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 종합편성채널 MBN 윤범기 기자가 <미디어스>에 글을 보내왔다. 더하거나 덜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게재한다. MBN 출연 논란을 둘러싼 내용으로 종편 MBN의 오늘이 담겨있다. 일독을 권한다.

MBN은 종편이 되면서 그레이트 빅엿을 셀프 시식했다. 보도 채널때는 최근 주중 시청률에서 YTN을 이기기도 했고, 100여 개의 채널이 난립하는 케이블에서 3,4위를 기록하던 MBN이다. 그런데 종편이 되면서 시청률은 급전직하했다. 뉴스를 보던 시청자들은 떠나갔고, 채널 번호도 바뀌었고, <왓츠업>과 시트콤들은 아직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것보다 더 문제는 언론으로서 MBN이 조중동과 한 묶음 취급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집회현장에서 MBN 카메라를 대하는 분위기가 이미 싹 바뀌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개국 둘째 날 오후 3시 <뉴스 M>에 출연을 약속했던 정봉주 전 의원이 출연을 펑크낸 것이다.

정 전 의원은 당일 오전 “종편에 대한 전선이 그어지는 상황에서 내가 나서서 선을 넘을 수 없다”며 “MBN에는 미안하지만 오늘 출연을 거부하겠다”고 트윗을 날렸다. 정봉주 전 의원을 섭외했던 담당 PD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나꼼수 출연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적으로 활약했던 곳은 MBN이었다. 실제로 정 전의원은 MBN 뉴스M에 출연해 진성호 의원과 1대1 토론을 벌인 것을 ‘MBN 대첩’으로 부르며 나꼼수에서 자랑하기도 했다. 그 출연 분은 MBN 팝콘영상으로도 편집돼 선거 기간 내내 방송을 탔다.

뉴스M의 담당 PD는 MBN이 조중동 종편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나꼼수 출연진과 도올 김용옥 선생 등을 연달아 출연시키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평소 막역한 사이라고 생각했던 정 전 의원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물론 정봉주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트윗에 담긴 ‘미안함’도 읽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MBN을 자주 활용했던 정치인으로서 “그래도 MBN은 조중동과 다른데?” 하고 주변을 설득해 줄 수는 없었는지….

MBN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MBN을 제대로 본 적은 있었나? MBN을 꾸준히 모니터하고 어떤 스탠스로 보도해왔는지 알고 비판하는 것인가? 그 동안 MBN의 보도 방향은 조중동과 달랐을 뿐더러 매경과도 꽤 달랐다. 40년 전통의 매경과 17년 역사의 MBN은 구성원이 젊은 만큼 멘탈리티도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MBN이 대단한 진보방송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비지니스 프렌들리였다. 하지만 최소한 언론으로서의 기계적 중립은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진보도 보수도 MBN을 통해 속 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언론의 역할이 그 정도면 된 거 아닌가? 꼭 누구를 적극 편들어야 하나?

개국 당일에도 전략적인 실수는 있었다.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인터뷰를 재방, 삼방하며 조중동과 확실히 차별화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정희와 문성근, 문재인 이사장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다뤄졌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중계 인터뷰를 YTN보다 먼저 내보낸 곳도 MBN이었다.

전선을 긋는 것은 좋다. 하지만 단순화의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 또한 진보 진영이 스스로 방송을 차리기 전까지는 새롭게 생긴 매체를 활용하려는 지혜도 필요해 보인다. 어차피 공중파 3사의 독과점은 그 자체로 문제였다. 정봉주 전 의원도 MBN 출연을 재고해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