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의 꽃인 오페라 아리아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의 영광을 거머쥔 성악가가 있다. 바리톤 김기훈이다. 재작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자성악 부문과 ‘2019 오페랄리아’에서 아깝게 2위에 머물렀던 것에 대한 2년 만의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이메일로 만난 성악가 김기훈은 대학 시절부터 성취욕이 남달랐다. “단 한 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음만 붙잡고 연습실에서 화를 내고 울던 순간이 있었다.” 이런 지독한 성취욕 덕일까. 그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김기훈 [사진 제공=아트앤아티스트 ]

하지만 시련도 적지 않았다. 성악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그에게 성악이라는 방향타를 다시금 잡게끔 도와준 이는 연세대학교 김관동 교수였다. 군 전역 당시엔 성악가에게 치명적인 ‘성대 결절’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는 김기훈 성악가는 “저 스스로가 강한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제게 있어 성대 결절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대 결절이) 막상 닥치니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며 “잘 쉬는 게 매우 중요했다. 테너처럼 노래하라는 지도 아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라고 소회했다.

김기훈 성악가는 독일 하노버 슈타츠오퍼 오페라 무대에서 <리골레토>와 <장화신은 고양이>,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와 <실 잣는 세 여인>, <라 트라비아타>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이들 무대 가운데서 어떤 무대가 가장 인상적이었을까. 김기훈 성악가는 의외로 실수한 무대를 손꼽았다.

“첫 데뷔 무대가 아닐까 싶다. 마룰로라는 역할로 하노버 오페라 하우스에 처음 데뷔했다. 극 중에서 리골레토의 눈을 가려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동료의 팔소매를 찢어 눈을 가려야 했는데, 생각보다 찢어지지 않아 낭패를 봤다. 리골레토가 부랴부랴 눈을 가려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김기훈 [사진 제공=아트앤아티스트 ]

올해 1위를 한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오페라 아리아 콩쿠르에서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최종 결선 직전에 목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아무것도 안 하고, 말도 한마디 안 하고 평소 하던 대로 똑같이 먹고 자고 호텔에서 휴식을 갖던 중, 기적처럼 목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라고 한다.

해당 콩쿠르에서 1위를 했을 때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과분한 상이라는 것도 안다. 간절히 갖고 싶던 상이었지만 무대에서 만족스럽지 못해 다른 친구들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수상을 해서)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하나님이 정말 큰 선물을 주셨다.”라고 전했다.

김기훈 성악가는 어떤 성악가로 평가받고 싶고, 음악적 성취에 대한 앞으로의 목표와 다짐은 무엇일까. “바리톤 하면 바로 김기훈이라는 이름이 나올 만큼 상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세계 최고의 극장을 전부 다 섭렵하고 싶고, 관객과 큰 에너지를 주고받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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