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반년 넘게 공전하면서 소관 상임위와 부처를 달리해 법률개정안이 발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앱마켓사업자가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행위기준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해 콘텐츠사업자와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라고 명명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구글 플레이스토어 로고. (사진=연합뉴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기존에는 게임에만 적용되던 인앱결제 시스템을 디지털콘텐츠 전반으로 확대적용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인앱결제란 앱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 앱마켓사업자가 만든 시스템에서 결제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게임앱에는 30%, 일반앱에는 10% 수수료를 적용해왔다. 10월부터 일반앱의 결제수수료는 30%로 인상된다. '앱통행세'로 불리는 앱수수료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적용으로 인상되면 앱개발사업자나 이용자들에게 즉각적인 비용부담 증가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현재 국회 과방위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이 논의되고 있으나, 지난 4월 열린 법안소위에서 해당 개정안 7건이 야당의 이견으로 거듭 처리 불발되며 무산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비록 구글 등 앱마켓사업자가 국회 과방위 소관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규제를 받고 있지만, 콘텐츠산업 진흥은 문체부 소관인 만큼 콘텐츠 사업자 보호를 위해 문체위에서 소관 법률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앱 마켓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콘텐츠산업 진흥법에 신설하는 내용이다. ▲합리적 이유 없이 콘텐츠에 관한 지식재산권의 일방적인 양도 요구 등 그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사업자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는 행위 ▲콘텐츠를 등록·판매하고 이용자가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거래를 중개하는 공간에서 그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사업자에게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그 밖에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콘텐츠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등이 금지행위로 규정된다.

아울러 개정안은 앱 마켓사업자가 이 같은 위반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계 기관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회 과방위 여야는 지난해 '구글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고 국정감사 기간 내 처리까지 약속했지만 돌연 국민의힘이 태도를 뒤바꾸면서 현재까지 관련법안 처리를 이뤄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자유무역협정(FTA) 저촉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졸속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민의힘은 공정위가 규제하면 되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왜 규제를 해야하느냐는 '이중규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과방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갑질을 방지한다면서 갑질을 2개를 만드는 것도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될 문제다. 방통위가 실태조사권까지 가지는 것은 과한 부처이기주의이고 밥그릇 키우기"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구글 갑질 방지법'에 대해 중복규제 의견을 밝히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여야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같이 발의를 했는데, 지금 이것을 가지고 공정위가 하는 건데 우리가 왜 하느냐 하면 방통위와 우리 (과방)위원들이 여기 왜 있어야 돼냐"라고 반박했다. 관련 업계는 전기통신역무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맡아야 실효적인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 7일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침에 대한 조사 대응력을 높이겠다면서 ICT 전담팀 앱마켓 분과 인앱결제 조사팀을 확충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편, 구글은 과방위의 법안논의 과정에서 인앱결제 수수료 방침을 30%에서 일부 15%로 낮추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구글플레이를 통한 연 매출 100만달러 이상의 개발사에는 현행 방침대로 30%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100만달러 이하 개발사에는 15%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매출 100만달러 이상의 개발사들이 구글플레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또 문제의 본질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인앱결제' 자체에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방위는 오는 17일 제2법안소위에서 관련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이 주최한 '글로벌앱공정성 국제 컨퍼런스'에서 "대한민국 국회에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구글의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특정 규모 사업자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는 성과도 이끌어냈다"며 "표결절차로 진행하면 통과 되겠지만, 합의관행이 있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더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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