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겨레 후원회원제 ‘서포터즈 벗’이 성공하기 위해선 ‘콘텐츠 품질 향상’이 핵심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충성 독자를 유인하고 유지하는 핵심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돼야 후원회원제의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달 17일 국내 신문사 중 최초로 디지털 후원회원제를 시도하고 있다. 한겨레는 후원회원에게 개인화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기자상·관훈언론상 등을 수상한 탐사보도물을 묶은 ‘한겨레 탐사보도 작품집’을 제공한다.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는 “후원회원을 모시는 일은 고질적인 공짜 뉴스 관행을 깨는 큰 도전”이라며 “포털의 공짜 뉴스가 선정적으로 유통되는 세상에서 좋은 저널리즘이 싹트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600여 명이 한겨레를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지난달 28일 김춘식 한국외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신우열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과 함께 후원회원제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후원회원제 성패의 요인으로 봤다. 대담 내용은 1일 자 한겨레신문 지면에서 공개됐다.

양정애 책임연구위원은 “한겨레 주주 500명과 디지털 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콘텐츠의 품질을 (후원회원제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며 “후원금 역시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언론사 후원모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멤버십 모델’의 필수조건으로 콘텐츠를 꼽았다. ‘멤버십을 위해 언론사가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요소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61.8%는 ‘콘텐츠’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고품질 콘텐츠 제공’ 33.0%, ‘맞춤형 콘텐츠 제공’ 14.9%, ‘배타적 콘텐츠 제공’ 13.9%다.

신우열 교수는 “포털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한겨레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올 이유를 계속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어떤 어려움을 뚫고 정보를 얻어냈는지 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한겨레 누리집에서만 제공해볼 수도 있다. 후원자는 저널리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인 만큼 취재 과정의 투명성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고 밝혔다.

김춘식 교수는 한겨레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심층적인 보도를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많은 언론이 단순한 사실 나열이나 갈등 중심 보도를 하다 보니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며 “당면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지 단서를 제공하려는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시민을 위한 저널리즘은 정파성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저널리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우열 교수는 정파성에 따른 후원회원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기존 후원자 이탈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정파성이 한국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 편을 공격한다는 느낌이 들면 이탈은 분명 생길 것이다. 기자들을 믿어주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어느 기사로 10% 후원자가 빠질 때 눈에 바로 보이는 건 빠져나간 후원자”라며 “하지만 이 때문에 한겨레가 세워둔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파성이 아닌 저널리즘의 가치 자체에 후원한 90%의 후원자를 믿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네이버가 출범시킨 유료 콘텐츠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에 참여하고 있다. 한겨레는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 코리아’ 일부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 중이다. 이에 대해 양정애 책임연구위원은 “포털이 지금 같은 판을 만든 게 사실이지만 언론사도 포털을 통한 기사 유통과 전재료에 안주한 과거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며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되지만, 사람이 이미 모여 있는 포털에서 유료화 실험을 해보는 것은 의미 있다.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어떤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지를 실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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