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가 30일 이사회에 최종 보고할 수신료 조정안에 담긴 ‘8개 과제 37개 사업’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결과다. 공론조사 결과 시민들이 택한 핵심 과제 위주로 과제를 합쳤고 자구노력 강화 필요성에 따른 조직쇄신 계획이 보강됐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수신료 조정안 최종본에 따르면 KBS 경영진은 기존 공적책무 ‘12대 과제 57개 사업’을 ‘8대 과제 37개 사업’으로 정리했다. 공론조사 결과로 나온 우선순위 과제 6개와 이사회 심의 의견을 통해 나온 5개 핵심 과제 중 중복 과제 위주로 사업을 추렸다. 한 KBS 이사는 “과제가 삭제됐다기보다는 12대 과제 57개 사업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중복되는 부분을 합치고 시청자 설명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KBS는 5월 22~23일 이틀 동안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KBS 공론조사 : 국민께 듣는 공적책임과 의무'를 진행했다. (사진출처=KBS 한국방송 유튜브)

조정안에 명시한 5대 비전 8대 과제는 ‘개방’ 비전에 ①시청자 주권과 설명책임 강화, ‘신뢰’ 비전에 ②공정·신뢰의 저널리즘 문화 구축, ‘안전’ ③국가 재난방송 거점 역할 확립, ‘품질’ ④고품격 공영 콘텐츠 제작 확대 ⑤디지털 서비스 확대 및 개방 ⑥차세대 방송 서비스 역량 확대, ‘다양성’ ⑦지역방송·서비스 강화 ⑧소수자 포용과 다양성 확대다.

공론조사 결과, KBS에 바라는 우선순위 6개 과제는 ‘시청자 주권과 설명책임 강화’, ‘공정·신뢰의 저널리즘 문화 구축’, ‘국가 재난방송 거점 역할 확립’, ‘디지털 서비스 확대 및 개방’, ‘소수자 포용과 다양성 확대’, ‘차세대 방송서비스 역량 확대’ 순이었다.

이사회가 꼽은 핵심의제 5개는 ‘지역방송·서비스 강화’, ‘시청자 주권과 설명책임 강화’, ‘디지털 서비스 확대 및 개방’, ‘소수자 포용과 다양성 확대’, ‘고품격 공영 콘텐츠 제작 확대’ 순이었다.

삭제되거나 일부 사업에 흡수된 과제는 한류 점화, UHD 방송선도, 한민족 평화·공존 기여, 미디어 다양성·상생 지원 4개 과제다. 삭제된 사업은 총 15개로 국민참여단 의견을 대거 반영했다. 국민참여단 다수가 부정적 의견을 보인 ‘국제 시사뉴스 및 프로그램 강화’ 사업과 한류 확산을 위한 사업 서비스는 삭제했다. ‘통일방송 주관방송사로서의 KBS 의식 제고’, ‘평화 통일 공감대 확산 콘텐츠 기획’, ‘북한 관련 취재 보도 시스템 관련 사업’은 빠졌다. ‘외주제작비 인상을 통한 외주 산업 육성’ 사업의 경우 과제 필요성이 후순위에 위치해 사업 개수 축소 차원에서 삭제했다.

규모가 축소된 사업은 다큐제작 <대기획K>, 정통 대하 역사드라마 제작, UHD 역사 다큐, UHD TV방송 전국화 및 제작·송출인프라 확대 구축 등이다. EBS 수신료 지원 확대, KBS로컬 광고폐지 통한 지역미디어 상생지원 사업 등은 중소·지역미디어의 다양성 지원 사업에 병합됐다.

확대된 사업은 저널리즘 강화와 시청자 소통 사업이다. 앞서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참여단의 요구를 시청자 참여 확대 방안 마련과 고품질 뉴스 제작을 통한 사회 갈등 해소, 재난·재해 관련 정보 전달 등 3가지로 정리해 전달한 바 있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 개선, 국민 감동 초대형 기획 공연, <KBS월드> 라디오 다국어 디지털 뉴스, 본사·지역별 ‘시청자와의 대화’ 활성화,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위한 이해·소통 프로그램 제작 사업은 확대됐다.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국민 공모 콘텐츠 제작‘, ’외부 협업 요구 및 차별화 콘텐츠 제안‘ 사업은 신설됐다.

(사진=KBS)

이밖에 공론화위원회가 KBS에 직무 재조정 및 인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경영 합리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한 데 대해 경영진은 수신료 조정안에 ‘혁신 약속’안을 담았다. 조직쇄신 계획으로 직종·본부·장르별 조직을 장르통합형 ‘멀티플랫포밍’ 체제로 재설계하고, 신규 채용 인력의 1/3은 디지털 전문가로 충원할 계획이다. 고호봉·고연령·연공서열형 인력구조는 특별명예퇴직을 병행해 1440명 감축 예정이며, 수신료 인상 시 미래방송 인재 7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KBS 그룹 토털리뷰를 통한 계열사 통폐합을 추진해 KBS미디어, KBSN, 몬스터유니온 기능을 재검토한다.

‘자구 계획’으로는 2026년까지 920명 단계적 감축과 특별명예퇴직, 직무 재설계를 시행해 5년간 2605억 원 절감 예정이다. 또한 초긴축 예산 운영을 통해 향후 5년 평균 비용 1조 5000억 수준으로 절감하며 ‘콘텐츠 판매 수입을 확대하라’는 국민참여단 의견을 반영해 추가수입 목표액을 2021년부터 6년간 1885억 원으로 잡았다.

수신료 액수는 3840원에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이사회는 앞서 23일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과제와 사업 축소분을 반영해 기존 3840원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경영진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12개 과제 57개 사업 시 소요 예산 1조 8145억 원으로 잡았던 예산을 8대 과제 37개 사업으로 조정하며 1조 9941억 원으로 수정했다. 지난 1월 이사회에 보고한 수신료 상정안에는 2021년 예산이 추정치로 반영됐다가 2021년 예산자료가 나오면서 정확한 예산 측정이 가능하게 됐다. 공적책무 사업 수행 기간도 2021년 7월을 기준으로 4년 6개월로 잡았던 상정안과 달리 2022년부터 5개년으로 변경됐다.

KBS 이사회는 오는 30일 월 3840원의 수신료 조정안을 수정, 확정할 계획으로 금액 조정이 확실시된다. 이후 7월 1일 양승동 사장과 임병걸 부사장은 기자들을 상대로 ‘수신료 조정안 의결 관련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한편, KBS는 이번 수신료 조정안이 물가연동제 방식을 적용하지 않은 단일 금액안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공영방송의 운영을 위해서는 수신료의 물가연동제가 바람직하지만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검토를 거쳐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수신료 조정안을 둘러싸고 물가연동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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