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부적절한 일러스트 사용으로 조선일보 시스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기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와 문재인 대통령을 그린 일러스트인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기자는 보고 없이 일러스트를 사용·교체했고, 데스크와 디지털 콘텐츠 책임자들은 이를 알지 못했으며 항의 메일을 받고서야 문제를 인지한 관리·감독 시스템의 결함이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조선일보 디지털 시스템 확장 과정에서 허점이 다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30일 지면(28면)에 사건 발생 경위를 밝혔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가 상세한 경위 설명, 책임 소재 규명 및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한 것에 따른 것이다. 미디어스는 조선일보가 밝힌 사건 경위를 요약 정리했다.

30일자 조선일보 28면

대구취재본부 이승규 기자는 지난 20일 오후 3시 54분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기사를 작성했고 21일 오전 5시 조선닷컴 홈페이지에 일러스트 없이 텍스트 기사만 올렸다. 하지만 온라인 주목도를 고려해 이 기자는 자사 디지털 미디어 운영 시스템에 ‘일러스트’를 검색해 오전 6시 27분에 일러스트를 붙였다.

해당 일러스트에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 붙어있었지만, 이 기자는 내용 확인 없이 사용했다. 일러스트를 넣은 뒤 ‘게시하기’를 누르면 인터넷 기사에 즉시 반영된다. 일러스트 삽입 전권이 기자 개인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이 기자는 2시간 30여 분이 지나 동료 기자로부터 일러스트가 조국 전 장관의 부녀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일러스트를 수정했다. 이날 오후 이 기자는 다른 동료 기자로부터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일러스트가 바뀌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페북 담당자를 찾아 기사 링크 삭제를 요청했다.

일러스트 교체와 SNS 링크 삭제 사실은 담당 데스크나 회사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 기자가 자체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를 교체한 지 이틀이 지난 23일 이 기자는 욕설이 섞인 제목의 메일을 받고서야 온라인 상에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기자는 23일 오전 사건 경위를 담은 1차 보고서를 담당 데스크에 제출하며 “(항의)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외부에서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며 “이전에도 일러스트를 교체한 적이 있었지만 따로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일러스트 교체 이후 48시간 동안 사회부 담당 데스크 역시 일러스트 교체와 관련된 사실을 몰랐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취재 데스크와 디지털 콘텐츠 책임자들이 온라인 기사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온라인 관리·감독 시스템상의 결함이 확인됐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건 기사에 문재인 대통령 일러스트를 사용한 건에 대해 조선일보는 자체적으로 유사사례를 확인하던 중 알게 됐다. 이 기자가 지난해 작성한 2건의 기사에 문 대통령 일러스트가 사용됐다. 이 기자는 “일러스트가 문 대통령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DB에 있던 일러스트에는 ‘코로나 마스크 일러스트’라는 간략한 설명만 붙어 있었다. 조선닷컴은 해당 기사에 삽입된 일러스트를 모두 삭제했다.

범죄 기사에 문 대통령 일러스트를 사용한 호남취재본부 김정엽 기자는 “일러스트 제목과 설명에 ‘코로나 마스크 일러스트’라는 문구밖에 없어 이것이 문 대통령을 형상화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리위원회는 해당 기자들이 조선일보 윤리규범 ‘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사용할 경우 과거 이미지임을 표시한다’와 ‘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에게 불명예스러운 자료 화면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고, 조선일보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조선일보는 ‘조국 씨 부녀’와 문재인 대통령, 독자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 ▲디지털 팩트체커 도입해 디지털 점검 강화 ▲과거에 쓴 일러스트 전면 사용 금지 ▲출고전 관련부서에 이미지 점검 의무화 등을 내세웠다. 또한 지면뿐 아니라 온라인에 출고되는 기사도 각 부서 팀장급 이상 간부가 최종 출고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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