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포털 뉴스 알고리즘이 설계자나 운영자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설명·입증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 공청회에서 모아졌다.

이에 대해 네이버·카카오 등은 국회 논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며 뉴스 알고리즘이 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거나 기업의 자율 관리를 강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포털 알고리즘 관련 공청회에서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진술인으로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 최경진 가천대 교수가 참석했다. 참고인으로는 김희정 카카오 실장과 최재호 네이버 이사가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 알고리즘, 설계·운영 주체에 영향 받아" 투명성 규제 공감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포털 알고리즘 공청회'에서 4명의 진술인들은 구조적 문제에 따라 포털 뉴스 알고리즘의 편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진술을 이어나갔다.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방안은 또 다른 편향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정부·정치권에 의한 직접적 규제보다는 이용자와 사업자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포털 뉴스·검색 알고리즘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정부 산하에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하고 포털 알고리즘 책임자 공개를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알고리즘 설계자와 운영자의 성향이나, 회사의 경제적 수익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입장 등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알고리즘은 설계자와 운영자가 누군지에 따라 그 작동에 따른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람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자율적 의사결정과 실행의 기능까지도 가질 수 있다면 신뢰를 받는 것은 필수조건"이라며 "결론은 사람한테 요구하는 것을 알고리즘에 그대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명예교수는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에 대해 동일기준의 윤리적 요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위험의 정도'에 따라 다른 수준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알고리즘 설계·운용에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알고리즘이 적용된 결과 불법·부당한 결과가 도출되거나 운용과정에서 불법·부당한 개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율적 또는 법제도적 노력은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AI나 알고리즘은 법적 규율의 대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알고리즘의 진화에 따라 그에 대한 규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함께 진화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알고리즘 규제 관련 담론의 축적과 이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포털 뉴스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이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의 언어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이 생각하는 좋은 저널리즘의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알고리즘 뉴스 품질평가는 좋은 기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래, 많이 볼 것이라는 예측이다. 조회수와 체류시간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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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알고리즘만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디지털 역량에 따라 포털 뉴스 구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해선 조선·중앙일보가 압도적이었다. 튼튼한 디지털 인프라와 24시간 대응시스템, 조직구조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포털 편향 문제로만 얘기하면 언론사 빈익빈 부익부를 더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 최재호 네이버 에어스 이사, 최창렬 네이버 뉴스개발 기술리더 등이 지난해 겨울 관훈저널에 기고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이렇다’에 따르면 네이버 에어스는 단시간에 다수의 보도가 나온 최신 이슈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관련 기사를 묶어 상단에 위치시킨다. 이 중 최신성, 기사 길이, 다른 기사와의 관련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사가 최상위에 노출된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포털은 알고리즘이 저널리즘의 언어에 대해 갖는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심층보도, 퀄리티 있는 기사들을 골라낼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포털사업자가 '투명성 보고서' 등을 발간해 알고리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결 같은 네이버·카카오 "사람의 개입 어렵다" "가장 합리적인 알고리즘"

그러나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포털 사업자 측은 알고리즘이 기업이나 사람의 영향을 받는 구조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희정 다음카카오 플랫폼실장은 "(국회)논의를 적극 검토할 생각이 있다.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려 한다"면서도 "알고리즘은 완전 자동화된 지 오래돼 사람의 개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카카오 AI 조정 정황을 설명했다. 당시 정 의원은 카카오의 업무용 플랫폼 AI '캐스퍼'에게 '암호화폐 투자를 어디에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캐스퍼'는 카카오 전임 대표가 운영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추천해 논란이 됐다. 이후 정 의원이 '캐스퍼'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캐스퍼'의 답변을 달라졌다.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라고 답했다.

최재호 네이버 에어스 이사(왼쪽), 김희정 다음카카오 플랫폼실장 (MBC 유튜브 방송화면)

그럼에도 김희정 다음카카오실장은 "특정인이나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김희정 다음카카오실장은 "저희는 2018년도에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발표하고 전 직원이 알고리즘 투명성 교육을 받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서비스 알고리즘을 수년 간 조정해 자사에 유리하도록 상단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2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네이버가 쇼핑 입점업체 상품에 가중치를 두어 상단에 노출시키고, 경쟁 오픈마켓 제품은 낮은 가중치를 두어 검색 순위를 떨어트리는 사실상의 '조작'을 했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네이버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재호 네이버 에어스 이사는 "가장 합리적인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며 "소스코드 등은 저희 자산으로 검증위원들에게만 공개를 한다. 일반대중에게 공개할 때에는 부작용과 실효성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 독점성 문제 아닌가"… 포털 뉴스 '아웃링크' 제안도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알고리즘 윤리 문제가 알고리즘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자본에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성격이 아닌가 싶다"며 "알고리즘이 아무리 중립적이어도 이를 적용하는 사업자들이 왜곡을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미 메이저 언론이 종이신문과 인터넷판을 다르게 해 어떻게든 포털에 많이 걸릴 수 있도록 하는 대응 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더 큰 문제는 포털이 일종의 프로파일링을 통한 검색 우선순위로 사람들이 무의식에서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성 문제, 자본의 악용 소지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고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왼쪽), 정필모 의원 (MBC 유튜브 방송화면)

이어 홍익표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민간 공적기구를 통한 알고리즘 검증 등 공적책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홍 의원은 "포털이 알고리즘에 숨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또다른 편향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구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실장은 "포털사업자는 이용자를 우선한다고 말하지만 이용자들로부터 뉴스 서비스 평가를 받아본 적은 있나"라고 따져 물으며 "이용자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이용자위원회' 같은 기구가 포털업계에 통합 운영되어 평가와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알고리즘 추천 기능을 없애고 언론사 홈페이지 화면으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의 검색 전환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포털 뉴스서비스 알고리즘은 공정성에 대한 판단이나 검증 자체도 쉽지 않고, 확증편향 논란도 많아 근본적인 접근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면서 두 회사 측에 입장을 물었다. 네이버·카카오측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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