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정의철 교수 칼럼] 인권과 민주주의에 반하는 군의 고질적 병폐가 연일 보도되면서 군 복무 28개월을 가장 소중한 공동체에 대한 기여이자, 다양성을 체험하고, 협동 정신을 배운 시간으로 자부해 온 필자의 마음은 괴롭다. 아니 분노한다.

“소수자를 수적 다수 여부가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권력에서 열세에 있고, 차별이나 불평등을 당하기 쉬운 처지에 있으면서, 목소리도 내기 힘든 집단”으로 규정한다면, 병사들은 소수자이며, 군의 위계적/권위적 질서를 고려하면, 초급간부들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부름으로 복무하든, 국방을 천직으로 여기고 헌신하든 공동체 안전을 위한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인권을 보장하며, 최선의 대우를 해야 함에도, 인권 무시 작태가 반복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병사들과 초급간부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인권 무시 행태는 소수자 인권 옹호와 사회 민주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군에 맡겨 두어서는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에서, 언론과 시민사회의 개입이 절실하다. 얼마 전 군 부실급식이 보도되었을 때, 마음이 아파 카톡 대문 사진을 30여 년 전 복무 때 입은 ‘야상’과 함께, ‘병사들이 존경받는 세상위해”로 바꾸었다. 여군부사관의 억울한 죽음을 보니, 군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고, 군을 상대로 ‘인권 비상령’을 발동해 강제적으로 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할 시점임이 확실해 보인다.

병사가 경례 안 했다는 억지 이유로 지휘관이 징계 위협하고, 부모 불러 형사처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의혹을 다룬 뉴스까지 나올 지경이니, 이런 작태를 그대로 두어야 하나? 특히, 성추행 사건 후 벌어진 은폐와 회유, 협박이 억울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반복된 구태이며, 80년대와 달라진 것이 없고, 군이 인권감수성과 양성평등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영내에서 핸드폰 사용을 홍보한다고 군 민주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 아닌 범죄자 걱정에다 은폐와 면피에 급급한 작태는 개인 문제를 넘어 군 조직의 인권감수성 제로 상태를 만천하에 보여주고 있다.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연합뉴스)

개혁을 군에 맡기는 순진한 대처가 아니라, 언론과 시민이 개입해 개혁을 강제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언론의 감시와 사법적 단죄를 통해 군에서 자행되는 권력을 이용한 인권침해 적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 언론은 군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그제서야 백화점식으로 기사 나열하는 수동적 관행에서 탈피해, 의제설정을 넘어, 의제를 유지하고, 해결까지 주도하는 ‘의제추적’에 나서주기 바란다. 군 지휘부의 상투적인 책임회피와 시간 끌기 작전에 속지 말고, 백일이면 백일, 6개월이면 6개월 시간을 주고, 기간 내 군이 어떻게 반성하고, 책임자를 엄단하며, 인권 친화적으로 변하는지를 철저히 점검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모든 언론이 합심해 인권을 존중하는 군으로의 변화 과정을 언론사 경계를 초월해 감시할 것을 당부한다. “군 인권 개선을 위한 합동특별취재단”이라도 꾸려 군의 고질적 병폐를 생생하게 파헤치고, 실질적 변화까지 의제를 ‘유지’하고, ‘추적’해 주길 소망한다. 병사와 초급간부들에게 가해지는 인권 무시 행태가 필자가 복무한 30여 년 전과 비교해도 결코 덜 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명천지에 이런 낙후된 급식에 천인공노할 성추행, 거기다 피해자 보호는 망각하고 가해자를 감싸는 저급한 인권 말살 행태는 국방을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장병들과 국민의 군대의 명예까지 실추시키고 있다.

군 지휘부는 은폐와 면피를 위한 경거망동과 비겁한 태도로 장병들과 자랑스럽게 국가를 위해 복무한 필자를 포함한 예비역들에게 절망감을 주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 많은 장군들을 위한 불필요한 의전과 특혜에 들어가는 예산을 병사/초급간부들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고, 비민주적인 군 사법시스템의 민주화와 양성평등/인권교육 강화에 투자할 것을 촉구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군은 자체적으로 변화가 어렵다. 언론의 적극적 역할이 더욱 소중한 이유이고, 기댈 곳이 언론과 깨어있는 시민의 개입밖에 없다.

대한민국 모든 남성은 소중한 청년기에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하며, 여성 징병 등이 논의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누구나 군에서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 없이 복무할 수 있어야 강한 군대가 된다는 관점에서도, ‘인권 친화적’ 군으로의 변화는 시급하다. 병사들과 초급간부들에 행해지는 인권 말살 행태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이 군이라는 권위적인 조직에서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언론과 시민사회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장군을 위한 군이 아니라,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병사들과 초급간부들이 질 낮은 급식과 가혹행위, 성추행이라는 부당하고 억울한 대우 없이 주체적으로 복무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의 군대로의 변화를 위해서도, 언론이 철저한 감시와 함께 군의 인권 개선과 개혁 과제를 추적하고, 촉구하는 ‘파수꾼’ 역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나아가, 군의 인권 무시 적폐와 부조리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군인권전문기자”를 양성해 군의 고질적 병폐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의제를 추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병사들과 초급간부들을 위한 인권과 복지에 최선을 다하면서, 거짓말하지 않는 믿을 수 있는 군으로의 변화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군대로의 거듭남이 헛된 꿈이 아니길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 정의철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10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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