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 일요일 <SBS 스페셜> '2007 남성보고서 男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한장면이다.

여기 부부들이 주목해야할 이야기가 있다. 남성들은 자신이 어떤 단계의 남편인지 체크해보고, 부인들은 남편의 행동을 관찰해보자. 초단부터 10단까지 있다. 즉, 10단이 최고의 남편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초단 : 결혼 후 3년 이상 지났어도 부인을 사랑하는 사람
이단 : 가사 일을 돕는 것이 뛰어난 사람
삼단 : 바람을 피운 적이 없는 사람, 들키지 않은 사람
사단 : 레이디퍼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
오단 :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사람
육단 : 사랑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
칠단 : 고부간의 문제를 하룻 밤에 해결 할 수 있는 사람
팔단 : "고마워"를 주저하지 않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구단 : "미안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십단 : "사랑하고 있어"를 쑥스러워하지 않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이는 일본의 '신정주관백'의 급수인정 기준표로 단계에 따라 단증까지 교부한다고 한다. '신정주관백'은 이제는 아내를 천황 다음가는 높은 위치인 관백으로 여기고 새로운 '정주'(남편)로 변화하자는 일본의 신개념 남편운동이다.

웃고 넘어갈 해외토픽이 아니다. 은퇴 후의 남성들의 삶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지표이다. 은퇴한 남편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 사회가 선택한 방법이다.

현재 일본의 은퇴 남성들은 '젖은 낙엽'이라고 불린다. 아무리 떼어도 달라붙어 있는 젖은 낙엽처럼 귀찮은 존재라는 의미다. 아내들은 부담스러워서 병이 나고, 남편들은 외롭고 괴로워서 병이 난다. 이런 부부들은 자연스럽게 황혼이혼으로 마무리 된다.

우리나라에도 점차 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IMF이후 조기퇴직이 흔해지며 퇴직연령이 빨라졌다. 여기에 평균수명은 늘어났으니 가정에서 부닥치며 노후를 보내는 시간은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대접은 과거와 천지차이다. 자식들은 제 갈 길을 가느라 바쁘고, 아내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분명 이 시대 중년남성들은 억울하다. 앞만 보고 달린 죄밖에 없다. 가족이나 아내와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남편들의 권위를 살려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일본 남성들은 이에 대해 단호히 “아니오”라고 답했다. 늦었지만 남편들이 먼저 손 내밀어, 아내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내에게 사랑받을 노력을 하라는 뜻이다. 더불어 이런 변화가 아내와 자신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신정주관백'의 급수인정 기준표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9단이다. 몇 십년을 산 부부라도 "미안해"라고 말하기가 그 정도로 어려운 모양이다. 거꾸로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가 부부사이의 거리를 쉽게 좁혀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부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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