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우리는 피해자 정보가 알고 싶지 않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군대 내 성폭력 사건 보도 시 피해자에 대한 상세정보 기재에 주의해달라고 언론에 당부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3일 “최근 모 국회의원을 통해 배부된 군대 내 성폭력 자료에 피해자의 상세정보가 기재돼 있었다”며 “자료를 청구하는 측과 제출하는 측 모두 문제다. 성폭력 관련 국회 감사와 언론 보도에서 상세한 피해자 정보가 요구되고, 확보되고, 유포되지 않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지난달 ‘공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군대 내 성폭력 범죄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언론 및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방부에 성범죄 재판 기록, 성범죄 사건 관련 실태조사 자료를 제출받아 언론에 공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관련 기관에 자료를 청구할 때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요청하지 말 것을 국회에 당부했다. 자료요청을 받는 기관에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언론에는 피해자가 조직 내외부에서 특정될 수 있는 형태로 보도되지 않도록 반드시 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 국회는 자료청구권을 무분별하게 발동하고 해당 기관은 원칙 없이 자료 제출에 급급하다”며 “피해자가 특정되면 피해자의 과거 사건, 사건과 무관한 과거 이력, 피해자와 관련한 무관한 일화 등이 무분별하게 인터넷 게시판, 댓글, 언론, 유튜브, 가짜뉴스로 올라온다. 이를 일일이 바로잡고 삭제하는 일에 어떤 정부 대책도 전무하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을 향해 “성폭력 보도는 성폭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도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으로 우리는 피해자 정보를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문제해결의 전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권리보장과 보호 원칙이 단단하게 지켜지고 고려될 때에야 지금보다 한걸음 갈 수 있다”며 관련 기관들에 피해자 정보 보호를 엄중하게 요청했다.

지난달 22일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공군 A 중사가 목숨을 끊었다. 국민청원으로 사건이 알려지자 뒤늦게 국방부 검찰단은 2일 가해자로 지목된 B 중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인권센터는 5월 초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남군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폭로했고, 해병대 병사가 선임병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KBS 보도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공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 관련해 최고 상급자를 포함한 지휘 책임 문제도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와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및 사망 이후 미흡한 조치에 대해서도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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