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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쉘- 폭스TV에서 무슨 일이? 캐스팅 권력은 어떻게 작동됐나세상을 바꾼 내부고발…폭스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의 ‘권력형 성범죄’ 다룬 영화
장영 | 승인 2021.06.06 12:04

[미디어스=장영]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은 여성영화가 아닌, 권력형 범죄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실제 벌어진 사건을 영화화했다. 이 사건을 다룬 TV 드라마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서 폭스 사건은 큰 화제였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급격하게 확산되며 폭스 회장의 성범죄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단순한 여성영화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남자가 여자를 착취하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권력’이 만든 범죄라는 점에서 남과 여의 위치가 달라져도 동일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

폭스 방송은 미국을 대표하는 극우매체다. 루퍼트 머독이라는 미디어 황제가 만든 폭스의 CEO 로저 에일스의 성범죄를 다룬 <밤쉘>은 그저 말초적인 자극을 위해 사건을 다루지 않고, '권력'에 방점을 찍고 이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로저 에일스는 공화당 소속 대통령들인 닉슨, 레이건, 부시 대통령과 줄리아니 뉴욕 시장의 언론 컨설턴트를 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런 능력이 머독의 눈에 띄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이미지

미국 방송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다. 페이퍼 언론은 다양한 정치적인 색을 띠었지만, 방송만큼은 중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머독이 폭스를 만들고 극우 언론을 표방하며 이 철칙은 무너졌다. 이에 CNN이 반대편에 서며 미국 언론은 자극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2016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폭스는 트럼프의 편에 서서 그에게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여성 앵커가 트럼프에 맞서는 상황이 발생한다. 폭스의 간판 앵커인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와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이 트럼프와 대립하며 균열이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그런 트럼프를 공격한 메긴과 그레천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간판인 메긴은 폭스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타사 출신 그레천은 좌천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이미지

그레천은 좌천된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폭스에 반하는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로저가 추구하는 뉴스는 여성 앵커의 성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무조건 짧은 치마를 입어야 하고, 카메라는 여성 앵커들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둔 폭스이기도 하다.

여성의 성을 상품으로 포장해왔던 로저에게 그레천은 화장도 하지 않은 얼굴로 방송에 나서는 등 여성의 가치와 삶에 대해 폭스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로저에 의해 그레천은 해고를 당하고 본격적인 법정 투쟁은 시작되었다.

이미 폭스의 행태에 신물이 난 그레천은 오래전부터 이들의 성적인 희롱들을 참지 못하고 법적인 준비를 해왔다. 머독이 이끄는 폭스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기에 그들이 선택한 것은 로저였다. 개인에 대한 고소에 머독이 전면전으로 나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이미지

영화는 거대 미디어기업을 이끄는 루퍼트 머독을 정면 조준하지 않고 폭스를 이끈 로저 에일스에 집중해 권력형 비리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쳤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실존 인물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메긴과 그레천 모두 실존 인물이고 로저와 맞서 싸운 인물이다. 하지만 중요 인물로 등장한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은 실존 인물이 아닌 만들어낸 캐릭터다. 그런 점에서 그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의 의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케일라가 로저에게 불려가고, 그곳에서 승진을 보장받기 위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레천이 고소를 시작하고 폭스 전체가 들썩이는 상황, 케일라는 메긴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언을 한다. 당신도 당했다면서 왜 말해주지 않았냐고 한다.

이 문제를 언급하고 해결했다면 지금까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케일라의 발언은 감독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나 혼자 참고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결국 로저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케일라라는 인물은 실존인물 메긴과 그레천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밤쉘>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케일라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이미지

성공에 대한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공정한 기회를 주고 그렇게 경쟁해 성공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이 곧 관리자의 역할이다. 하지만 캐스팅 전권을 가진 로저가 행한 것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일이었다. 여성 앵커들에게 성상납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더는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밤쉘>은 폭스 방송사의 성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권력형 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 그리고 그와 함께 연대하는 피해자들의 용기,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런 용기 있는 이들의 한 발자국이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남과 여의 전쟁이 아니라,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제작자이기도 했던 샤를리즈 테론의 명연기만이 아니라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밤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기생충>만 아니었다면 아카데미의 승자가 될 수도 있었던 이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권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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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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