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방송에 진출한 뒤 ‘통신사로서의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소홀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연합뉴스 내부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은 “뜻과 힘을 합쳐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지만, 구성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를 비롯해 젊은 기자들이 성명을 낸 데 이어, 오늘(14일)은 연합뉴스 공채 21기부터 27기까지 77명의 기자들과 데스크 급인 공채 17기~18기 기자들도 실명으로 성명을 내어 “연합뉴스의 위기”라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연합뉴스 공채 21기부터 27기까지 77명의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 명분과 지위는 광고를 받아 운영하는 상업방송인 보도채널과 무리하게 접합하면서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며 “국민과 계약사에 불편부당한 기사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간통신사임에도 보도채널의 성공을 위해 연합뉴스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소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규탄했다.

구성원들은 특히, 인력 부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인력부족을 ‘빼가기’ 파견인사와 편집국, 지방국, 국제국의 방송전담 요원으로 메우는 근시안적인 운용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연합뉴스의 핵심 역량도 동시에 붕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불 보듯 하다”며 “연합뉴스TV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연합뉴스의 핵심역량을 축내야 하는 괴이하고도 역설적인 구조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보름 만에 연합뉴스TV 조직원의 피로도는 한계치에 근접했다. 부족한 인력으로 하루하루 허덕이며 만든 뉴스가 어떻게 기존 방송과 차별되겠으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라며 “검토 없이 그저 답습하는데 급급했던 '지상파 따라가기'식 보도 형태를 대수술하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원들을 향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뜻과 힘을 합쳐주시길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힌 박정찬 연합뉴스·뉴스Y 사장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박정찬 사장은 13일 밤 사내 게시판을 통해 “파행 방송이 빚어진데 대해 우려와 비판의 눈길이 거셈을 잘 알고 있고 사원 여러분의 실망이 크다는 점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방송 초기에 과다한 투자를 했다가 결국 YTN을 처분해야 했던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뉴스Y의 인원 구성을 최소화하는 길을 택하다보니 뉴스Y와 연합뉴스 제작국에 업무상 큰 부담을 지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양사의 결합 체제를 정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확충을 통해 노동 강도를 줄여주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뉴스Y의 영향력 확대는 연합뉴스와 연합인포맥스의 인지도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이는 곧 연합미디어그룹의 매체파워를 증강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성원들은 “이 글은 우리의 우려를 불식하기엔 부족했다. ‘방송으로 인사평가를 할 것’이라고 겁박했다가 밑도 끝도 없이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뒤늦게 호소하는 모습은 설득력을 이미 잃었다”며 “수년간 바닥까지 추락한 기사와 보도의 공정성을 외면한 점은 더욱 실망스럽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 11월30일 서울 센터원 빌딩 내 `뉴스Y' 스튜디오에서 `뉴스Y' 앵커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통신사로서 역할에 금이 가고 있어”

데스크급인 공채 17기~18기 기자들도 성명을 통해 “‘정보 주권’을 지키고 ‘공정보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담은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는 연합뉴스가 세계적인 통신사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연합뉴스 TV 출범 준비 과정을 보면서 기본적인 토대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통신사로서 역할에 금이 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몇 년간 통신사의 공정성이 시빗거리가 된 것은 물론이고 방송 전담이나 파견 등의 이름으로 동료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사우들의 업무강도는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며 “수십 명에 달하는 연합뉴스의 연봉사원들은 해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하고 제작 건수에 따라 월급을 받는 열악한 환경의 VJ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내부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일이 너무 힘들다거나 높아진 업무강도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출범 초기 불안정한 방송에 대한 노파심도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연합뉴스가 국민에게,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정상적인 시스템을 더 확고히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경영진을 향해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사원들이 얼마나 더 참고 일하면 현재의 많은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 것은 물론, 연합뉴스 TV의 발전을 위한 확고하고 장기적인 비전도 내놓아야 한다”며 “인력 보강의 문제는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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