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사실확인 없이 작성된 기사가 남녀 갈등에 불을 붙였다.

뉴스1은 5일 <핫팬츠 女승객 쓰러졌는데 남성들 외면...3호선서 생긴 일 ‘시끌’>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보배드림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인용한 보도다. 게시글 작성자는 ‘어제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란 제목의 글에서 3일 지하철에 한 여성이 쓰러졌는데 남성들이 여성을 도울 생각을 하지 않았고 주변 아주머니, 젊은 여성들이 쓰러진 여성을 부축해 나갔다고 썼다.

(사진자료=뉴스1)

뉴스1을 시작으로 6일 조선일보 <남성들 성추행 몰릴까봐?...쓰러진 ‘핫팬츠 여성’ 모른척>, MBN <성추행범 몰릴까봐...지하철서 쓰러진 여성 외면하는 남성들> 등 많은 언론사가 확인취재 없이 해당 사건을 기사화했다. 뉴스 댓글란에는 ”여자들 자업자득이다“, ”내버려 둔 남성들이 공감 간다“, ”여자들 소리만 지르고 난리쳤겠지“, "성추행범으로 몰릴 텐데 나라도 안 돕겠다" 등의 반응이 달렸다.

유일하게 진위 여부를 확인한 언론사는 로톡뉴스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로톡뉴스에 “지난 3일 오후 6시쯤 압구정역에서 한 여성 승객이 쓰러진 사실이 확인됐다”며 “119 구급대원이 출동했고 해당 승객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의식을 되찾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남성들이 해당 승객을 외면했다’는 논란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그것까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쓰러진 여성을 119에 신고했다는 신고자가 “여성 한 명과 남성 두 명이 도와주었다”며 “핫팬츠도 아니었고 장화도 신고 있어 성추행이니 뭐니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6일 '네이트 판'에 올렸다.

언론인권센터는 6일 “취재없는 기사의 결과는 특정 성별에 대한 맥락없는 혐오와 비난으로 이어지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방치한 시민들의 무관심, 시민의식에 대해 지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여성’과 ‘남성’으로만 바라보고 보도하고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여성에게 남성이 도움을 줘도 되는가로 관점을 비틀고 ‘논란’, ‘갑론을박’, ‘시끌’로 이름 붙여 젠더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머니투데이의 6일자 <“쓰러진 여성, 꼭 남자가 도와줘야 해요? 여자들은 뭐하고요?”> 기사에 대해 “‘여성을 도와줘야 되는가'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것처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이 '핫팬츠'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번 사건을 논란거리로 만들고자 의도했다고 비판했다. 뉴스1이 게시글의 ’짧은 바지‘를 ’핫팬츠‘로 보도했고 이후 이 사건은 ’핫팬츠女‘, ’핫팬츠女승객‘, ’3호선 핫팬츠‘ 등으로 보도됐다. 심지어 한국경제는 해당 기사에 빨간색 핫팬츠를 입은 인물 사진을 사용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젠더문제는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불평등한 젠더 권력 구조가 기반이 된 것임에도 기자들은 매번 젠더문제를 성별 간의 싸움으로만 보도하고 있다”며 “이는 젠더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기자들을 향해 "이 지경까지 만든 것에 대해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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