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방영된 MBC <황금어장 - 무릎팍 도사> ‘배종옥편’ 가운데 한 장면이다.

관심을 모았던 건,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에 배종옥이 ‘1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의혹(?)이 “오해냐 진실이냐”는 강호동의 질문에 배종옥이 내놓은 답변이 참 ‘당당’하다. 그래서 매력이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공부를 안 해오는 기자들이 있다. 몇 년도에 데뷔하셨죠, 주요 작품이 뭐죠,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와야 한다고 보는데 그걸 저에게 물어봐요. 그럴 때 제가 기자들에게 대놓고 얘기를 하죠. 그렇게 아무런 조사도 없이 오시면 제가 어떻게 대답을 하느냐.”

사실 배종옥씨가 한 이 말은 상식이자 기본에 속한다.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는 상식이라는 말이다. 만나서 ‘농담 따먹기’ 하려는 것도 아니고 연기자를 인터뷰하는 자리에 그런 ‘기초조사’ 없이 그냥 간 기자가 있다면 바로 그 기자가 기자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조사도 없이 오시면 제가 어떻게 대답을 하느냐”는 배종옥씨의 지적은 오히려 지나치게 ‘겸손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이런 ‘겸손’은 현실적인 힘의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배종옥씨가 그 ‘자질 없는’ 기자가 무서워서 그렇게 ‘공손하게’ 지적했겠는가. 그 기자 뒤에 있는 언론의 힘이라는 걸 생각했을 것이고 일개 연기자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한국 미디어의 힘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종옥씨 정도의 ‘언론비판’을 할 수 있는 국내 연기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자.)

하지만 이날 배종옥씨를 더 주목하게 만든 건 한국 언론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였다.

면전에 대고 기자를 나무랐다는 배씨의 말에 놀란(?) 강호동씨가 “기사를 안좋게 쓸까봐 겁이 나지 않느냐”고 한 말 - 사실 한국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많은 연기자들이 언론을 대처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한국의 많은 연기자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미디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기자들에게 아직 약한 존재다. 연기자가 ‘싸가지’ 없거나 ‘맘에 안들 경우’ 비판기사 쓸 수 있는 게 한국의 기자이고 언론이지만, 기자가 ‘싸가지’가 없고 ‘자질’이 없어도 “기사를 안좋게 쓸까봐 겁이 나서”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게 한국의 연기자들이다.

그런데 배종옥씨는 그런 기자와 언론을 향해 “(기사 안좋게 쓸까봐) 겁이 나긴 하지만, 그런 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쿨하게’ 주장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나름 ‘잘나가는’ 오락프로그램인 <황금어장>에 나와서 말이다. 그동안 뛰어난 연기력과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그를 주목하긴 했지만 ‘부당한 한국언론’에 이렇게 ‘당당하게 대처하는 배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질 못했다.

그의 ‘팬’이 되기로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족 하나. 오래 전에 이혼한 그의 ‘이력’에 대해 알지도 못한 채 “남편하고 영화를 같이 보시겠네요”라고 질문하는 기자가 어디 기자인가. 대상자에 대해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인터뷰 하려 했던 ‘기자들’ - 지금이라도 ‘반성문’ 한번 써보는 게 어떨까. 진심으로 하는 충고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