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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콘텐츠가 유익하면 독자는 지갑을 연다”[이 언론이 사는 법] ⑮ '콘텐츠 유료화' 도전하는 ‘미디어스피어’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5.24 08:50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뉴스 콘텐츠 유료화’는 한국 언론의 해묵은 과제다. 언론은 이용자가 지갑을 열만한 고품질 콘텐츠를 생산해 저널리즘 품질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성 언론사가 주춤하는 사이, 포털이 '콘텐츠 유료화'에 시동을 걸었다. 네이버는 최근 콘텐츠 유료화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를 베타 오픈했다. 조선·중앙·동아·경향·한겨레 등 주요 언론사가 ‘프리미엄 콘텐츠’에 참여한 상황이다. 카카오 역시 언론사가 참여하는 구독 서비스를 출범할 예정이다. 네이버·카카오의 콘텐츠 유료화 사업 진출에 대해 ‘언론의 포털 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이용자에게 유료화에 대한 경험을 심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콘텐츠 창작자에게 유료구독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미디어스피어’가 이달 12일 출범했다. 미디어스피어의 유료구독 플랫폼은 CMS '블루닷'이다. 계량형 페이월(Metered paywall) 시스템으로 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후 유료구독을 권장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데이터가 누적되면 머신러닝을 활용해 맞춤형 전략을 제공하는 다이내믹 페이월(Dynamic paywall)을 도입할 계획이다. 다이내믹 페이월은 이용자의 체류시간·방문 횟수 등을 분석해 충성도를 측정하고, 충성도에 따라 유료구독 권장 시점을 달리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미디어스피어는 창작자가 콘텐츠 생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구축, 결제, 이용자 분석, 데이터 관리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콘텐츠 생산 능력은 있지만 유료구독에 익숙하지 않은 창작자를 위한 인큐베이팅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투자사 ‘메디아티’에서 함께 일했던 이성규(전 구글코리아 티칭 펠로우)·강정수(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박상현(칼럼니스트)과 김경달 네오캡 대표(KBS 이사), 유승철 개발자가 공동 창업했다.

미디어스는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를 만나 ‘콘텐츠 유료화’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현재 고급 콘텐츠가 과소공급된 상태”라며 “콘텐츠가 주는 유익성이 명확하면 이용자는 지갑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기성 언론사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콘텐츠 유료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래는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미디어스피어 홈페이지 갈무리)

Q. 미디어스피어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콘텐츠 창작자가 자신만의 유료구독 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유료구독 콘텐츠를 위한 CMS라고 보면 된다. 미디어스피어는 창작자에게 유료구독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수익의 10%를 가져간다.

CMS 이름은 ‘블루닷’이다. 현재 미터드 페이월을 적용 중인데, 향후 다이내믹 페이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다이내믹 페이월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이용자 성향을 분석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용자별 이용도를 자동 분석해 유료구독을 권장하는 시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에게는 곧바로 유료구독을 권장하고, 충성도가 낮은 이용자에게는 유료구독 권장 시점을 늦추고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현재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가 다이내믹 페이월을 실시하고 있다.

미디어스피어 출범 전 3개월 동안 블로그 ‘미디어고토사’를 유료로 운영해봤다. 콘텐츠만으로는 유료화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느꼈다. 이용자는 콘텐츠 외 다양한 부가 혜택을 원한다. 미디어고토사에서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해외 자료를 번역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미디어스피어는 창작자에게 이러한 운영상 팁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려 한다.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해준다고 창작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유료구독 시스템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델이다. 미디어스피어 창업 멤버들은 미디어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미디어스피어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Q. 유료구독 콘텐츠와 관련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인가’라는 물음이 따라붙는다. 포털의 영향으로 뉴스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 ‘유료구독이 한국에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해보면 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오터레터’라는 유료구독 서비스을 운영 중이다.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많은 유료구독자가 유치됐다. 콘텐츠가 주는 유익성이 명확하면 이용자가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이용자는 유료 콘텐츠에서 통찰과 영감을 원한다. 현상을 나열해 정리하는 것은 기성 언론사의 몫이다. 현상 정리 콘텐츠는 유료화에 성공할 수 없다. 이용자는 포털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정보를 원하고, 그런 정보가 있다면 기꺼이 구독한다. 창작자의 심층 분석이 담긴 글은 시장성이 있다.

Q. 최근 네이버가 유료구독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를 시범 출범했다. 카카오 역시 유료구독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대형 포털의 진출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네이버가 유료구독 시장에 뛰어든다면 ‘유료구독이 한국에서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네이버가 유료구독 시장에 들어와 판을 깔아주는 건 이용자를 경험의 문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물론 네이버에 입점한 모든 콘텐츠가 성공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중 성공하는 콘텐츠가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용자의 지불 의사가 늘어날 수 있다. 현재는 유료 콘텐츠가 과소 공급된 상태인데, 네이버의 역할이 중요하다.

Q. 네이버와 미디어스피어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네이버는 창작자의 장벽을 없앴다. 네이버는 언론사뿐 아니라 원하는 사람 누구나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반면 미디어스피어는 이용자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 언론과 미디어의 가장 큰 문제가 신뢰성 부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트너를 제한적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한국의 전체적인 콘텐츠 품질은 낮아졌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유익한 정보를 찾으려면 막대한 탐색비용이 소요된다. 이용자는 정보를 앞에 두고도 ‘믿어도 되는가’라고 끊임없이 의심한다. 결국 중요한 건 미디어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미디어스피어를 통해 이용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스피어에서 나온 콘텐츠라면 믿을만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

Q. 어떤 창작자를 영입할 계획인가

초반에는 소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섭외할 계획이다. 메디아티에 있을 때 투자했던 스타트업, 과거부터 블로그를 운영해온 인플루언서 등을 모실 것이다. 다른 한쪽에선 창작자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병행할 예정이다. 전직 기자처럼 콘텐츠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이 있지만 유료구독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인큐베이팅 대상이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지만, 조직문화 때문에 다양한 글을 쓰지 못한 전직 기자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컨설팅한다면 유료구독 모델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사진=미디어스)

Q. 조선일보·내일신문 등 기성 언론사가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기성 언론사가 콘텐츠 유료화에 실패한 배경에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있다. 언론사가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조직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하면 광고국은 ‘돈이 안 된다’고 반대한다. 콘텐츠 유료화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언론사 조직문화를 전환하는 것이다. 기성 언론사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Q. 언론사가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언론사에서 가장 바꾸기 힘든 건 리더의 인식이다. 리더는 장기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리더의 DNA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생존 모델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비를 감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콘텐츠 유료화를 도입해야 한다. 언론사 생존을 광고에 맡긴다면 기사의 시각이 광고주와 출입처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기사에서 독자는 사라지고, 저품질 기사만 쏟아지게 된다. 광고주와 출입처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면 전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기자들의 자부심은 사라지고,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위험해진다. 지금부터라도 언론사가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 콘텐츠 유료화를 통해 독자를 기사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획기적 변화가 어렵다면 단기 프로젝트라도 실시해야 한다. 리더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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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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