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K리그는 그야말로 전북의 해였습니다. '닥공 축구'라는 명품 상품을 내놓았고, 5월 이후에는 K리그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으며 결국 2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비록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했지만 K리그, 나아가 동아시아를 대표해 '진짜 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팀의 정신적인 지주로 거듭난 이동국의 맹활약, 김동찬, 정성훈, 이승현 등 이적 선수들의 활약, '무명 골키퍼'에서 팀 간판으로 떠오른 골키퍼 김민식의 선전 등 선수들 개개인의 활약상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으며 화려하게 한 시즌을 마친 전북은 이제 더 큰 팀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우승 세레모니를 펼치는 전북 현대 선수들 (사진:김지한)
잇따라 나온 악재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힘 '닥공'

올해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시즌 초 5경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승부조작 사태로 주전 골키퍼 염동균이 중간에 전력에서 이탈하는 사태도 맞았습니다. 승승장구를 거듭했지만 그토록 바랐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카타르 알 사드의 '비매너 축구'로 아쉽게 이루지 못했고, 그에 따른 정신적인 충격은 꽤 상당했습니다. 주축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시즌 막판 부상으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그랬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북은 마지막까지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잇달아 터진 악재 속에서도 베테랑 선수들과 신예 선수들, 그리고 기존의 선수들과 이적 선수들이 똘똘 뭉쳤습니다. 그리고 올해 전북이 내놓은 명품 축구 '닥공'의 색깔을 유지했습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32경기를 치르면서 2골 이상 넣은 경기는 무려 21경기. 5골 이상 넣은 경기도 4경기에 달할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력은 전북을 오늘의 최강팀으로 이끌게 한 밑바탕이 됐습니다. 한 명이 안 터지면 다른 선수들이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덕에 어떤 공격수가 나서든 꾸준하게 색깔을 유지한 축구를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수비수 출신 최강희 감독의 결단

'닥공'을 꾸준하게 유지시킨 최강희 전북 감독의 공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본래 수비수 출신감독입니다. 하지만 공격만이 살 길이고 팬들을 더 끌어모으는 힘이 될 것이라 판단한 최 감독의 결단은 전북을 매력적인 팀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습니다.

비겨도 우승할 수 있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끝까지 '닥공'을 외친 그의 전략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더 빛나게 한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무조건 공격'으로 큰 성과를 낸 덕에 다른 팀에도 좋은 롤모델이 된 것은 전북이 얻은 또 하나의 '숨은 성과'였습니다.

▲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전북 현대 (사진:김지한)
전폭적인 지원-더 안정화된 전력, 미래를 기대한다

2년 만에 이룬 우승이지만 앞으로도 전북이 꾸준하게 우승 전력을 보유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올해 이뤄낸 더블 스쿼드가 내년에는 이적생들의 완벽한 적응으로 더 위력적인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다 올해 이루지 못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내년 시즌 더 강력한 전력 보강을 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주축 선수인 이동국, 에닝요를 일찌감치 시즌 끝나기 전에 재계약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전북의 강세를 점치는 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구단은 최강희 감독을 앞으로도 계속 신뢰하면서 25년 동안 한 팀만 맡은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처럼 키울 야심찬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클럽하우스가 준공돼 선수들이 오로지 축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튼실한 지원에 더 탄탄해지는 선수 구성, 더 마음 편히 팀에 올인할 수 있는 감독까지 3박자가 고루 어우러진다면 충분히 전북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색깔 있는 축구로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전북 현대. 하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더 큰 꿈을 꾸는 의지가 뚜렷하게 있기에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K리그의 새로운 전설을 꿈꾸는 전북 현대의 발걸음, 이제 다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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