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이제 챔피언결정전 2경기만 남았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잇달아 승승장구를 거듭한 울산 현대와 정규리그 1위에 올랐던 전북 현대가 만나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K리그 29년 역사에서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우승을 가렸던 것은 모두 14차례입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15번째입니다. 1984년 대우와 유공이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대우가 1승 1무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 최초였으며, 2004년 이후에는 매년 챔피언결정전이 치러졌습니다.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인 만큼 명승부도 참 많았습니다. 많은 일들과 굵직한 사건들을 남긴 K리그 챔피언결정전의 역사, 어떻게 흘러왔는지 2011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부터 울산현대 김승규, 김호곤 감독,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조성환. ⓒ연합뉴스
3차전까지 치렀던 1995년 챔피언결정전

1984년과 1986년,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이 치러진 것을 제외하고는 1994년까지 단일리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렸습니다. 그러다 1995년, 전기후기 리그 방식으로 바뀌면서 챔피언결정전이 부활했습니다. 각 리그 우승팀이 2차례 챔피언결정전을 치렀고, 그 주인공은 전기 우승팀 일화 천마와 후기 우승팀 포항 아톰즈였습니다.

두 팀의 공방전은 대단히 치열했습니다. 당시 정규리그 3연패에 도전했던 박종환 감독의 일화는 고정운 신태용 이상윤 샤리체프(신의손)를 앞세워 정규리그 3연패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허정무 감독의 포항 스틸러스였습니다. 황선홍 홍명보 라데 박태하 등 라인업 자체도 결코 일화에 밀리지 않았습니다.

1차전에서 1-1로 비긴 두 팀은 2차전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며 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전반 황선홍의 연속 2골로 앞서나간 포항이었지만 후반 신태용이 연달아 2골을 몰아넣고 후반 40분 고정운이 역전골을 터트리며 일화의 우승을 예고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후반 42분 라데가 헤딩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는 3-3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것으로 경기가 끝났고, 당시 규정상 승부는 중립경기장인 3차전에서 가려지게 됐습니다. 장소는 안양종합운동장이었습니다.

3차전에서도 양 팀의 승부는 끝까지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후반 90분동안 단 한 골도 터지지 않았고, 연장전에서 다시 승부를 가리게 됐습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의 추가 어느 팀으로 기울어질 지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질 무렵, 연장 전반 12분 이상윤이 헤딩 골든골을 터트리며 환호했습니다. 1-3차전까지 282분간 팽팽했던 승부는 이상윤의 골든골로 가려졌고, 일화 천마가 K리그 최초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1995년이 3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속에 경기가 펼쳐졌다면 1996년은 그야말로 혈전이 벌어졌습니다. 전기 우승팀 울산 현대와 후기 우승팀이자 신생팀 수원 삼성의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뜨거웠습니다. 1차전에서 수원이 1-0으로 이겼지만 2차전에서 울산이 3-1 승리를 거두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는데 2차전에서는 수원 3명, 울산 2명이 퇴장당할 정도로 경기는 대단히 치열했습니다.

승부차기 명승부가 펼쳐졌던 2004년 챔피언결정전

2004년 챔피언결정전도 명승부였습니다. 2000년 이후 4년 만에 펼쳐져 전기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와 후기 우승팀 수원 삼성이 2차례 맞대결을 가졌습니다. 일진일퇴 공방이 벌어졌지만 1,2차전 모두 골은 터지지 않았고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가려지게 됐습니다.

공교롭게 양 팀 골키퍼는 국가대표 골키퍼 수원 이운재와 포항 김병지였습니다. 경기 내내 선방쇼를 펼친 둘은 승부차기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였습니다. 양 팀 키커가 한명씩 실축하고 수원 5번 키커 우르모브가 성공시키며 수원이 4-3으로 앞선 상황. 여기서 포항의 5번 키커로 나선 선수는 바로 김병지였습니다. 이들의 정면승부는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하지만 김병지가 찬 볼을 이운재가 몸을 날려 막아냈고, 결국 우승은 수원이 차지했습니다. 차범근 감독 부임 첫 해에 거둔 우승이었으며, 당대 최고 수문장 대결 역시 이운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2008, 2010 챔피언결정전

6강 플레이오프 제도가 시행된 2007년 이후에도 챔피언결정전은 치러졌습니다. 6강,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팀이 정규리그 1위로 직행한 팀과 챔피언결정전을 갖는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 2008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서울에 2:1로 승리, 챔피언이 된 수원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챔피언결정전은 아시아 최고 더비 매치 수원 블루윙즈와 FC 서울의 맞대결로 치러졌습니다. 라이벌 의식이 대단했기에 양 팀의 신경전은 경기 전부터 치열했습니다. 예상대로 경기는 아주 뜨거웠습니다.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두고 2차전에서도 초반에 1골씩 주고받으며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전반 36분 송종국이 결승골을 집어넣으며 수원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고, 결국 5년 만의 수원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공교롭게 경기 막판에 눈발이 날렸고, 결과적으로 홈팀이었던 수원을 축하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돼 수원팬들에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도 흥미로웠습니다. 첫 우승을 노렸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10년 만의 정상 복귀를 기대한 FC 서울의 첫 만남은 1차전부터 화끈하게 이어졌습니다. 화력 대결을 펼친 끝에 2-2 무승부로 끝난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1-1 균형을 이루며 승부가 또다시 연장에서 가려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후반 27분 아디가 헤딩 결승골을 넣으면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고, 결국 홈에서 서울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K리그 2010 챔피언결정전에서 2000년 K리그 정상에 오른 뒤로는 한 번도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FC 서울이 제주 유나이티드를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챔피언결정전에서 나온 특이한 기록들

명승부만큼이나 기록도 다양합니다. 2004년 이후 챔피언결정전이 매년 치러졌는데 수도권 연고 팀과 비수도권 팀이 교대로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 대표적인 흥미로운 기록입니다. 수원(’04)-울산(’05)-성남(’06)-포항(’07)-수원(’08)-전북(’09)-서울(’10)에 이어 올해에는 전북과 울산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이 규칙을 이어갔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온 경우는 2007년, 2009, 2011년으로 2년마다 반복됐습니다. 2007년에는 포항(정규리그 5위)이 우승했고, 2009년에는 성남(정규리그4위)이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지만 정규리그 1위 전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는 정규리그 6위 울산이 6강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서울, 수원, 포항을 꺾고 올라와 2007년 포항이 이뤘던 기적에 도전합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팀은 2005년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입니다. 울산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005년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5골을 몰아넣으며 5-1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 경기에서 울산이 거둔 기록은 많습니다. 챔피언결정전 최다골 차 승리 뿐 아니라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이 나온 경기 타이 기록(1996년 포철-일화 3-3 무승부와 함께)도 세웠습니다.

또 울산 이천수는 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다 골 기록, 첫 해트트릭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활약 덕에 역대 챔피언결정전 개인 통산 최다 골 기록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던 K리그 챔피언결정전. 15번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어떤 명장면들이 팬들을 설레게 할까요? 1년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승부가 펼쳐질 챔피언결정전. 화끈한 대결로 초겨울 추위를 뜨겁게 녹이는 명승부가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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