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스타들의 아시아 러시가 중동을 넘어 동아시아로 빠르게 넘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 J리그가 오래 전부터 특급 스타들을 상당수 보유했고 얼마 전 스웨덴 축구스타 프레데릭 융베리가 시미즈 S.펄스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리그에서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 구단들을 중심으로 특급 스타 영입 소식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광저우 헝다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연봉을 지불하고 남미 특급 미드필더 다리오 콘카를 영입했으며, 상하이 선화는 얼마 전까지 첼시에서 뛴 프랑스 스트라이커 니콜라스 아넬카를 영입해 중국 축구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 전체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유럽, 남미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실제로 영입하면서 아시아 축구 전면에 등장할 만한 힘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중국에 특급 선수들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자연스레 우리 K리그에도 특급 스타들이 진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특급 스타들이 중동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리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한 보도, 소문도 전에 비해 많아진 상황입니다. 비록 중국 쪽으로 새 둥지를 틀었지만 아넬카가 한때 K리그 진출에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포르투갈 국가대표를 지냈던 루이스 보아 모르테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리그에 진출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또 올 시즌이 끝난 뒤 전북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크로아티아 공격수 이비차 올리치를 영입할 것이라는 설(說)이 잠시 돌기도 했습니다. 승강제 본격 도입으로 각 팀들이 내년 시즌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특급 선수들의 K리그 진출설은 꽤 많은 흥미를 끌었습니다.

▲ 2007년 피스컵 라싱-볼튼 경기에서 볼튼 원더러스의 골잡이 니콜라스 아넬카가 라싱의 수비사이로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상된 외국인 선수 경쟁력, 그러나 아직 특급의 성공 사례는 없다

최근 몇 년 새 K리그의 외국인 선수 수준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아시아쿼터제 도입으로 샤샤, 세르베르 제파로프, 알렉산더 게인리히, 티무르 카파제, 리웨이펑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K리그에 진출해 활약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아시아 국가들의 K리그에 대한 관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K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더 좋은 리그로 진출해서 이름을 빛낸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FC 서울의 데얀, 포항 스틸러스의 아사모아는 각각 몬테네그로, 가나 국가대표로도 활약해 'K리그 출신'의 당당함을 보여줬습니다. K리그 무대에 잘 적응해 맹활약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K리그 팬들은 적극 지지하고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중동, 일본 등에 비해 외국인 선수들의 파워가 밀렸던 것은 사실입니다.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특급 선수들을 '모셔오다시피 한' 이들과 다르게 K리그는 각 구단의 자금 사정 때문에 이렇다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사례는 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터키를 3위로 이끈 수비수 알파이 외잘란이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 멤버로 활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 프리미어리그 출신 선수로 모두 3명이 K리그 무대를 거쳐 갔습니다. 그러나 모두 K리그,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팀에서 나가거나 퇴출됐습니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특급 스타들의 '먹튀' 논란이 일어났고, 기업 구단들조차 특급 스타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K리그 시장이 유럽 특급 선수를 데려올 만큼 크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K리그에서 유럽 스타 선수를 보는 것은 지금까지도 어려웠지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급 스타보다 알짜 선수를 VS 리그 경쟁력 위해서는 필요

특급 스타가 있다고 해서 물론 팀 성적이 더 좋아지고 잘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도 있을 뿐 아니라 투자한 만큼 부수적으로 여러 가지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하기에 자칫 팀 운영만큼이나 선수 개인에게 투자해야 하는 수준 역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 선수 가운데 일부는 K리그를 만만하게 봤다가 큰 코 다치기도 했고 조기에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부담과 불안 요소가 있는 특급 선수보다는 차라리 지금처럼 '알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K리그의 위상 문제를 고려하면 일본, 중국에 이어지고 있는 특급 선수들의 러시를 마냥 지켜볼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만약 이 선수들이 리그에 잘 적응해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좋은 기억을 남긴다면 이는 자연스레 타 구단, 그리고 유럽 내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잇단 러시로 팀의 경기력이 좋아지고, 경쟁력이 향상된다면 K리그는 일본, 중국에게조차 추월당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돈이 모든 걸 좌우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특급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리그 시장이 점점 커져 유럽, 남미 등에 크게 어필할 수준까지 오른다면 '동아시아 최고 리그'라는 타이틀을 넘겨줄 공산이 큽니다.

새로운 바람에 현명하게 대처하자

이렇게 특급 스타 영입에 나름대로의 장단점, 그리고 찬반 여론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남들이 다 한다 해서 따라갈 이유는 없습니다. K리그는 K리그만이 갖고 있는 고유 브랜드, 국제적인 경쟁력, 나름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들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무작정 무시하고 볼 수는 없습니다. 타 리그들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1등 팀' 그리고 '1등 리그'라는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나름의 깊은 속뜻이 담겨 있습니다. 동아시아 프로축구에 부는 새로운 바람, K리그의 현명한 대처와 진정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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