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은 과연 토트넘을 떠날 수 있을까? 리그는 끝났다. 최종전에서 레스터시티를 4-2로 잡으며 신설된 유로파 컨퍼런스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 대항전 중 가장 낮은 급이라는 점에서 월드클래스 선수들로서는 매력적이지 않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노리던 팀이 유로파 리그도 아닌 신설 리그에 출전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실망했을 듯하다. 더욱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영국 대표팀 주장인 케인이 폭탄 발언을 하면서 팀 전체가 뒤숭숭해지기도 했다. 케인의 발언으로 인해 토트넘에서 많은 선수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국가대표 주장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팀이 토트넘이다. 그리고 리그 최고라는 손흥민과 케인이 역사를 만들었음에도 손에 쥔 것은 초라했다.

토트넘으로서는 무관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있었다. 컵 대회 결승에서 맨시티를 만났지만, 상대 전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볼 수 있는 승부였다. 다만, 과거 맨시티를 제압하던 시절과 지금은 너무 달라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눈물 흘리는 손흥민 [ESPN FC 트위터 캡처]

컵 대회 결승을 앞두고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것 역시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결승 후 판단해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무기력하게 졌기 때문이다. 결승에서 패배 후 그라운드에서 펑펑 울던 손흥민과 그런 그를 위로하는 맨시티 선수들의 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좋은 출발을 했던 토트넘은 그렇게 시즌 최종전을 4-2로 이기며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유럽 대항전에서 완전히 밀릴 수도 있었지만, 신설된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은 받았으니 말이다. 문제는 여기에 만족할 수 있는 월클 선수들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케인은 EPL에서만 23골 14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상과 도움상을 동시에 받는 영광을 얻었다. 이 대부분이 손흥민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의 호흡은 최강이었다. 손흥민 역시 리그에서만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면 2년 연속 10-10 클럽에 가입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최종전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과 케인이 깊은 포옹을 하는 모습은 영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이는 케인이 팀을 떠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홈 최종전이 끝난 후 케인 홀로 남아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이별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최종전을 마치고 해리 케인의 득점왕을 축하하는 손흥민 [EPA=연합뉴스]

케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골 결정력이 높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더욱 케인은 영국에 남고 싶어 한다. 영국의 기록을 경신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하지만 우승컵도 가지고 싶다는 것이 토트넘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온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팀들은 맨체스터를 기반으로 한 두 팀이다. 맨시티와 맨유가 적극적으로 케인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인이 SNS를 통해 데 브라이너와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은 영광이라는 표현을 해 그가 맨시티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든다.

토트넘으로서는 케인을 붙잡아 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몸값을 높이고 제대로 이적료를 챙기는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1억 5천 만불을 언급하고 있지만, 팬데믹 시절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하는 팀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맨시티의 오일머니라면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기도 하다.

맨유 역시 엄청난 자본의 힘으로 케인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케인은 토트넘을 떠날 것이다. 토트넘 입장에서 케인을 내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는 전략의 일환이다. 손해 보지 않는 장사꾼인 레비의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케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는 그 어떤 조건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감독 선임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골키퍼 요리스도 재계약을 거부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손흥민이다.

이번 시즌 트레이드마크로 떠오른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손흥민과 재계약 이야기는 시즌 내내 들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결과는 없다. 팬데믹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손흥민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누군들 우승컵을 들고 싶지 않겠는가? 역대 아시아 최고의 선수라고 인정받은 손흥민은 무관이다. 최고의 한해를 기록했지만, 팀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앞날이 기대가 되지도 않는다.

짠돌이 구단은 큰돈을 쓸 것 같지도 않다. 돈이 없어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구단에 큰돈을 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이 재계약을 하고 남는다면 우승을 포기하고 커리어를 토트넘에서 완료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손흥민이 케인처럼 이적을 언급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팀들은 나올 수밖에 없다. 영국이나 스페인 리그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리그 역시 손흥민에 대한 관심은 많다. 이기적이지 않고 팀을 사랑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를 탐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아시아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손흥민이 차지하는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손흥민을 대체할 아시아 선수가 존재하지 않는단 점에서도 그를 영입하는 팀은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는단 의미이기도 하다. 레알에서 손흥민을 탐낸다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언급된 것도 그 이유다.

팀 전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라는 점과 세일즈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누군들 마다하겠는가? 다만, 영국에서 움직임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자국 선수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그런 그들의 태도는 언론의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토트넘이 12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손흥민이 지금까지 경력에서 최고 기록을 썼다'는 제목의 기사를 띄우며 손흥민의 한 시즌 공식전 최다 득점 기록을 조명했다. [토트넘 홈페이지]

시즌 말미에 다가가며 손흥민을 노골적으로 때리는 언론들이 늘어났다. 케인이나 다른 영국 출신 선수들의 부진 시에는 침묵을 지키다가도 손흥민이 골을 넣지 못하면 이기적인 선수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하는 상황도 연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케인은 떠날 것이고, 프랑스 출신 선수들 다수도 떠날 예정이다. 어떤 감독이 얼마나 빨리 선임되느냐는 이후 벌어질 수밖에 없는 엑소더스를 최소화하거나 확대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손흥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승 트로피를 위해서는 보다 야망을 가진 팀을 찾아야 한다. 우승을 위해서 어떤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 맨시티와 같은 팀은 일시적 부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레알이나, 다른 리그 상위권 팀들 역시 야망이 크다.

손흥민도 케인과 함께 이적을 고려할 이유다. 토트넘은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구단은 그런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효율성과 능률만 따지는 토트넘으로서는 현재의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승을 못해도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르지만 케인의 이적이 구체화되면 손흥민의 움직임도 시작될 것이다. 케인의 이적은 토트넘의 엑소더스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월클 선수들을 보내고 새롭게 전력을 가다듬는 것도 토트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손흥민의 행보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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