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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 성폭력 수사-재판, 민간으로 이양해야"군 성폭력 매뉴얼 지켜지지 않고 도돌이표…"군에서 수사하고 판단하면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 높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6.03 12:50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폭력 사건으로 여 부사관이 목숨을 끊고, 바로 옆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남자 군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다. 해당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대 차원의 조직적인 은폐와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군에서 수사하고 기소하는 재판을 중단하고 모두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며 군 내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공군 A 중사가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는 지난 3월 초 사건 발생 직후 신고했지만 즉각적인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청원으로 사건이 알려지자 뒤늦게 국방부 검찰단은 2일 가해자로 지목된 B 중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여군 숙소에 무단 침입해 불법촬영을 저지른 간부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5월 초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남군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폭로했다. 군사 경찰이 확보한 C 하사의 USB와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다량의 불법 촬영물을 발견했고 피해자는 최소 5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C 하사는 오는 8월 전역이 결정된 군사경찰대 소속으로 공식적인 징계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처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군 특수성 때문에 군 내 성문제가 반복되고 은폐된다고 설명했다. 성 관련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주로 상하관계인 경우가 많다. 주변 군인들은 이를 은폐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연대책임을 지지 않을까‘ 등의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가해자의 가족이 관사를 같이 쓰는 경우 군인들간 유대관계가 깊어 서로 도와주려는 속성도 있다고 했다.

군사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군사경찰의 수사 담당자들이나 책임자가 성인지성이 떨어지고,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방부 9쪽짜리 지침이 있지만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9페이지 지침은 ▲피·가해자를 공간적으로 엄격하게 분리한다 ▲피해자 중심의 인사 조처를 해야 한다 ▲비호·방조·묵인에 대해 징계를 강하게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임 소장은 “예를 들어 불법 촬영의 경우 신종 범죄로 '과거에 없던 것들에 대해 속보로 보고한다'고 적힌 지침에 따라 지휘 체계를 통해 최고 상급자에게 빨리 보고해야 한다. 즉 반드시 압수수색을 하고 강제수사를 하란 얘기지만 19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성범죄 사건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19전투비행단 성범죄 사건의 경우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사건을 수사한 헌병수사관은 “(가해자도) 인권이 있지 않냐. 8월에 전역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소장은 “‘8월에 전역하는 거 들쑤셔서 어떻게 할래’ 식의 안일한 사고를 하고 있으니 수사조차 제대로 안 되고 기소도 엉망인 채로 군사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 아마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주검 앞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이 중사는 두달여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군의 안일한 문제 인식으로 군 내 성비위 사건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20전투비행단에서만 2015년 하사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2018년 11월 일병, 2019년 2월 하사, 2021년 1월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 소장은 “군이 각 사안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권침해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교훈이 적용되지 않는 거다. 하나의 개별 사건으로 인식하다 보니 병영 부조리나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2013년 강원도 육군 15사단에서 상관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여성 대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바 있다. 이른바 오 대위 사건 이후 군은 2015년 '원스트라이크 제도'를 도입해 성범죄는 무관용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소장은 "8년이 지났고 군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매뉴얼은 실제 지켜지지 않아 여전히 도돌이표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목숨을 끊은 공군 중사 사건에 대해 “가해자는 코로나 정국에 회식하지 말라는 방역수칙을 어기고, 신고되니 옆 사람들이 협심해서 가해자를 선처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며 “예단이지만 가해자가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 변호를 잘하는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승소율이 높으므로 재판이 피해자 측을 괴롭히는 재판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임 소장은 “군에서 수사하고 판단하면 솜방망이 처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군에서 수사하고 기소하는 재판을 중단하고 모두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도저히 안 된다면 군사범죄와 상관없는 비군사 범죄는 모두 민간에서 사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안은 청문회라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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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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