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국경제 <日보다 높아진 최저임금...이래도 더 올리자는 건가>(5월 12일)

매일경제 <자영업자 10명 중 6명 “최저임금 동결 인하를”>(5월 17일)

국민일보 <자영업자 “최저임금으로 경영 부담...고용 여력 없다”>(5월 17일)

매일경제 <최저임금에 떨고 있는 소상공인 78% ‘내년 또 올리면 폐업 고려“>(6월 2일)

해당 기사들은 재계 발표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5월 12일 한국경제 보도는 전국경제인연합회, 17일 매일경제와 국민일보 보도는 전경련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 6월 2일 매일경제 보도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8일 탁종렬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최저임금 보도 괜찮으세요> 토론회에서 5, 6월 두 달간 신문 방송의 최저임금 보도 양상을 분석해 발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로, 5월부터 최저임금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민여러분 최저임금 보도 괜찮으세요?> 토론회 (사진=언론노조 유튜브)

대다수 최저임금 관련 보도는 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제연구원, 소상공인연합 등 기업·사업주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기업 측의 요구는 “최저임금 급등해 일자리 최대 43만6000개 사라졌다”, “최저임금 1만 원 되면 30만4000개의 일자리 감소한다”,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을 동결해도 폐업 고려하고 있다” 등이다.

반면 노동계 주장을 싣거나 재계 주장을 검증하는 보도는 거의 없었다. 5월 11일부터 7월 7일까지 재계 자료를 받아쓴 보도는 24개로, 같은 기간 노동계 입장을 전한 보도는 7건에 그쳤다.

5월 28일 부경대 고용인적자원개발연구소 문영만 연구위원의 발표 논문은 경향신문(<최저임금 16.4% 오른 2018년> 6월 21일)에서 한 차례 소개했다. 문영만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16.4% 오른 2018년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0.2% 증가했고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17.9%로 떨어졌는데 최저임금 영향을 크게 받는 임시·일용직의 감소폭이 컸다'는 논문 결과를 발표했다.

한겨레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최저임금 조사가 설문 방식에 문제 있다고 검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위기의 자영업, 최저임금 동결해도 10명 중 3명 이상은 한계 상황’이라는 보도자료를발표했다. 5월 11일부터 7월 6일까지 재계 주장을 검증한 보도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관련 기획 기사를 보도한 곳은 한겨레(6월 9일과 11일 <최저임금 '상생의 길' 찾자> 시리즈)가 유일했다.

탁 소장은 최저임금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저임금노동자의 목소리는 언론에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아르바이트노조, 장애인단체, 청년유니온 등 저임금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도한 곳은 서울신문, 세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으로 관련 기사는 7건이었다.

탁 소장은 “언론은 겉으로 영세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모든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면서 실제적인 해법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전선조합 홍성규 이사장이 6월 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중소기업이 힘든 이유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이 가격을 올리고 제품을 납품받는 대기업들은 가격을 후려치는 식의 불공정 행위 때문이지만 이런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탁 소장은 ”최저임금 보도는 기업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편향 보도, 검증과 기획 없는 보도, 기업 유불리에 따른 선택적 보도,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부정하는 보도 등으로 특정 지을 수 있다“며 ”이런 언론 보도는 ‘불평등 심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은폐하고 저임금 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 보도 모니터링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경인일보, 인천일보,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경상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탁 소장은 “방송사의 경우 대부분 소식을 전달하는 기사로 유의미한 분류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5월 11일부터 7월 7일까지 보수지, 경제지의 보도 제목 및 자료 출처 (자료제공=탁종렬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교분석 데이터의 문제를 바로잡았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주장에 대해 김 위원은 "오히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은 가장 낮은 인상율(2020년 2.9%, 2021년 1.5%)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또한 재계 주장과 달리 OECD 주요 회원국의 절대 최저임금을 보면 한국은 19달러 전후 수준으로 10여 개 회원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김 위원은 최저임금 논의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16개 법령과 31개 정책 사업(2018년)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위원은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 ‘사회적 기준을 설정하는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매년 노사간 반복되는 다툼의 논쟁에서 벗어나,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사회 전반으로 넓혀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고, 이러한 보도를 언론이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은 “최저임금 보도 핵심 문제는 사용자 입장에 편향돼 있다는 점이고, 이는 쉽고 자극적인 보도를 만들어내는 언론환경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기업 자료 받아쓰기식 보도로 인해 분석적 보도가 묻히거나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언론개혁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언론사 내 노동전문 기자 양성을 제안했다.

임동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모니터 팀장은 “최저임금 관련 보도를 보니 지난해 민언련이 분석한 최저임금 보도양상과 비슷했다”며 “2019년과 2020년은 금액만 달라졌을 뿐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일하게 보수·경제지에 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이미 주휴수당을 폐지한 나라들은 노사협의에 따라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다른 매체 보도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또다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억지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노동전문 기자 양성 등 개별 기자 역량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노동 관련 보도가 ‘일하다 죽지 않게’를 넘어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고민하는 보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사가 요구하는 금액과 이에 따른 대립을 중계하는 방식은 언론이 사회적 역할을 잊고 현상만 보여주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대립양상이 언론에 노출되는데 여기서 그치는 보도가 과연 최저임금 논의에 도움이 되는지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매번 양측의 기싸움만 보도해서는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사회적 합의를 진척시키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는 걸 잊지 말고 보도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결정을 통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언론이 심층적 보도를 통해 노동 구조적 문제들을 다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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