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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 RTV, '공익채널'에도 존폐 기로에 놓인 이유IPTV법 제정 당시 '의무전송 조항 제외'… "공적 지원·법적 위상 검토 필요"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6.15 09:51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Public Access) '시민방송 RTV'가 창립 20주년인 올해 파산을 검토해야 할 만큼 존폐의 기로에 섰다. 

시급한 현안으로는 IPTV 의무전송이 꼽힌다. RTV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년만에 공익채널에 선정됐지만 IPTV 3사에 론칭하지 못했다. IPTV법 제정 당시 정부가 이동통신사 민원을 수용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전송 조항을 제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정필모·한준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이 주최한 '시민방송RTV 국회 간담회' 온라인 화상회의 화면 갈무리

14일 더불어민주당 정필모·한준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이 주최한 'RTV 국회 간담회'에서 박대용 RTV 이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RTV는 정권의 집요한 공격으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송출대행료 미납액은 쌓여 통장은 압류됐고, 지난 한해 동안 운영이 마비되다시피 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RTV의 송출대행 미납액은 8억여원이다. 송출대행료가 전체 매출액과 비슷한 상황에서 RTV는 인건비를 지출하고 송출대행료를 미납하며 버텨오고 있다. 송출대행료를 더 저렴하게 제시한 타 송출대행사가 나타났지만, RTV는 통장압류 해제를 조건으로 기존 송출대행사와 작성한 합의서로 인해 2024년까지 송출대행사를 변경할 수 없는 처지다. 미납액을 갚지 못할 경우 RTV 채널영업권은 송출대행사에 넘어가게 된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RTV는 올해 3월 직원 3명이 동시에 퇴사하게 되면서 현재 이사장 1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보수정권 시절 공적지원 중단이 이런 상황의 근본적인 배경이다. 2002년 9월 개국한 RTV는 1995년 '방송개혁국민회의' 국민주방송설립 운동을 계기로 독점사업 형태의 위성방송 영역이 새로 생기면서 시작됐다. 2001년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공익성 확보 여부는 최우선 고려사항이었고, 위성방송사업자는 '시민의 채널'을 공익성 계획으로 포함시켜 사업을 신청했다.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가 이를 승인했고, 방송위와 위성방송사업자가 방송발전기금과 의무지원금으로 RTV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방통위는 위성방송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사업자인 RTV에 지원하던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중단했다. "다양한 방송국에 기금을 나눠주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2008년 국정감사 당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RTV가 노무현 정부 5년 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비 120억원 중 83억원을 독점했다고 비판한 게 도화선이 됐다. 

같은 시기 RTV는 공익채널에서도 탈락했다. 2006년부터 3년 간 공익채널로 선정되었지만 정권교체 이후 방통위는 RTV의 재정 문제를 이유로 공익채널 선정에서 탈락시켰다. 이와 동시에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는 RTV와의 '시민의 채널' 위탁계약을 파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RTV는 2019·2020년 공익채널에 선정되면서 회복 기반을 다지려 했지만, IPTV 채널에 RTV가 설 자리는 없었다. IPTV 3사는 방통위가 선정한 공익채널 11개 중 유일하게 RTV 채널 론칭을 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IPTV가 RTV 채널을 론칭할 의무도 없다. RTV는 경영난으로 2021년 공익채널 신청을 포기했다.  

박 이사장은 IPTV법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IPTV는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TV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RTV에게는 소위 '넘사벽'이나 다름없다. 방송법을 준용했다는 IPTV법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의무전송 조항은 쏙 빠져 있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 조항이 왜 빠져 있는지 질의했지만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제정 당시 별도 논의가 없었다는 답변만 해왔다"고 말했다. 

방송법 70조 7항은 방송의 다양성을 규정하면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전송을 보장하고 있다. 방송법은 해당 조항 위반 시 최대 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두고 있다. 그러나 IPTV법에는 해당 조항들이 빠져있다. 

박 이사장은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과기정통부가 통신사 민원을 수용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전송 규정인 방송법 70조 7항을 IPTV법에서 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IPTV법에 방송법 70조 7항을 준용해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사면초가의 형국이지만 국내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라는 존재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오늘도 쓰러져가는 기둥을 붙잡고 있다"며 "시민참여 방송은 그린벨트, 스크린쿼터, 도시공원처럼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자도 자발적으로 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RTV의 존재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공적재원 마련과 법적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 사무처장은 "지금처럼 미디어 공공성이 침해받고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퍼블릭 액세스 채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우선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가치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가치가 분명하다면 그 위상은 반드시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재원은 공적지원구조가 되어야 존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상업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RTV의 역할이 유지·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현재 변화의 키워드는 경쟁·시장·상업화·글로벌화·기업화·개인화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공공의 영역, 시민의 영역은 부각되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는다"면서 "오히려 시민의 목소리 소수의 목소리를 더 이상 반영할 수 없는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RTV의 중요성은 더욱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RTV의 '공공채널' 선정과 공적지원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입법·사법·행정에서 각 1개 채널을 지정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공공채널 제도에 시민의 영역이 추가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이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지 못하지만 전송·노출문제에 있어 현실적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채널은 과기정통부 장관·방통위 고시에 따라 선정된다. 공적지원에 대해 김 소장은 "KTV, 국제방송, 국회방송, YTN 사이언스 등 정부예산이나 방송발전기금이 투입되는 방송사들이 있다"며 "사회각계가 시민방송 공적자금 확보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회 상임위 단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현재 유료방송 PP로서의 성격을 갖는 RTV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공적책무를 부여하는 방식의 현행 미디어 정책구조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진단이다. 

김 위원장은 "IPTV 진출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단기적인 대책에 그칠 공산이 있다. RTV의 근본적 문제는 공익채널 전반의 문제"라며 "RTV 같은 공적 서비스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플레이어에게 맡기는 현행 구조가 지속가능한 것인지, 이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단순히 유료방송의 공적책무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시민참여 방송과 같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 RTV를 공공서비스 영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며 "공공서비스 다채널화 과정에 시민참여방송을 포함시키거나, KBS와 같은 공영방송을 공영미디어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RTV를 유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보는 것이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RTV, 커뮤니티라디오(공동체라디오), KBS '열린채널', 케이블TV 등의 액세스프로그램, 대안적 1인미디어 등 시민미디어를 정상화하기 위해 어떤 정무적, 정책적 노력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며 "과거 제도화된 시민미디어가 정상화되고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영역별로, 그리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시민 미디어 주체 간의 연대와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 얘기를 많이 하는데, 기본미디어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료방송을 들어가면 돈을 내야하고, 유튜브 들어가도 알고리즘에 걸러진 것을 보는 현실이다. 자본과 권력의 영역 밖에서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존재해야 기본 미디어권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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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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