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인쇄매체에 대한 정부광고 집행 근거가 한국ABC협회 유료부수에서 구독자 조사로 바뀌게 됐다. 신문 유료부수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정부의 제도개선 방침으로 이에 대한 내용은 조선일보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는 유료부수 부풀리기 의혹의 당사자이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ABC협회의 부수 공사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향후 구독자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 삼는다. 전국 5만명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열독율 조사와 구독률 조사 등으로 구독자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건수, 자율심의기구 결과, 포털 제휴 현황, 인력 등의 지표가 활용된다. ABC협회에 지원했던 공적자금 잔액 약 45억원은 환수조치된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ABC협회가 유료부수 부풀리기 등을 해소할 제도개선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는 배경을 밝혔다. 문체부는 ABC협회에 17개 과제를 권고했지만 2건만 이행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ABC협회, 조선일보 CI

9일 주요신문 대부분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구독률·열독률 기반의 구독자 조사에 대한 실효성을 분석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부수조작은 중대범죄"라며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존폐 기로에 놓은 ABC협회의 입장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8일 조선일보는 기사 <ABC 協, 문체부 공사 자료 사용 중단 발표에 “단호히 대처할 것”>에서 ABC협회측이 문체부에 제3자 검증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현길 ABC협회 사무국장은 조선일보에 "우리는 문체부를 포함 한국언론진흥재단, 학계, 전문조사기관 등 제3자가 모든 부수공사 절차에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문체부에 제안했다"면서 "문체부 권고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문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사건의 본질은) 박모 전 사무국장이 직원들의 급여를 결재 없이 펀드에 불법으로 투자한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이 알려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부수 조작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며 “30년 가까이 ABC협회에 몸 담았던 인물이 저지른 파렴치한 행위"라는 최근 결성된 ABC협회 노조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10월경 옵티머스 펀드 가입자 명단이 드러나면서 ABC협회의 펀드 투자 사실이 확인됐다. 박 전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문체부에 ABC협회 신문 유료부수 조작의혹을 진정한 당사자다. ABC협회는 지난 1월 옵티머스 펀드 투자를 주도한 박 전 사무국장을 해고했다. 박 전 사무국장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달 이를 기각했다.

조선일보 8일 온라인기사 갈무리

중앙일보 관련 기사 제목에 '특정신문'을 넣었다. <특정신문 부수 부풀리기… 신뢰 잃은 ABC협회 결국 퇴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또 중앙일보는 구독자 조사 방침과 관련해 "자정의 기회를 줬지만 전혀 개선 의지를 볼 수 없었던 ABC협회를 제외하는 방식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다면 중립성·객관성·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열독률 등은 조사 주체, 의도에 따라 왜곡 가능성이 있다"(황근 선문대 교수) 등의 의견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문체부, ABC協 인증부수 대신 새 방식 추진 전문가 “정부 나서면 언론에 입김 세질 우려”>에서 "새로운 기준 지표가 모호하고 부정확해 언론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접근했다.

동아일보 기사에서 조성겸 충남대 교수는 "열독률은 시장의 규모를 정교하게 조사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접한 경험이 있는 매체를 뜻하는 지표라서 매체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기에 부적절하다"며 "열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신문사들이 무가지(無價紙)를 남발한다면 신문 시장을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은 열독률이 매체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 샘플링 조사의 대표성·정확성·객관성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다.

한국일보 기사에서 허찬행 청운대 겸임교수는 "신문 구독률이 6.3%에 불과한데 전국 5만 명을 샘플로 할 때 실질적으로 지역지들이 조사에 잡힐 수 있을 것이냐는 한계로 보인다"고 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정파성을 가졌거나 종합편성채널을 가진 신문일수록 인지도가 높고, 열독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정부광고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많이 보는 매체에 많이 줘서 효율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양한 수용자에게 정부광고가 도달할 수 있을지 매체 전략을 신중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열독률 조사 샘플 수를 현재 5천명에서 5만명으로 늘리게 되면 좀 더 정교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지역지의 경우 지금도 지자체가 열외 등급으로 잡아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문가들은 에이비시 부수인증제의 신뢰도 추락 문제에 대해 '협회와 유력 신문사들이 자초한 것'이라며, '정부로서도 신뢰도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에이비시를 더는 공적자금 집행 지표로 사용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문제 제기를 통해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신문이 해외로 수출돼 과일 포장지로 쓰이는 등 협회가 발표한 판매 부수 현황과 동떨어진 정황이 꾸준히 공론화됐지만, 협회와 유력 신문사들은 침묵해왔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3월 자사에 제기된 부수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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