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를 공격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난 9일 마무리됐다. 경찰은 “외압없이 당당히 수사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경찰 수사를 바라보는 저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러 의문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된 건 경찰 수사 뿐 아니다. 디도스 공격을 다루던 KBS, MBC, SBS 방송3사 보도도 경찰 수사와 함께 급 마무리됐다. “3.15 부정선거와 맞먹는 초유의 사건”이라 불릴 만큼 파장이 큰 사안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난 2일부터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9일까지, 이 과정에서 방송 뉴스가 한 역할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곳은 인터넷 팟캐스트 라디오 <나는꼼수다>였고, 관련 의혹을 잇달아 퍼나른 곳은 트위터였다.

▲ 경찰청 황운하 수사기획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뿐 아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경찰의 입장, 그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만을 각각 엮어 보도하던 방송3사는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자 그나마 했던 보도마저도 접었다.

물론, 방송3사가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의혹들을 아예 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9일, 방송3사 모두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경찰 수사 발표를 전하면서 경찰 발표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의혹들을 일부분이나마 전했다.

MBC는 리포트에서 “결국 윗선의 개입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사안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을 전했다. SBS는 “결국 경찰 수사는 공씨와 공범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계좌추적 등 배후를 밝히는데 미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달리, KBS는 “사회적 파장만큼 의혹은 많았다. 그러나 경찰은 물증을 찾지 못했다”는 담담한 코멘트로 상황을 전했다.

▲ MBC, KBS, SBS 사옥 ⓒ미디어스
하지만 이게 전부였고, 끝이었다. 검찰로 넘어간 사안은 여전히 살아있다. 끝나지 않았다. 방송3사 스스로 9일 리포트를 통해 밝혔듯 사안에 대한 의혹과 비판이 분명 일었지만, 이와 관련한 보도는 더 이상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 볼 수 없었다. 방송 뉴스 스스로 침묵을 통해 ‘사건의 종결’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12일,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 아무개씨의 친구인 차 아무개씨가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추가로 구속되었지만 방송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 아침 뉴스를 통해서만 전했을 뿐이다.

전파는 국민의 공공재다. 그렇기에 다른 언론보다도 더 높은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 사안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하고,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언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알법한 이 상식적인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이 이야기를, 끝내 기자수첩 마지막에 언급하는 건 요즘 방송3사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이 기본적인 상식을 잊은 지 오래된 것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금 상황에서 방송3사 구성원들이 경찰처럼 “과감하게 보도했다” “외압없이 보도했다”는 입장을 국민을 향해 밝힌다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이 이어질까. 안타깝게도, 경찰을 향한 조롱과 비웃음이 그대로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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