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제주도의회가 지역언론지원 조례 제정과 관련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20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제주언론학회·한국지역언론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지역언론지원 조례, 과연 필요한가?>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핵심은 콘텐츠 지원”이라며 “제주 지역언론지원 조례가 만들어지면 ‘심층취재 지원’ 위주의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언론진흥재단을 설치해 지역언론 지원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저널리즘 사막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언론지원 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역언론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독자는 줄어가고 경영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며 “해외에선 지역언론 숫자가 줄어드는 ‘뉴스 사막화’ 현상이 발생했지만 한국에선 ‘저널리즘 사막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역언론은 제대로 된 기사를 내지 않고 있으며 ‘사이비 언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지역언론을 육성해야 할 때”라며 “지역언론지원 조례를 통해 지역언론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이비 언론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열린 전국 지역언론신문 모음전 (사진=미디어스)

현재 지역언론지원 조례를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는 11곳이다. 최초로 지역언론지원 조례를 제정한 경상남도는 매년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30여 개 언론사를 지원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기획취재 지원 등 콘텐츠 관련 사업과 우편 발송료 지원·지역경제활성화 홍보 등 경영 지원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안차수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역언론지원 조례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언론사 경영 지원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언론사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경영 지원을 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모든 사업을 기획취재 지원과 연결시켜야 한다”며 “기획취재에 대한 모니터와 사후평가를 실시해 부실한 결과물을 제출한 언론사의 참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언론인들 또한 ‘콘텐츠 지원’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홍석준 미디어제주 기자는 “언론사가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의 취지”라며 “경영 지원은 할 필요가 없다. 기획취재 지원을 통해 언론이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지역에 숨어있는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 제주CBS 부장은 “제주 지역언론지원 조례가 만들어진다면 철저하게 기획기사, 탐사보도, 기자교육 분야만 지원해야 한다”며 “도민의 혈세가 오너의 경영비, 인건비로 쓰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언론지원 조례를 제정하기에 앞서 지역언론의 쇄신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장태욱 서귀포신문 편집국장은 “과연 시민들이 지역언론지원 조례 제정을 동의할까”라며 “지금의 언론풍토에서 시민들의 동의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시민 동의를 얻기 위해 언론인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상윤 한라일보 편집국장은 “지역언론이 스스로 초래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 어떤 지원도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에선 어떤 지원책을 시행하더라도 효과가 없다. 언론사의 내부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밑 빠진 곳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창덕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역언론지원 관련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지방의원들을 지역언론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언론지원 조례를 운영 중인 서울 동작구, 대구 북구, 인천 강화군, 부산광역시의 경우, 공무원·지방의원이 당연직 위원으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적어도 현역 도의원은 위원회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며 “지역언론이 도의원에게 로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지원금에 대한 엄격한 증빙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경상남도는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할 때 기자가 현장에 갔다는 사진만 제출하면 지원금을 줬다”며 “그러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섬으로 출장을 가면서 가족들의 승선 요금을 청구하기도 했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엄격한 심사가 없다면 정산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언론지원 조례, 과연 필요한가?> 토론회 (사진=제주언론학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제주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제주언론진흥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정부광고 의뢰 및 홍보 매체 선정 업무 권한 이양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제주언론진흥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납부하는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역언론 진흥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홍창빈 헤드라인제주 기자는 “제주언론진흥재단을 설립해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지역언론지원 조례안을 제정하는 것보다 실효성이 더 클 것”이라며 “언론재단은 '광고 수수료는 발주처(정부·공공기관)에게 받고 있으므로 언론사 피해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산총액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결국 광고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홍 기자는 “실효성 없는 지역언론지원 조례 제정을 논의하기보다 차라리 제주언론진흥재단에 대한 논의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인 제주CBS 부장은 “그동안 언론재단은 일괄적으로 수수료를 떼 가면서 제주 언론에는 별다른 지원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주언론진흥재단이 설립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제주언론진흥재단은 수익을 탐사보도 지원, 기자교육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호 제주도 공보관은 “언론재단의 제주지역 광고대행 업무능력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수수료를 거둬 모은 기금이 지역언론으로 환원되는 체감도는 사실상 미미하다. 중앙집권화되어 있는 언론재단의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현수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지역 미디어바우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만 18세 이상 제주도민 55만 명에게 연 1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제주도민들이 배당금을 언론사에 후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지역언론이 지자체 홍보비에 종속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홍보비를 개선·확충해 배당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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