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정규직 전환 논란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조선일보와 세계일보의 사설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이 발견된다.

16일 게재된 세계일보 사설 <'비정규직 제로' 정책 실패가 부른 건보 이사장 단식 농성>과 15일 조선일보 사설 <건보공단 이사장이 단식, 文 정권 무능 무책임 상징하는 진풍경>을 말한다.

조선일보 :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온 것은 김 이사장 본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대립하는 두 노조가 갈등을 빚으면 경영자가 경영 목표에 맞는 결단을 내리고 한쪽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두 노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두 손 들고 단식을 벌인다"

세계일보 :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김 이사장의 책임이 크다. 대립하는 두 노조가 갈등을 빚으면 최고경영자가 결단을 내리고 한쪽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두 노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느닷없이 단식을 하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일보 : "이 코미디는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0)'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 등이 늘어났는지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 없이 무작정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세계일보 :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산물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아웃소싱 등이 왜 늘어났는지에 대한 진단과 처방 없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조선일보 : "정부는 명확한 지침도 주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세계일보 : "정부는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않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조선일보 : "비정규직 아웃소싱이 늘어난 것은 경직적 임금 구조와 노조의 기득권이 지나치게 강한 탓이 크다"

세계일보 :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원한다면 노동 경직성과 기존 노조의 기득권 문제부터 푸는 게 순리다"

조선일보 15일 사설 <건보공단 이사장이 단식, 文 정권 무능 무책임 상징하는 진풍경>, 세계일보 16일 사설<'비정규직 제로' 정책 실패가 부른 건보 이사장 단식 농성>

글의 논리와 순서, 표현 등에서 세계일보 사설이 전날 조선일보 사설과 유사점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스는 17일 세계일보 논설위원실에 문의를 넣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했다.

SNS에서 두 사설의 유사성을 지적한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1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논문쓰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논문검토 시스템에 넣어보면 90% 표절률이 나오겠다고 하더라"라며 "신문 사설들이 주장하는 바가 유사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주요 키워드가 일치하는 경우는 사실상 표절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탁 소장은 두 신문의 주장에 대해 "노동시장의 이중성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권에 대한 공격과 노동시장의 하향평준화를 목적으로 하는 거대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신문은 비정규직 외주·하청이 늘어나는 이유로 노동임금 경직성과 노동조합 기득권을 들고 있다. 노동·복지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연공급에 기반한 임금체계와 이를 유지시키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이 비정규직 사용을 늘리고 청년 고용을 축소시킨다는 문제의식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별도 분류된다. 임금체계도 다르게 적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 정규직의 1인당 평균 보수는 6540만원, 무기계약직은 3092만원이다. 무기계약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47.3%에 불과하다.

탁 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잘못됐다"며 "정원에서 일반직과 무기계약직은 아예 구분돼 있고, 취업절차와 채용대상이 다르고, 임금구조와 복리후생도 다른데 마치 이게 하나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목적과 의도가 불순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탁 소장은 "노노갈등 현상은 있는 거니까 은폐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노노갈등 발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찾아내 어떻게 해소할 거냐가 핵심"이라며 "책임자나 노조 등이 서로 설득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고, 신뢰를 주고받는 게 뒷받침되어야 해결 가능한 문제인데 보수언론 얘기는 정반대로 상호 갈등을 부추기는 것으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15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상담사들이 김용익 잇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장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정부 가이드 자체도 저희를 직고용하더라도 현재 도급업체에 주고 있는 운영비나 이윤 같은 걸 상담사 월급에 반영하도록 돼 있는 거지 별도의 다른 예산을 추가해 뭘 하라는 건 없다"며 "현재 정규직들의 월급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직무체계도 별도직군으로 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시험'을 기준으로 공정·불공정을 가리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현 사태가 '노노갈등'으로 부각되는 데 대해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다. (직고용은)공공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단순히 노노갈등으로 얘기하면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 설명에 따르면 현재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도급업체 소속으로 생산성 위주의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 안내를 주업무로 두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노동자들이지만 3~5분 이내 콜을 끊고 받으라는 업무요구를 받고 있다. 민감정보에 대한 책임도 공단이 아닌 상담사와 도급업체가 지게 돼 있다. 상담사들이 직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이유다. 고객센터지부는 21일 파업을 임시 중단하고 현장투쟁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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