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은 골프장을 좋아하나보다. 노무현 정권은 골프장의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했다. 클럽 하우스의 면적제한도 없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나서 관련규제를 조사해 풀도록 했다. 허가를 기다리던 230개 골프장을 일괄심사해서 처리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반값 골프장을 만든다며 논밭에도 짓도록 했다. 경기를 부양한다며 환경보존이나 식량안보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권기간 내내 경기가 살아났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골프장을 많이 짓겠다고 열을 올린다. 값싼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환경-입지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한다. 인-허가 기간도 산업단지와 같이 6개월로 단축한다는 것이다. 또 숙박시설을 갖춘 체류형 복합관광단지를 크게 늘리도록 대책을 강구한다고 한다. 4월까지는 골프장 건설을 촉진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노 정권에 이어 더 이상 무슨 규제를 없애겠다고 야단인지 모르겠다.

골프장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991년에는 60개였는데 2000년에는 150개로 10년 사이에 90개가 늘어났다. 그 후 2005년 220개, 2006년 247개로 더 빠르게 늘어 작년에는 276개로 증가했다. 현재 공사 중인 골프장까지 포함하면 400개가 넘는다. 지방차치단체마다 관광레저단지를 만든다며 골프장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그것까지 합치면 수년 내에 500~600개에 이를 전망이다.

▲ 내일신문 3월21일자 5면.
골프는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많이 친다. 그래서 근접성이 좋은 경기도를 주로 찾는다. 그 까닭에 경기도에는 골프장이 107개로 가장 많다. 경기도는 골프장이 전체면적의 1%나 차지하여 전국의 평균비율 0.2%와 비교하면 5배나 높다. 골프장이 많다는 일본의 비율은 0.04%에 불과하여 한국이 국토에 비해 골프장이 얼마나 많은지 말해준다. 이런 판이니 경기도에는 신도시를 건설하려고 해도 지을 땅이 없다. 그래서 화성 신도시가 골프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겨우 자리를 잡는 꼴이 됐다.

노 정권이나 이 정권이나 골프장을 무더기로 짓겠다는 발상은 해외로 나가는 골프수요를 묶어 관광수지를 개선하겠다는 데서 나왔다. 문제는 수요예측이 얼마나 정확한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로 나가는 골프 관광객의 50%를 국내로 끌어들인다고 해도 골프장 300개면 충분하다고 한다. 골프장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겨울철에 해외로 나가는 수요는 흡수할 방도가 없다. 40~60대와 달리 20~30대는 여과활용이 다양해 골프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전국에는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연경관-환경파괴, 농지오염-훼손, 지하수 고갈 등을 이유로 지역에 따라서는 단체장 소환운동도 펴고 있다.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완화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노 정권이 골프장을 무분별하게 허가하여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도 뒤를 잇겠다고 나섰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골프장을 많이 건설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중복투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제관료들이 골프장 경기부양론을 들고 나올 때마다 일본은 골프장이 2,440개인데 한국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도 1990년대 장기불황을 극복한다고 골프장을 무더기로 지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한해 평균 100개꼴로 도산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남쪽 지방의 골프장 회원권 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중복투자→공급과잉→집단도산으로 환경 망치고 치고 골프장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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