 단면을 또 한 번 드러냈습니다. 핸드볼 영화 우생순(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 흥행, 잇따른 팀 창단 등으로 르네상스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전부터 이어졌던 악순환은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그리고 여자 핸드볼이 '큰 관심'을 받는 올림픽의 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바쁜 한 해 속 올림픽 티켓 따낸 '장한 우생순'

사실 올해 여자핸드볼은 올림픽 못지않은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2월 SK핸드볼코리아컵, 4-7월 SK핸드볼코리아리그 등 국내 대회 일정 소화를 시작으로 4월 한일정기전, 10월 런던올림픽 아시아예선, 12월 세계선수권까지 국가대표팀 일정도 비교적 빡빡하게 이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연중 내내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훈련하고 경기를 펼치다보니 체력적으로 부담도 있었을 것이고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런던올림픽 티켓 획득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아픔을 말끔하게 씻고 다시 아시아 최강의 면모를 과시하며 자존심을 회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이 광저우의 냉탕을 맛보고는 굳은 의지와 패기로 큰 경험을 쌓은 것도 인상적인 성과로 기억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미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김온아를 비롯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류은희, 이은비, 심해인 등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며, 그야말로 '새로운 우생순'팀의 틀이 갖춰진 것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우리에게 해설자, 핸드볼 스타로 익숙한 강재원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 역시 주목할 만했습니다.

▲ 한국여자핸드볼대표팀이 2012 런던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예선 풀리그 5차전에서 일본을 이기고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권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쉬운 세계선수권보다 더 아쉬웠던 용인시청 해체 위기

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 '새로운 우생순'팀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11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1년 내내 시즌을 뛰다보니 주력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세계선수권보다는 올림픽에 더 집중하려 하다 보니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꾸준하게 이어왔던 8강권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국가대표는 그래도 성과와 과제가 뚜렷하게 있었다고 하지만 여자핸드볼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약간의 진보가 있었다 해도 또 한 번 씁쓸한 아픔을 맛봤던 한 해였던 게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용인시청팀의 해체 위기입니다. 베이징올림픽 후에 여러 팀이 생겨났지만 벽산건설, 정읍시청 팀이 해체된 데 이어 용인시청도 해체 위기를 맞으며 또다시 해체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가 나온 한 해를 맞았습니다. 최태원 핸드볼협회장 취임 이후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성인 팀이 잇따라 창단과 해체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여자 핸드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점에서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올림픽의 해' 또 한 번의 쾌거와 내실 있는 미래 기대한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낸 여자핸드볼은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의 해'에서 또 한 번 중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베이징올림픽 이후 분명히 성과는 있었습니다. 대기업 회장의 취임 이후 꿈나무 육성, 튼실한 재정 여건 등은 핸드볼 발전의 초석을 닦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대표팀 역시 젊고 패기 있는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대 올림픽 후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이어가고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가야할 길은 멉니다. 팀 해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 등 나타나지 말아야 할 악순환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핸드볼계는 여자 핸드볼이 내년 런던올림픽에서도 큰일을 해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제외하고라도 1984년 LA올림픽부터 7개 올림픽 대회 연속 4강권 성적을 계속 냈고, 그사이에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낸 여자 핸드볼이었습니다. 또 한 번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성적을 확실하게 낸다면 여자 핸드볼에 대한 관심은 한껏 더 높아질 것입니다. 세대교체 후 지금껏 아시아선수권 우승, 런던올림픽 티켓을 거머쥐는 등의 성과를 냈어도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실패, 세계선수권 11위 등 냉온탕을 오간 성적 때문에 마음껏 웃지 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핸드볼에 의심을 가졌던 눈도 사라지고 확실한 사랑과 지원을 꾸준하게 받아 장밋빛 전망을 실행에 옮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핸드볼계 스스로 내실을 다지고 환경을 만들어 핸드볼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갖게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더 이상 선수들이 힘들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일 없이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 한 번의 우생순'을 향한 여자 핸드볼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활짝 웃는 모습이 가득한 2012년을 맞는 여자 핸드볼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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