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ABC협회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문체부는 ABC협회가 제도개선 권고사항을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국민 5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 구독자 조사'를 실시해 정부광고 집행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문 구독자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맡는다. 또 ABC협회에 지원된 공적자금 45억 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점검 결과 및 정부광고 제도 개편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미디어스)

이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신문 구독자 조사’를 통해 구독률(신문 구독 여부)과 열독률(최근 1주일 동안 읽은 신문)을 파악하고,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조정 건수와 자율심의 결과 등을 합산해 정부광고 집행기준을 세워야 한다. 포털 제휴 여부, 언론사 인력 현황, 법령 준수 여부 등도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ABC협회의 신뢰성 회복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는 정부가 마련한 지표를 토대로 인쇄매체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문체부는 신문 보조금 및 지역신문발전특별법 사업에 적용되는 ‘ABC협회 부수’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광고법 시행령 개정은 올해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황희 장관은 “올해 정부광고 집행은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를 기준으로 할 것”이라며 “정부광고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새로운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10월까지 정부광고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ABC협회 가입 여부를 지역신문 지원 근거로 삼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정책적 활용 중단을 안내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ABC협회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정책적 활용이 중단되면서 신문사가 ABC협회에 가입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8년 ABC협회 가입사는 287개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9년 정부광고 훈령에 'ABC협회의 발행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잡지에 정부광고 우선 배정'이라는 규정이 신설된 후 가입사가 대폭 증가했다. 또한 문체부는 ABC협회에 지원된 공적자금 45억 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2019년 12월 기준 ABC협회의 기금자산은 44억 3500만 원이다.

문체부는 ABC협회가 공사방식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3월 16일 ABC협회가 발표한 신문사 유가율·성실율이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고 보고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ABC협회가 6월 30일까지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이 8일 '한국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점검 결과 및 정부광고 제도 개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브리핑 화면 갈무리)

황희 장관은 “ABC협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니 제도개선 요구안 17건 중 10건은 불이행됐고, 5건은 이행이 부진했다”며 “ABC협회의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종합적 불이행’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황희 장관은 “공사원 무작위 배치, 조사 통보 기일 단축 등을 개선하라고 했으나 ABC협회는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답했다”며 “지난달 발표된 방송사업 겸영 신문사 부수공사에서도 권고사항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가 실시한 신문지국 현장 조사가 무산된 것도 문제로 꼽혔다. 황희 장관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추가조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ABC협회는 지속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며 “20곳의 지국을 방문했으나 16곳은 지국장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적극적으로 제도개선과 추가조사에 임했어야 할 ABC협회가 협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 장관은 '여론조사를 통해 신문 구독률·열독률을 조사하면 지역신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조사 대상자가 5만 명이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황희 장관은 “물론 지역과 관련된 표본이 작다는 의견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조사에 소요되는 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문가 의견을 받아 제도를 보완하면 우려하는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황희 장관은 '언론중재위 직권조정 건수를 지표에 반영하면 언론사가 소송전을 불사할 수 있다'는 취재진 지적에 대해 “공감은 가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그러한 사례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중재위가 직권조정을 할 정도면 언론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 정부광고 집행기준에도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조정 건수, 자율심의 결과 등이 반영될 전망이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은 “방송사는 현행 기준에 의해서 진행을 하되 ‘사회적 책임 부분’은 앞으로 반영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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