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K리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한 시즌을 결산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던 만큼 많은 축구인들과 팬들이 함께했습니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고, 대부분 표정들도 밝았습니다.

▲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신영록 (사진:김지한)
하지만 그 중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기적의 아이콘' 신영록(제주 유나이티드)이었습니다. 지난 5월 8일, 대구 FC와의 리그 경기 도중 갑작스런 부정맥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그가 시상식장 안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들어오는 순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팬들 앞에, 또 동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런 신영록을 향해 동료들, 감독들은 신영록을 반겼습니다. 특히 먼저 와 있던 박경훈 제주 감독이 흐뭇한 표정으로 신영록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걱정이 있었습니다.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하지만 많은 팬들이 보는 앞에서 혹 긴장해서 심하게 떠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신영록은 당당하고 의젓했고, 동료 선수, 감독 선생님과 함께 축제의 장을 즐기려 했습니다. 때로는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상을 받는 선수를 향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신영록이 특별공로상 시상자로 나선 것이었습니다. 신영록은 생방송중인 시상식 무대에 두 발로 걸어 탤런트 김헤진 씨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 신영록을 향해 팬들은 '신영록! 신영록!'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잠시 긴장한 듯했지만 신영록은 이내 평안한 모습을 찾았고, 당당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신영록입니다"하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후 신영록이 한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상식장을 숙연케 하고,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신영록은 힘겨워하면서도 최대한 노력을 다하며 "여러분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는 말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는 그 말에 많은 이들은 또 한 번 박수를 보냈고, 눈시울을 붉힌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쓰러졌을 때 신속한 응급조치로 목숨을 살려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장열 제주 유나이티드 트레이너의 이름을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이어 김 트레이너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면서 해맑게 웃었고, 그런 신영록의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많은 이들은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 김장열 제주 트레이너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는 신영록 (사진:김지한)
신영록이 생방송중인 시상식의 시상자로 나선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떨려 하는 큰 시상식에서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다 소화해냈습니다. 그렇게 건강함, 건재함을 과시하며 또 한 번 '기적의 아이콘'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팬들의 기대와 응원이 있었는데 약속을 지킨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반갑고 또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이날 시상식의 '숨은 MVP'는 바로 신영록이었습니다.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신영록은 분명히 많이 호전돼 있었습니다. 강한 정신력으로 다시 일어섰고, '인간 승리' 스토리를 쓰며 빠르게 회복해 있었습니다. 그런 신영록에게 귀 기울이며 큰 박수를 쳐준 팬들의 자세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상식 장면보다도 가슴 뭉클하고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을 울리고 흐뭇하게 했던 이 순간, 신영록의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신영록, 그리고 K리그의 앞날에 밝은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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