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바우처법(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취지는 좋으나 정부광고 제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디어바우처법이 ‘언론 생태계 복원’이라는 선한 의도로 탄생한 법안이지만, ‘정부광고’가 재원이 된다면 정부·공공기관이 세금을 들여 광고하는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바우처 도입은 지난달 31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8대과제에 꼽혔다.

미디어바우처법은 국민이 직접 언론사 정부광고비를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디어바우처법에 따르면 국민이 자신이 원하는 언론사에 미디어바우처를 제공하고, 정부·공공기관은 언론사가 받은 바우처를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한다.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미디어바우처법 발의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미디어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언론사는 신문사, 인터넷신문사업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등이다. 정부는 만 18세 이상 국민에게 미디어바우처를 지급하고, 국민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언론사에 바우처를 제공한다. 특정 언론사에 바우처를 50% 이상 지급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미디어바우처 총액 25%를 마이너스바우처로 제공한다. 마이너스바우처는 ‘불호의 의사표시’로 언론사가 마이너스바우처를 받으면 해당 금액만큼의 미디어바우처가 환수된다.

지난해 인쇄·인터넷 매체 정부광고비(5124억)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미디어바우처는 1만 1571원, 마이너스바우처는 2892원이다. 한 언론사에 제공할 수 있는 최대 미디어바우처는 5785원이다. 마이너스바우처는 한 언론사에 모두 지급할 수 있다. 특정 언론사가 전체 미디어바우처 1% 이상을 받을 수 없으므로 한 언론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바우처는 51억 2400만 원이다. 규모가 큰 유력 언론사의 경우 0.5%인 25억 6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언론사가 받은 미디어바우처와 마이너스바우처 금액을 합산해 정부광고를 분배한다.

한국ABC협회의 유료부수 부풀리기 의혹이 미디어바우처법을 발의한 배경이다. 정부·공공기관은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를 참고해 정부광고비 단가를 책정하는데, 부수공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성, 효과성 우려된다"

정부·공공기관은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기 위해 홍보 언론사를 선정하고, 적정한 수준의 광고비를 책정한다. 정부·공공기관과 언론사 사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라는 대행사만 있을 뿐, 취지와 형태는 민간 광고와 동일하다.

하지만 미디어바우처법이 시행되면 정부·공공기관은 자신들이 원하는 홍보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전문매체처럼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바우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이 미디어바우처법과 함께 발의한 정부광고법 개정안에 따르면 바우처 수급액이 저조한 언론사는 홍보매체 선정에서 배제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광고의 측면에서, 시민들이 정부·공공기관 홍보 매체와 광고비를 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정부광고는 정부·공공기관이 비전이나 정책에 대한 동의를 얻고자 집행하는 것이다. 기존 정부광고 제도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정부광고는 정책 광고·홍보를 위한 수단”이라며 “광고주인 정부·공공기관이 어떤 매체, 콘텐츠가 적절하고 좋을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발의된 미디어바우처법처럼 정부광고가 재원이 된다면 효율성·효과성 측면에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처음 알린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18일 열린 <좋은 뉴스는 국민이 후원한다> 토론회에서 정부광고비로 미디어바우처 재원을 마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광고는 홍보 목적으로 집행되는 예산”이라며 “홍보비가 언론사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되는 건 잘못이다. 기존 정부광고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언론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

정연우 교수는 정부가 미디어바우처 재원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한국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수신료처럼 미디어바우처 재원을 별도로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미국의 ‘조지 스티글러 경제 국가 연구소‘는 2019년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제안하며 “미국 재무부가 성인 1인당 연간 50달러의 바우처를 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위원은 시범적으로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실시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광고비, 계도지 예산 등을 미디어바우처 재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역언론 관련 조례가 마련된 부산, 경상남도가 시범적으로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언론진흥기금 일부를 미디어바우처 재원으로 투입할 수 있다”며 “또한 네이버·카카오 같은 포털사업자나 구글·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에 징수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승원 의원은 28일 미디어바우처법 기자회견 백브리핑에서 “정부·공공기관이 광고를 통해 홍보나 대국민 정보전달을 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 “갑자기 정부광고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공공기관이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로 광고비를 책정했다면, 이제는 미디어바우처 결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전문매체는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전문매체, 지역언론을 위해 시행령에서 미디어바우처 분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ABC협회의 부수 조작 논란 등을 봤을 때 국민은 미디어바우처에 찬성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신문·인터넷 분야에서 미디어바우처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방송 등 영역에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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