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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소년단’- 우문현답 요즘 말투, 동화처럼 풀어낸 엘리트 체육의 얼룩[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6.16 21:31

[미디어스=이정희]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은 매회가 한 편의 동화 같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별들이 가득 메운 땅끝마을 밤하늘처럼, 경쟁을 당연시하며 성공을 지향하는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이야기들을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라켓소년단'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동화 같은 운동부 이야기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

해남으로 전학 온 윤해강(탕준상 분)은 서울에서 하던 식으로 수업이 시작되자 엎드려 잠을 청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런 해강을 깨운다. 해강은 늘 통하던 한마디, '운동부예요'라는 말로 넘어가려 한다. 그런데 웬걸,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라는 반문에 해강은 머쓱하다. 심지어 반평균이 내려간다며 다른 배드민턴부 친구들이 열공 중이다. 거기에 반장이자 전교 1등인 정인솔(김민기 분)은 해강에게 눈치를 준다. 

승부 위주, 성적지향의 운동을 '지양'해야 한다지만 여전히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운동을 선택하면 공부는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라켓소년단>은 그런 현실의 이야기를 비튼다. 결국 해강이는 말끝마다 반장을 재수탱이라고 하지만 수업 시간에 잠자는 걸 포기하게 되었다. 

드라마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해강이를 텅텅이라 부르며 사사건건 대척점에 서던 재수탱이 반장 인솔. 알고 봤더니 그가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 이유는 배드민턴부가 되고 싶어서였다. 아버지의 작전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솔은 배드민턴부 신입부원이 된다. 

지옥훈련 땡땡이 친 아이들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

아직은 중학교 아이들, 성실한 주장 윤담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들이 지옥훈련에서 도망을 친다. 떠날 때 포부는 야심 찼다. 도시에 가서 놀이기구도 실컷 타고 햄버거 등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먹겠다고. 

지옥훈련에서 탈출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는 두 가지 방향에서 풀어낸다. 하나는 놀기 위해 타지로 떠난 아이들의 해프닝이다. 원대한 꿈을 품고 떠났지만 회비를 잃어버린 용태(김강훈 분) 때문에 놀이기구는커녕 쫄쫄 굶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 눈에 띈 구인광고, 그렇게 아이들은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를 보낸다. 

배드민턴 운동부라고 큰소리쳤지만 시멘트 포대를 나르는 단순 작업조차 쉽지 않다. 벌써 몇 푸대나 터트리는지. 그보다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어른들의 모습이다. 

꼰대 같은 작업반장(이준혁 분), 그런 작업반장 방식에 반발하는 총무(김성철 분). 아이들은 당연히 편하게 하라는 총무의 말에 끌린다. 하지만 총무의 말대로 작업모를 쓰지 않은 해강이가 사고를 당할 뻔한 위기를 겪는다. 그러고 보니 원칙을 강조하는 작업반장한테 다시 마음이 끌린다. 심지어 다 너희를 위해서라고 일장 훈계를 늘어놓는 작업반장에게 고마운 마음에 다음에 다시 오겠다며 전화번호까지 받고 떠난다.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을 끝내고 나니 놀이기구고 뭐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인 아이들에게 총무가 나타나 아이들이 터트린 시멘트 푸대값과 점심 식대를 받으려 한다. 작업반장에게 전화를 거는 척하며 '삥'을 뜯으려던 총무를 겨우 돌려세운 아이들. 그들을 구한 건 작업반장이었을까? 아니다. 작업반장이 준 건 잘못된 번호였다. 총무는 직접 아이들에게서 돈을 빼앗으려 했지만, 작업반장은 이미 아이들의 임금을 빼돌렸던 것이다. 

결국 하루종일 일했지만 일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 그보다는 믿을 만한 어른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들을 더 지치게 한다. 지옥훈련을 피해 하루 실컷 놀아보려고 했지만, 현실은 지옥훈련보다 더한 육체노동에 시달렸다. 늘 잔소리만 하는 어른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시에 떨어진 아이들은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처지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친구를 통해 답을 구한 코치 

그렇게 아이들이 지옥훈련보다 더한 건설현장 경험을 통해 한 뼘 성장하는 동안 코치인 현종은 친구 재준(박해수 분)을 찾는다. 감독도 없는데 친구를 찾아간다고 하니, 놀러 가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대회에 나가서도 대회 전날 과음에 늦게 일어나 대회장을 못 찾은 전적이 있는 윤 코치이기에, 이번에도 아이들이 땡땡이 친 김에 본인도 친구 만나러 간 건가 싶었다.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

물론 친구 재준을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하지만 재준과 이야기를 나누며 윤 코치의 고민이 드러난다. 훈련이 힘들다고 도망간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간 윤 코치 캐릭터는 능력이 있기보다는 무사안일이었고, 코치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자기 안위가 먼저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재준과의 대화에서 윤 코치의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운동부라면 맞는 게 당연하던 시절, 선배들에게 100대씩 맞고 운동을 하던 재준은 그 역시도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때렸다. 그때 재준을 말리던 사람이 지금의 윤 코치, 현종이었다. 

당시 행사했던 폭력 때문에 부채감을 안고 살아가는 재준은 현종이 늘 존경스러웠다고 전한다. 그런 재준에게서 현종은 규칙을 어긴 아이들에 대한 답을 구한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상처로 남은 그 시절 이야기. 과연 지금 운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코치로서 현종은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까, 그게 현종이 구한 '우문현답'이었다,

돌아온 윤 코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야구 배트를 앞에 두고 엎드려 뻗쳐를 한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윤 코치는 '양', '헐', '헐랭'을 남발하며 아이들과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모습으로 답한다. 윤 코치의 어설픈 ‘요즘 말투’에 경기를 일으킨 아이들로 끝난 재회. 야구 배트까지 준비해 놓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윤 코치는 자신들을 때리지 않을 사람이란 걸. 어설퍼도 자신들을 믿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동화 같은 드라마가 발을 딛고 있는 건, 동화 같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의 학교 체육, 운동을 하면 당연히 공부는 열외가 되는 상황, 그리고 끝나지 않는 체벌 등등. 우리의 엘리트주의 운동사에 얼룩진 이야기들을 <라켓소년단>은 조금은 빈틈이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넉넉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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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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