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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출연은 십자가에 매달아야할 부역인가?'진보진영의 종편 출연, 어떻게 볼 것인가' 집담회
권순택 기자 | 승인 2011.12.16 09:24

진보 진영 인사의 조중동매경 종합편성채널 출연, 프로그램 제작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허지웅 영화평론가와 독립 다큐멘터리 이성규 PD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아일보> 종편 ‘채널A’의 영화프로그램에 출연한 허지웅 영화평론가에게 “나무 십자가에 매달아 공개 화형하자”는 극언이 쏟아졌다.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허지웅 평론가는 ‘부역자’라는 비판과 함께 “조중동 종편의 유일한 성과는 허지웅 밥벌이를 해결해 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종편출연 논란은 개인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방식으로 이뤄질 뿐, 누구하나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정남이 필요한 상황이다.

   
▲ 12월 14일 저녁 7시 신촌 위지안에서 언론연대, 문화연대 주최 '진보진영, 종편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권순택

지난 14일 <진보진영, 종편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안티조선운동사> 저자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종편에 출연하는 개개인에 대해 타격을 가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종편출연은 절대 안 돼’ 운동은 가능하지 않다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종편출연은 안 된다’는 기준을 잡으면 사실상 조중동매경의 모든 계열사까지 거부해야한다”며 “그러나 그런 식의 운동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삼성불매운동’을 예로 들어 “삼성이란 기업에 비판적 인식을 하고 있어 불매운동을 동참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공짜폰을 받으려고 삼성을 (어쩔 수 없이)쓰시는 분도 있다.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삼성 제품을 쓰게 되는 경우인데 이 사람들 전체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또한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대기업과 건설 보도에 대한 감시는 시민의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이들 신문에 삼성과 건설 광고 없이 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숨 걸어라’는 수준의 이분법 사고를 강요하게 되면 결국 <경향신문>, <한겨레>, <시사IN>은 존재할 수 없다. 이들 신문이 사라지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가?”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내편 네편’ 시각으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연아 선수가 정치적 발언을 하길 원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종편출연에 대한 지금의 이분법사고에서) 김연아 선수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더라도 사람들은 ‘삼성 돈 받고 피겨타면서’라는 비판을 가할 것”이라며 “스포츠 칼럼 웹툰 모두 포털을 통해야한다. 이들에게 역시 ‘여론을 왜곡하는 곳에서 밥 벌어먹으면서’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종편에 참여하는 진보적 교수가 있다면 종편을 통해 일할 기회를 얻게 되는 노동자들도 있다. 허지웅 평론가의 사례는 그 중간”이라며 “이들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는데 적절성과 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복받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 정치적 발언을 가로막는 기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종적 판단은 ‘충분히 고민한 개인’에게

김진혁 EBS PD(<지식채널e> 등 제작)는 “종편 출연을 진영의 논리대로 ‘네편’과 ‘내편’을 극단적으로 나누는 것은 경계해야한다”며 “비판할 수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최종적 판단은 개인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진혁 PD는 그러나 ‘충분히 고민한 개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과연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은 개개인이 감당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진혁 PD는 “언론인의 자세는 언론인으로서 사사로운 이익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전달자 역할”이라며 “어느 곳에서 일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조선, 중앙 등에서 일하는 것은 이 자세를 지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자의 종편 진출을 막을 수 있나’는 물음에 토론회 사회자인 전규찬 교수는 “조중동 종편에 간다고 하더라도 ‘하지 말라’고 말 못할 것 같다”, “오히려 거기에서도 가능할 수 있으니 기왕에 간 거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전규찬 교수는 “KBS가 이명박 정부 이후 작살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출연하고 있다”면서 “KBS에 출연하는 것과 종편에 출연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계속 든다”고 밝혔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종편을 반대할 당위는 있다. 조중동 신문의 이웃이라기보다는 ‘편법’, ‘불법’, ‘위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편반대 투쟁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만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유저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의 형식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자인 김완 <미디어스> 기자는 “진보진영이 현재 지상파를 막연한 우리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권을 되찾아 사장 갈아치우고 보도국도 싹 바꾸면 다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안이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편반대투쟁 이전에) ‘지상파 정상화’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성규 독립PD가 10년 이상 찍은 <오래된 인력거>를 지상파가 아닌 종편에 납품됐다”며 지상파와 계약하게 되면 저작권 자체를 해당 방송사에 넘겨야하는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완 기자는 “여전히 지상파는 수퍼갑이란 사실”이라며 “지상파가 약탈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근 10년 간 주요 운동과제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가 공정 거래를 확립한다면 완성도가 높은 외주·독립제작사들의 콘텐츠가 종편으로 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상파를 정상화시키는 운동은 종편 반대투쟁과 다른 말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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