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검수완박'에 이어 언론 개혁이란 가짜 포장을 씌워 '언자완박(언론의 자유 완전 박탈)'에 나섰다"

중앙일보가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 주장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에 '언자완박' 딱지를 붙였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 개혁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허위조작정보, 포털 뉴스서비스 등이 언론계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다. 각 현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취하는 태도를 보면 야당의 '언자완박' 주장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중앙일보는 1일 기사 <김용민에 맡긴 미디어특위… 야당 "검수완박 이어 언자완박">에서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가 인터넷 포털 규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언론 규제에 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박대출 의원 주장과 함께 "검찰 개혁 주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각 때문에 추진이 부담스러운 만큼 비교적 저항이 덜한 언론 개혁에 강경파를 넣어 지도부가 친문 지지층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31일 출범한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는 ▲포털혁신 ▲가짜뉴스 대응 ▲미디어바우처 도입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미디어 정책 정부 거버넌스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포털의 뉴스 추천 기능을 없애고 언론사 홈페이지 화면으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안, 언론·유튜브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국민참여 방식의 언론정부광고 집행, 정치권 추천을 배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미디어 융합환경에 맞는 미디어 법제·정부 거버넌스 정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포털 AI알고리즘 기사 추천 문제를 정파성에 기반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 언론·유튜브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의는 정치·경제권력의 전략적 봉쇄소송과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낳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각 주요 과제들이 논의가 필요한 미디어계 현안이라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김용민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은 "그동안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공공성을 잃지 않는 미디어 정책비전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소통은 폭넓게 결단은 단호하게 실행은 신속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미디어 정책은 정치권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정치·경제적 독립이다.

박대출 의원이 소속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논의를 보면,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포털 AI알고리즘 문제에 대해 정치권 개입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 박성중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 구성 시 국회 여야 7대6 추천 비율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사장 추천 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특별다수제)를 얻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KBS 이사회 구성을 여당 6명, 제1야당 6명, 방통위가 3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2년마다 이사의 3분의 1씩을 교체하는 '임기 교차제' 법안을 발의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 추천 '관행'을 명문화한 법안들이다.

과방위는 여야 합의로 '방송 TF'를 구성해 처리가 시급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이유로 '방송 TF' 구성안건 회의를 보이콧 했다. 이후 과방위가 다시 열렸지만 현재까지 '방송 TF' 구성 논의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좌석들이 비어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포털 AI알고리즘 뉴스 배열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정치권이 알고리즘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포털 뉴스검색 알고리즘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여야를 불문하고 잇따르자 네이버는 지난 3월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 중 일부를 정치권이 추천해달라 요청했다.

학계에서는 정치권의 알고리즘 검증은 소모적 논란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파적 구도에 따라 보도량 등을 가지고 유·불리를 따지는 논의만이 반복돼 결국 알고리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검토위원회 자체가 포털 알고리즘 문제의 '면죄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알고리즘 검토위원을 추천하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과방위에서 열린 포털 알고리즘 공청회에서 박대출 의원은 "네이버가 검토위 추천해달라고 해서 이미 복수 추천자를 받아놓고 있다. 민주당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은 "네이버에서 검토위를 하는데 왜 우리가 추천해야 하나"라며 "뉴스와 관련해 정치권이 들어가서 편향됐네, 마네 다투는 게 의미가 있나. (검증은)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 박성중 의원은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방송·신문·포털을 보면 거의 우리편은 많이 없다.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알고리즘 설계, 가중치 부여 등에서 여러 여지가 있다. 그래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만들어 중립적으로 하겠다는데 여당이 추천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굉장히 불리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연합뉴스 대주주 뉴스통신진흥회의 위원 추천을 두고 청와대와 수개월 째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의힘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인사를 추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인해 디지털성착취물 심의·삭제·차단을 담당하는 방통심의위가 마비됐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이유없는 리더십 공백을 겪고 있다.

한편, '언자완박'을 주장한 박대출 의원은 '인터넷 준실명제'를 대표발의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성중 소위원장의 의결 강행에 따라 '인터넷 준실명제'가 통과됐다. 개정안이 과방위 법안심사를 통과하자 시민사회에서 "익명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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