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9.4.24 수 23:44
상단여백
HOME 뉴스 비평
종편 출연 허지웅을 비난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안티 종편의 사회적 합의와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
김완 기자 | 승인 2011.12.05 11:39

종편 개국이 언론운동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바 있다.(관련기사: 종편 개국을 언론 운동의 기회로) 그러기 위해선 ‘유령과의 싸움’을 ‘현실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썼다. ‘현실 투쟁’의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비 종편 매체들이 종편의 ‘부당거래’를 폭로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균 시청률이 0.5% 안팎을 기록하는 고만고만한 방송들이 지상파의 70% 수준 광고비를 달라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고, 이 시장 논리에 반하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종편은 무수한 범법적 행위를 통해 광고 약탈을 자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종편에 대한 범사회적 출연거부이다. 앞선 방법이 종편의 외부 기반을 허무는 것이라면, 출연거부는 종편의 내부를 황폐하게 하는 방법이다. 지난 주말, 트위터는 영화칼럼니스트 허지웅의 종편 출연을 둘러싼 논란으로 뜨거웠다. 그 동안 진보적 입장에서 글을 써온 허지웅이 동아종편 채널A의 영화 프로그램에 출연한단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는 분개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시민지성에 반한 허지웅을 나무 십자가에 매달아 공개 화형하자"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 역시 허지웅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으며 “조중동 종편의 유일한 성과는 허지웅 밥벌이를 해결해 준 것 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 허지웅은 자신의 종편 출연이 논란이 되자 '채널A 영화프로그램 <무비홀릭> 출연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올리며, "요 며칠 동안 그런 과정들이 고달파서, 하차하고 싶다는 의향을 제작진에 전해두기는 했다"고 밝혔다.

‘종편 출연은 안 된다’는 선의를 모를 바는 아니나...

허지웅을 향한 비난의 의도를 모를 바 아니다. 개국 초장에 승부를 봐야한단 의지의 표명이다. 유명인들이 아예 종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시범 케이스’를 만들겠단 분기탱천이 엿보인다. 소설가 공지영이 김연아와 인순이를 비난한 맥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각의 표현 방식과 논리적 적합성 여부를 떠나 ‘종편 출연은 안 된다’는 정서를 확산시키기 위한 선의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논란이 확산되자 허지웅은 “자유로운 발언을 전제하고 출연하는 문제를 ‘부역’ 혹은 ‘변절’로 규정지을 정도의 기준에 관한 구체적 논의와 합의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다”며 “종편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낙인을 찍는 행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종편 프로그램에 대한 진보진영의 입장을 안티조선운동 때만큼으로 확장하거나 정돈하기 위한 토론회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하기도 했다.

허지웅 건처럼 시끄럽진 않았지만 구조적으로 더 중요한 논란도 있었다. 독립PD가운데 가장 전투적이란 평을 듣던 이성규PD의 ‘오래된 인력거’가 채널A의 개국특집 다큐로 방송된다. 이에 이성규PD는 ‘<오래된 인력거> 채널A 방영에 대한 변명‘이란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래된 인력거’의 종편 방영과 관련해 “‘종편의 부역자가 되다"는 말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현 지상파의 착취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독립피디들의 수작 다큐는 모두 종편을 향할 것”이라며 “언론노조를 비롯해 지상파의 그 어떤 진보적 세력도 이러한 불공정 거래와 착취구조에 대해 단 한마디도 공론화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 가장 전투적인 독립PD라고 평가받는 이성규PD의 작품 '오래된 인력거'가 채널A의 개국 특집 다큐로 방영되자, 방송계에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성규PD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절절한 심정을 밝혔다.

허지웅과 이성규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의 공론화 필요

허지웅과 이성규의 사례는 종편 개국 초기의 혼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동시에 종편 출연에 관한 사회적 기준과 합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허지웅은 “종편의 배경과 출발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형 문제점들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해당 매체에 입사하거나 종속되는 것이 아닌, 생계형 노동자가 정치와 무관한 프로그램(외주 제작사에서 제작되는)에 자유로운 발언을 전제하고 출연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 아니냐고 묻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성규PD 역시 “지상파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 보려고, 지상파를 상대로 몇 년 동안 싸우고 달래도 보고 협상도 해봤지만, 콧방귀도 안 뀌었다”며 “혈육 같은 작품을 종편에 안기는 마음 결코 편하진 않지만, 그러면 아예 한국에서의 방영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허지웅과 이성규의 항변은 종편 출연 문제를 개개인의 윤리적 결단과 정치적 판단에 맡겨둘 경우 항시적으로 재연될 상황은 농후하다. 관련해 허지웅은 종편 출연 여부가 “참여 자체로 결국 그 매체의 진보적 데코레이션 기능을 할 것이며 그것이 극우매체의 문화적 기동방식이다”는 과거 안티조선운동의 논리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지면매체들의 편집체계와는 달리 케이블 방송의 경우 대부분 외주제작사들 콘텐츠의 짜깁기로 만들어지는 편성”이라는 추가적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성규가 지적한 문제의식과 맥락이 맞닿아 있는 얘기다.

그래서 어쩌면 종편 개국 하루 만에 벌어진 허지웅과 이성규의 문제는 역설적으로 종편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편은 프로그램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셀러브리티’의 출연이 절박하고, 편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주제작사의 콘텐츠가 절실하다. 이 두 가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종편은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을 여유가 없으며, 지상파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외주사의 콘텐츠를 사들이고 있다.

종편 출연자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저차원, 저효율의 해법, 사회적 합의와 인식공유 해야

따라서 이 두 가지가 종편의 약한 고리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이를 공략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지 별다른 논의 없이 오로지 ‘셀러브리티’의 종편 출연을 저지하기 위해, 출연이 결정된 몇몇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붓는 것은 가장 저차원적이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해결법이다. 시급한 것은 종편 출연 자체가 낙후된 행위라는 사회적 합의와 인식의 공유다.

이 합의의 과정은 안티조선운동이 그러했듯 그 자체로 운동적이다. 왜 종편에 출연하면 안 되는 것인지를 공고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종편 출범의 역사적 맥락과 향후 사업권 회수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 역시 지속적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방식처럼 지사적 누군가의 ‘거부 선언’이나 공동의 지식인 선언도 좋고 아니면 새로운 매체 환경에 조응하는 형식의 또 다른 운동도 좋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공론의 과정을 통해 합의를 밟아가야 한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지상파와 외주사의 관계를 ‘정상화’하여 구조적으로 종편이 질식될 수 있는 발판의 마련해야 한다. 며칠의 편성을 봐서 알겠지만, 종편은 외주제작 없이 결코 굴러갈 수 없다.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는 외주사들 역시 같은 조건이라면 채 1%의 시청률도 나오지 않는 종편보다는 이왕이면 지상파에 프로그램을 납품하길 원한다. 다만, 종편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종편과 거래하는 것뿐이다. 지상파 방송과 외주사의 불공정한 관계는 익히 알려진 문제다. 지상파는 공적 자산이다. 공적 자산이  ‘조폭 방송’, ‘약탈적 사업자’라고 부르는 종편보다 더 흉악한 거래를 하다는 건 그 자체로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장담컨대, 이 아이러니를 바로잡으면, 종편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망한다. (관련 기사 : 지상파방송, 두 얼굴을 가진 한국 사회의 '슈퍼 갑'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Rkd 2011-12-08 11:25:07

    고재열 같은 이의 논리는 유사파시즘에 가까움. 허지웅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경솔히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닥치고종편거부주의자들의 논리가 너무 후짐.   삭제

    • ............... 2011-12-06 12:48:25

      잘 읽었습니다. 추천!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9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