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인 뉴스Y 개국 이후 “연합뉴스가 방송 때문에 통신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연합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노조 뿐 아니라 연합뉴스 젊은 기자들도 이름을 밝힌 채 성명을 내어 현 연합뉴스의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뉴스Y가 첫 전파를 쏘며 개국했다. 뉴스Y는 “고품격 보도채널 선보일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첫발을 내딛었지만, 개국 당일 종일 방송이 아닌 4시간만 방송하는 파행을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 기존 통신 업무를 담당하던 기자들이 뉴스Y로 인해 방송 업무까지 맡게 되는 등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가 밝힌 성명에 따르면 연합뉴스와 뉴스Y 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찬 사장은 최근 “앞으로는 연합뉴스 인사를 방송 기준으로 하겠다. 통신 콘텐츠가 약화되는 것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는 지난 2일 성명을 내어 “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전환과 연합뉴스-연합뉴스TV의 협업 시스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방송 시스템 및 인력 체계 구축 △연합뉴스 콘텐츠 경쟁력·공정성 강화 위한 방안 마련 △연합뉴스TV의 중장기 비전 제시 등의 요구 사항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기자들 “바른언론 무너지는 것, 부끄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노조에 이어, 연합뉴스 젊은 기자들도 나섰다.

2007년 1월에 입사한 연합뉴스 28기부터 2010년 1월에 입사한 31기 등 56명의 연합뉴스 구성원도 13일 ‘바른 언론 빠른 통신’의 정신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명 성명을 내어 현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먼저, 연합뉴스 기자들은 “‘바른 언론 빠른 통신’의 가치가 때때로 무너지는 것을 저희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최근에는 전사적으로 통신 기사보다는 방송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라며 “기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연합뉴스가 방송 때문에 통신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11월30일 서울 센터원 빌딩 내 `뉴스Y' 스튜디오에서 `뉴스Y' 앵커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보도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들은 “최근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와 같은 의혹은 조선·중앙·동아처럼 연합도 기사처리를 하지 않아 외부의 비판까지 받았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기사들은 개별 사고 기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부의 시각에서 쓰였다”며 “뉴스Y 역시 개국 방송에서 여당의 유력 차기 대선후보를 조명하는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함께 개국한 다른 종편들과 비교해 보도전문 채널로서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회사를 이끄는 경영진이 ‘언론이 권력과 완전히 따로 갈 수는 없다’고 구성원들에게 공언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권력을 견제·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은 교과서에나 있는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여야 하냐”며 “세간에서는 연합뉴스를 종합편성채널을 배정받은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와 함께 ‘조중동 매연’이라 부르며 비난한다. 그런 평가에 당당하게 ‘그것은 오해다. 우리는 바른 언론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겠냐”고 일갈했다.

이들은 또한 “‘바른 통신’ 소속 기자로서의 긍지를 갖고 현장에서 뛰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우리가 ‘연합뉴스’라는 이름 안에서 왜 뛰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는 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력 부족’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들은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방송을 위한 취재 인력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자를 활용하면 된다는 경영진의 안이한 판단으로 충분한 방송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라며 “(경영진은) 편집국 사원들이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그러는 동안 사원들이 떠안아야 하는 업무 과중은 살피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경영진을 향해 “통신 콘텐츠 질 저하를 각오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방송 인력 확충방안이나 시스템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며 “부끄럽지 않은 보도채널, 통신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뉴스통신사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현 방송 파행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함께 하루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경영진을 향해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간 상식적인 인력 운영 및 노동강도 조절 △방송 취재 인력 확충 방안 마련 △지속 가능한 방송시스템 구축 △연합뉴스 및 연합뉴스TV 보도 공정성 강화 △중요 의사 결정 시 사원 의사 반영 보장 △회사 쪽의 성실한 답변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석진 뉴스Y 보도본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젊은 기자들이 아무래도 방송 일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에 노동 강도가 세졌다고 보는 것 같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하지만 개국 초기에는 (기자들의 노력이) 불가피하다. 연합뉴스가 만드는 TV 뉴스이기에 외부 인력이 들어와 방송을 하게 되면 연합뉴스의 정체성을 살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간부들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구성원들은) 연합뉴스 통신과 방송 모두 일에 지장을 안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초반 자본금 때문에 초기 투자는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영 상황이 나아지면 당연히 인원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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