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발행 중단, 노조위원장 해고, 편집국장 대기발령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부산일보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부산일보 대주주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부산일보 사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들이 아직도 재단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 논란이 거세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6일 오후 4시30분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4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겸임한 채 한나라당 대표로 17대 총선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이사장 사임을 촉구했고, 박 전 대표는 2005년 2월 정수장학회 이사장 및 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이자 자신의 최측근인 최필립씨를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일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가 △경영진 퇴진 △이사장 퇴진 △사장후보추천제도입을 요구하고 나서자, 회사 쪽은 이호진 노조 지부장을 해고했으며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회사는 노조 집행부 11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사장실 점거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에 대해서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14일 이호진 지부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해고 조치를 사실상 완료했다.

“박근혜, 발뺌하지 말고 사태 해결에 나서라”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6일 오후 4시30분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일보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향해 “발뺌하지 말고 결자해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먼저,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지부장은 “지금 노조가 싸우고 있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닌, 오래 전 정수장학회가 약속하고 합의한 내용들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라며 “사장 임명 절차를 사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50여년 전 남의 것을 상속 받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는 대선이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자신을 위해서라도 묵은 과제를 털고 새롭게 출발하는 2012년이 되길 바란다”며 “계속 모른 척 한다면 이 일의 책임은 박 전 대표가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언론 독립 지키기 위한 부산일보 투쟁 지지”

박근혜 전 대표의 책임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나왔다.

먼저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독립 언론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 부산일보 노조의 투쟁을 지지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부산일보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과거 1979년 부마항쟁이 박정희 독재와 맞서기 위한 투쟁이었자면, 지금 부산일보의 투쟁은 박근혜 독재와 싸우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부산일보 사태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선언하고 부산일보를 놔줘야 한다. 언론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도 “23년 전 이곳 부산일보에서 편집권 독립을 위한 투쟁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공정보도, 편집권 독립 쟁취를 외치고 있다”며 “편집권 독립을 누가 가로 막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의원은 ‘정수재단은 나와 관계 없다’고 얘기하지만 2005년까지 이사장을 맡은 뒤 자신의 아바타인 최필립을 임명했다”며 “부산일보 사장을 박근혜가 임명하는 것을 거부하는 게 노조의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일보의 투쟁을 지지하는 언론인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뿐 아니라 MBC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으며 경향신문 사옥을 소유하고 있다.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정수재단은 부산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MBC의 문제이자 경향신문의 문제”라며 “부산일보가 (정수재단 사회화를 위한) 투쟁의 앞에 섰다면, 뒤에 MBC가 있다.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당신이 앉혀놓은 유신잔재 최필립 이사장으로 인해 벌어진 이 모든 사태를 당신이 직접 책임지고 수습하라”며 “부산일보에서 벌어지고 잇는 노조 탄압과 편집권 유린 행위는 언론노조에 대한 전면전 선포”라고 맹비난 했다.

언론노조는 또 “부산일보 노조는 올 해 초 회사 쪽과 합의한 사장후보추천제가 꼭 아니어도 사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겠다는 유연한 입장이지만 최필립 이사장은 사장 선임에 대한 어떤 협의도 하지 않겠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식이라면 이번 사태는 희망버스처럼 전국적 여론을 부산으로 집중시켜 박근혜 의원에게 압박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적지 않은 정치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11월30일자 부산일보가 김종렬 당시 사장의 지시로 발행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시민들이 발행 중단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직접 나섰다.

현재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부산일보 독자들과 함께 ‘부산일보 11월30일자 발행중단으로 인한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소송을 준비하게 된 배경에 대해 “부산일보가 지역의 사랑을 받는 독립정론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며 “이에 부산일보 편집권을 침해하고 독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부산일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사원들의 편집권 독립과 정수재단 사회 환원을 지지하기 위해 손해배상청구 등 시민 소송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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