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었던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유로 2020 핀란드와 경기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심정지로 의식을 잃어 사망 우려가 나왔지만, 심장소생술로 살아나 병원으로 이송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축구경기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선수들은 의외로 많았다. 카메룬 대표팀의 미드필더였던 마크 비비앙 푀는 2003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 컵 콜롬비아와의 준결승 경기 후반 26분쯤, 상대 선수와의 아무런 접촉 없이 그대로 쓰러져 사망했다. 이전에는 푀와 같이 사망한 축구선수가 없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건장한 선수가 아무런 신체적 접촉도 없이 쓰러져 사망하는 상황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푀에 이어 2004년에도 헝가리 출신 공격수 마클로스 페헤르가 경기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포르투갈 벤피카에서 활약하던 중 생긴 불행이었다. 헝가리는 국민장으로 페헤르 선수를 보내기도 했다.

에릭센을 둘러싼 덴마크 선수들 [AFP=연합뉴스]

2007년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 소속의 안토니오 푸에르타도 경기 도중 쓰러졌다. 푸에르타는 일어나기는 했지만 병원으로 후송된 후 숨졌다. 페르난도 토레스나 존 테리 역시 경기 도중 실신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적이 있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깨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의 신영록 선수가 대구와 경기 중 급성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신속한 응급조치로 목숨을 건졌지만, 선수로 복귀하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 서지는 못했다.

에릭센은 경기 중 갑작스럽게 쓰러진 후 5분 동안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동료 선수와 심판이 빠른 판단을 해서 심폐소생술까지 실시해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응급 처치 후 10여분 만에 깨어났으니 말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심장전문의 스콧 머레이 박사는 에릭센이 더는 축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영국 '데일리 메일'과 인터뷰 과정에서 밝혔다. 이탈리아에서 뛰는 에릭센의 경우 더욱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심각한 심장 이상이 발견되면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중단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이 방침은 20년 동안 이어져왔고, 스포츠 경기 중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을 3%에서 1% 이하로 줄였다고 지적했다. 스콧 머레이 박사의 지적처럼,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는 에릭센은 우승 후 유로 2020에 출전했지만 핀란드와의 경기 도중 쓰러지며 그의 축구 인생도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의식을 되찾고 이송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AFP=연합뉴스)

이탈리아가 법적으로 심장병과 관련해 높은 기준을 잡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에릭센은 이탈리아 리그로 이적해 올 시즌 우승 트로피를 받았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에릭센이 모든 테스트를 받았고 통과했다는 의미다. 건강했던 에릭센도 갑작스럽게 쓰러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경기장 안에서 에릭센이 쓰러지고 응급처리가 이뤄지는 동안 선수들은 모두 에릭센이 치료받는 과정을 보호해주었다. 눈물을 흘리며 동료가 빨리 회복되기 바라는 덴마크 대표선수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상대팀인 핀란드 응원단은 자신들의 국기를 던져 에릭센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덴마크와 핀란드 응원단 모두 에릭센을 응원하며 그가 빨리 일어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덴마크 선수들을 일렬로 도열해 박수로 맞이하는 핀란드 선수들의 모습도 감동이었다.

에릭센과 함께했던 선수들은 그를 위해 응원했다. 손흥민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결승골을 넣고 '23'이라는 숫자를 표시하며 동료였던 에릭센의 회복을 기원했다. 케인 역시 기자회견을 앞두고 에릭센이 쓰러지자 긴급하게 기자회견까지 취소하며 그의 회복을 기원했다.

이탈리아 리그 우승 동료인 루카쿠 역시 에릭센의 기원을 바라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선수들은 당연하게도 에릭센이 빨리 회복하기를 바랐다. 무리뉴 감독 역시 눈물을 흘리며 그의 회복을 기원했고, 에릭센의 전 국대 감독은 중계 도중 충격을 받아 중계석을 떠날 정도였다.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 대 레바논의 경기. 손흥민이 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뒤 곧바로 중계 카메라로 달려가 손가락으로 '23'을 만들고 "크리스티안, 스테이 스트롱. 아이 러브 유(Christian. stay strong. I love you)"을 외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연합뉴스

에릭센은 깨어났지만, 이후 그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반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문제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뛰어야 하는 축구의 특성상 심장병으로 쓰러진 에릭센이 다시 축구를 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선수다. 가장 강력하게 심장병 이상을 검진하는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심정지 상태까지 이어졌다. 축구가 의외로 상당히 위험한 스포츠라는 사실을 이런 사고들로 인해 깨닫게 된다.

누구라도 쓰러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에릭센이 팀 우승과 국가대표 경기 소화 등 강행군을 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분명 그럴 수 있다. 인간의 심장 기능이 무한대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유명 스타 선수들의 혹사는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다시 그라운드에 쓰러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축구계를 휘감고 있다. 물론, 에릭센이 쓰러져도 경기는 이어지고 그렇게 축구는 다시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계속되겠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을 가진 영국 리그에서 뛰는 손흥민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에릭센 선수가 빨리 회복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축구 선수로서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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