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종합편성’은 개념으로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91년 이후에도, 종편은 케이블방송의 가상현실로 존재했다. 이명박 정권은 바로 이 가상의 개념을 실제의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4대강에서 마구 불도저를 동원해 공사한 신보수·신자유주의 정권은, 어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완결시켜 놓고, 이제 조중동연합 방송의 출범이라는 공사를 마감한다. 이명박 정권은 가상에 불과했던 ‘종편’이라는 것을, 조중동과 매경이라는 거대 미디어권력의 연합 형태로, 뉴라이트 우익 동맹의 동시 출범이라는 방식으로 실현시켜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대단한 건설 사업자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는 당분간 강물을 막는 시멘트 조경물들과 함께, 대중의 민주적 교통(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조중동연합방송이라는 설치물과 살아가야 한다. 난폭한 일방통행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가끔 노는 꼴에 불쾌를 참지 못하거나 하는 짓에 불안을 떨치지 못 할 것이다.

▲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사옥

채널A, TV조선, jTBC, 그리고 MBN. 국가권력과 미디어권력이 몸으로 합작하고 우여곡절 끝에 탄생시킨, 신자유주의 시대 미디어 지배 완결의 총아들인가? 조중동 연합 방송이자, 뉴라이트 우익 방송 동맹이기도 한 종편의 잘난 회장과 사장, 본부장과 국장, 부장과 팀장들. 그 외에 돈에 끌려, 권력에 취해, 아니면 이념이 통해 달려간 수많은 기자와 피디, 작가, 연예인들. 새로운 식구가 되어 어찌 행복하신가? 오늘 모두 어디에 모여 있나? 4사 합동 화려한 ‘축제의 마당’을 위해, 세종문화회관에 늘어섰는가? 고대 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인기가수 총동원의 콘서트로 이어지는 개국 쇼 생중계를, 어디선가 샴페인 터뜨리면서 행복에 취해 감상하고 계실 것인가? 참을 수 없는 웃음, 숨길 수 없는 행복을 그렇게 나누려 하시는가?

개국의 기쁨을 합동으로 누리려는 당신들의 행사장에, 출산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은 당신들의 각하는 또 어떤 생생한 기원의 메시지를 전하시던가? 방통위원장과 한나라당 대표가 당신들에게 놓고 간 특혜의 새로운 보따리는 없던가? 어떠하신가? 권언유착의 판도라를 열 준비는 다 끝났는가? 미래는 과연 종편이 원하고 그 후원 세력이 꿈꾸는 대로 화려하게 펼쳐질까? 겁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광고 영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거고, 함께 출발하지만 결국은 살아 남기위해 경쟁해야하는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방적 이데올로기 공세의 플랫폼, 반대화적 선전 무기의 스테이션으로서 종편은 진정 안정적인 동맹관계로 조직되어 있는가? 허허대며 합동 축하쇼를 꾸미면서도 돌아서서는 끼리끼리 각자도생을 도모해야 하는 종편 괴물의 내면은 의외로 허약하고 불안할지 모른다.

물론 광고를 통해 미디어 시장 내 자본의 지배를 완성하며, 광고 자유 판매를 통해 미디어 공공성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절단하려 들 것이다. 초국적기업의 참여를 통해 미디어 독점과 집중의 새로운 게임을 이뤄내려는 종편이다. 선전과 선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지한 탐사 저널리즘과 제대로 된 토론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없애버리는 게 조중동연합방송의 의지일 것이다. 외국에서 수입한 프로그램들로 도배해도 되고, 외주제작 편성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중간광고도 마음대로 하려는 욕심쟁이들. 지상파 방송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품목도 광고할 수 있고, 심의에서도 마찬가지 차별적 규제를 받으면서, 그러면서도 의무재송신이라는 또 따른 특혜를 다 함께 누리려는 미디어재벌.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사이의 또 다른 권력으로서 절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 10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언론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오히려 철저하게 정치권력을 압박하고 친절하게 자본권력과 제휴하면서, 자신이 살아남아야 할 근거와 입지를 악착같이 마련해 갈 것이다. 그렇기에 종편 4개 중 세 개는 금방 떨어져 나갈 것이고 겨우 한 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낙관론은, 종편동맹이 미디어생태를 완전하게 구축해버릴 것이라는 비관론만큼이나 위험하다. 지금 당장 OBS 기존 지상파 방송을 밀어내고 황금 채널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이들 집단의 위세는 현실적으로 분명히 대단하다. 그래도 아뿔싸. ‘괴물’에 저항하는 자들이 있다. 온갖 특혜에 기초한 종편의 출발, 온갖 권력이 성원하는 조중동연합방송의 진행을 가로막는 바리게이트가 곳곳에 출현한다. 합동 개국 쇼를 펼치는 바로 그 시간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언론노동자들이 당장 펜을 놓는다. 윤전기를 세우고, 신문발행을 중단한다.

1만4000여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바로 특혜방송에 항의해, ‘불법방송’을 규탄하면서, 총파업에 들어간다. 종편이 초청한, 정·재계 6000여명보다 훨씬 많은 수의 시민이 같은 시간 트윗터를 통해 분노의 화환을 보내고 고발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미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고 있는 이른바 ‘2040’의 시민들에게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조중동 종편은 크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SNS를 통해 교통하고 광장에서 회집하는 이들에게 조중동 종편의 프로파간다는 오직 잡다한 소음 혹은 우스꽝스러운 풍자와 놀림의 대상으로서만 다가갈지 모른다. ‘괴물’의 힘은 오직 섬뜩한 공포의 위압감에서 나올 것인데, 2011년 정치화된 대중들은 그런 ‘괴물’에 제압당하기에 너무 영리하다. ‘괴물’의 허세가 오히려 조롱의 소재가 될 공산이 크다.

조중동연합방송의 합동 노력보다 더 큰 힘의 결집, 연합의 움직임이 있기에 ‘괴물’은 밤잠을 쉽게 이룰 수 없게 된다. 저널리즘 구축과 공영방송 봉쇄, 미디어 공적공간 탈취 및 미디어독점 시장 실현의 효과를 노린 제 권력간 주력 사업인 종편에 맞서는 대중적 적대의 민심, 시민적 저항의 움직임이 저들에게는 공포다. 종편의 안녕을 대중은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직 장밋빛 환상일 따름이다. 오히려 이 정권을 치받는 분노가 바로 그 정권이 낳은 자식, 종편에게로 맹렬히 향할 것이다. 종편이 선동의 언어폭력에 열중하면 할수록, 이에 반하는 비판의 무기와 정치의 활력도 따라서 강해진다. 이런 변증법적 모순 현실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여전히 희망인 것이다. 종편은 더 이상 개념이 아니지만, 일방적 승리가 아닌 지난한 다툼의 현실일 뿐이다.

괴물과 사투하며 삶과 사회를 보호해 온 대중이 있다. 난동하는 괴물의 지배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대중이 있어 희망이다. ‘특혜 백화점’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권언유착’을 통해 탄생한 괴물. 이들에 비해 어떤 특권도 없이, 어떤 권력의 도움 없이도, 온갖 거짓과 검열의 와중에서도, 저항하며 삶과 사회를 지켜온 우리. 소셜넷을 통해, 발언과 교통의 무기를 휘두르며, 공포에 맞서는 저 쾌활한 현실의 대중 앞에서 종편 괴물은 의외로 허점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므로 종편이 미디어생태계를 멋대로 훼손하고 교란할 거라는 공포의 가설을 접고, 시민과 함께 종편 괴물에 대항하고 이들을 포획할 대안과 대항의 현실적 프로그램을 꾸며내야 한다. 요란한 개막행사장 쪽으로 ‘뻐큐’의 발랄한 선물을 단체로 날리면서, 희망의 대중과 함께 희망의 반항을 설계하는 날이 바로 2011년 12월 1일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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